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도를 넘어섰다. 당초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달라던 노조가 이제는 영업이익의 15%를 조건으로 내놓았다. 최근 1분기 영업이익이 57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고 성적을 경신한 데 이어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신기록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자 더 많은 성과급을 받아야겠다며 사측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노조가 가정한 올해 연간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전망치는 270조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15%를 지급하면 40조5000억원을 보상 재원으로 편성해야한다. 증권가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이 3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데 이 경우 45조원 이상을 성과급으로 줘야하는 셈이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무시한 것도 아니다. 사측은 메모리사업부가 국내 1위를 달성할 경우 OPI(초과이익성과급) 상한(연봉 50%)을 초과하는 특별 포상을 지급하고 영업이익의 13%를 성과급 재원으로 편성하겠다고 제안했었다. 사실상 노조의 최초 요구안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보상안이다. 그럼에도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일방적인 주장을 밀어붙이고 있다.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는 기업 가치에 부정적이다. 현재 노조가 요구하는 40조~45조원의 성과급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간 연구개발비 37조7000억원을 넘어선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다툼 심화로 추가적인 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회사 재원의 상당 부분을 미래를 위한 재투자가 아닌 보상으로 투입해야 한다.

노조의 요구가 반도체 부문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가운데 95%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가전·TV·스마트폰 사업을 맡고 있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목소리를 사실상 소외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DX부문 직원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실적만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주게되면 사업부간 보상 격차가 벌어지고 DX 부문의 박탈감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번진다.


현재 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이달 23일 평택캠퍼스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이후에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18일 간 총파업을 실행할 계획이다. 노조가 파업을 강행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납기 지연, 고객 신뢰 하락 등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파업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최대 반도체 기업의 노조가 자신들의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장을 멈춰 세우겠다고 위협하는 행위는 한국 반도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회사는 이미 파격적인 보상 조건을 제시했다. 노조 역시 미래 경쟁력을 다지는 관점에서 현명한 결단을 내려야할 때다.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