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총선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루멘 라데프 전 대통령의 진보불가리아당(PB)이 압승했다. 사진은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언론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라데프. /로이터=뉴스1


친러시아 성향의 루멘 라데프 전 불가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진보불가리아당(PB)이 자국 총선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0일(현지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PB는 개표율 약 60.79% 기준 득표율 44.58%로 선두다. 이 추세가 유지될 경우 240석 중 최소 132석을 확보해 단독 과반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보수 성향의 보이코 보리소프 전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유럽발전시민당(GERB)은 물론 개혁 성향의 변화지속당(PP)·민주불가리아(DB) 연합 등을 따돌렸다. 2016년 대통령으로 당선된 라데프는 2021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어 이번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 1월 사임한 뒤 PB를 창당했다.

이번 총선은 불가리아가 최근 5년간 8번이나 총선을 치를 정도로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열렸다. 연립정부가 잇따라 붕괴하며 정국 불안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치러졌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 라데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보리소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군사 지원을 반대하는 한편 러시아와의 관계 복원을 요구했다. 지난달 체결된 불가리아-우크라이나 국방 협정에도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라데프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유럽은 명확한 규칙이 없는 세계에서 도덕적 지도자가 되려는 야망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선거운동 기간 중 제기된 '친러시아'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그는 "친러시아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적으로 친불가리아적이고 친유럽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장기화한 정치 불안을 완화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불가리아 외교 노선 변화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불가리아는 그동안 EU와 NATO 내에서 친서방 노선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라데프 정권 출범이 본격 출범할 경우 주요 회원국들과 다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