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작권 전환', 시간표 아닌 조건과 역량의 문제
동행미디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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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미 하원 청문회에서 "2029년 1분기까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국방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루 전 상원에선 "전작권 전환은 조건에 기초해야 하며, 정치적 편의주의가 앞서선 안 된다"고 했다. 발언의 결이 달라 보이지만 메시지는 일관된다. 전작권 전환의 기준은 시점이 아니라 '조건 충족'이며, 철저한 능력 검증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전작권 전환은 2007년 한·미 합의 이후 여러 차례 시점이 미뤄져 왔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최대 변수였다. 대체로 진보 정부가 전작권 문제에 더 적극적이었고, 현 정부 역시 임기 내 전환 의지를 밝혔다. 국방부는 올해를 '전작권 회복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선 최초작전운용능력, 완전운용능력, 완전임무수행능력 등 3단계별로 평가와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는 2단계 검증이 진행 중이다.
주목할 대목은 전작권 전환이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청문회에서 "서쪽으로 시야를 넓혀가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대만해협 등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대응 범위를 확장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전작권 전환 이후 주한미군의 임무와 성격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전작권 문제가 단순한 지휘권 이양을 넘어 동맹 구조 전반과 직결된 사안임을 보여준다.
전작권이 전환된다고 해서 한국군 사령관이 미군을 우리 군처럼 통솔하는 건 아니다. 한국군이 연합작전을 주도하되, 사전에 합의한 작전계획과 연합지휘체계 안에서 미군과 함께 운용하는 방식이다. 결국 핵심은 군사적 역량과 더불어 양국 간 신뢰, 그리고 긴밀한 소통이다.
이 점에서 최근 불거진 한·미 간 불협화음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대북정보 공유 제한 논란, 한국 기업 정책을 둘러싼 미국의 문제제기 등은 동맹간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 앞서도 양국은 연합훈련 축소, 비행금지구역 문제 등을 두고 신경전을 이어왔다. 전작권 전환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교한 조율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믿음이 흔들리는 상태에서 일정만 앞세우는 접근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기준은 분명하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억지하고, 유사시 연합작전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가다. 여기엔 전력 증강뿐 아니라 지휘체계, 정보자산, 연합 운용 경험, 그리고 상호 신뢰가 모두 포함된다. 전작권은 되찾는 대상이 아니라 넘겨받는 책임에 가깝다. '언제까지'라는 조급함 보다 '어떻게' 라는 조건과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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