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 던져 종잇값 결정" 한솔·무림 등 6개 제지사 '꼼수' 철퇴
3년 10개월간 종잇값 71% 폭등… 주사위 던져 인상 순서 정하는 기함할 수법 동원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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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제지, 무림페이퍼 등 국내 주요 제지사들이 공중전화와 주사위까지 동원하며 4년 가까이 종잇값을 담합해오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이들에게는 제지업계 역대 최대 규모인 30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했고 일부 법인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내 폰 안 써" 첩보전 방불케 한 은밀한 모의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인쇄용지 가격을 담합한 한솔제지, 무림페이퍼, 무림피앤피, 무림에스피, 한국제지, 홍원제지 등 6개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383억 원을 부과한다고23일 밝혔다. 특히 담합을 주도한 한국제지와 홍원제지 2개 법인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이들의 담합 수법은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할 만큼 치밀했다. 제지사 임직원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 대신 식당 전화나 공중전화를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연락처 메모조차 가명을 사용해 은밀하게 관리했다.
가격을 올릴 때는 거래처의 반발을 분산시키기 위해 '통보 순서'까지 맞췄다. 합의가 잘 안 될 때는 동전이나 주사위를 던져 순서를 정하는 황당한 수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방식으로 4년간 최소 60회 이상 만나며 7차례나 가격을 올렸고,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합의안을 실행에 옮겼다.
종잇값 71% 폭등… 교과서·잡지비 인상 주범
담합의 결과는 참혹했다. 국내 인쇄용지 시장의 95%를 장악한 이들의 짬짜미로 인해 판매가격은 담합 기간 동안 평균 71%나 급등했다. 코로나19와 전쟁 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원가 상승 부담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하며 자신들의 영업이익을 챙긴 것이다.이로 인해 교과서, 잡지, 화보 등을 제작하는 인쇄업체와 출판사는 제작비 폭탄을 맞았고, 이는 결국 국민들의 교육비와 도서 구입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역대 5번째 규모의 과징금을 물리는 한편 매우 이례적인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을 내렸다.
6개 제지사는 담합의 영향이 남은 현재 가격을 버리고, 경쟁이 살아있던 수준으로 가격을 다시 책정해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이는 2006년 밀가루 담합 이후 20년 만에 처음 내려진 강력한 조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은밀하게 지속되어 온 대형 제지사들의 카르텔을 해체함으로써 인쇄·출판업계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밀가루, 식료품 등 민생과 직결된 분야의 담합을 엄정하게 감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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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준 기자
시대 미래산업부 전민준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