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항 자동차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가시화되면서 한국 주요 기업들이 관세 리스크 방어와 미래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대미 로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주요 기업이 쏟아부은 대미 로비 자금은 666만 달러(약 9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미국 연방 상원의 로비공개법(LDA)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무역법 232조와 301조 대응을 중심으로 한 통상 방어 로비와 반도체·AI·에너지·모빌리티 등 미래 산업 분야 로비를 병행하고 있다. 무역법 232조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을 제한하는 조항으로 현재 한국산 철강에 50%, 자동차 및 부품에 15%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한국 등 16개국을 대상으로 301조 조사에도 착수해 두 조항이 동시에 적용될 경우 한국 기업의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

로비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미래 산업 대응에 집중한 기업들이다. 삼성전자 북미 총괄법인 삼성전자아메리카는 1분기 148만 달러(약 22억원)를 집행해 칩스법 세액공제 유지·확대와 AI·양자기술·5G·6G 등 ICT 정책 대응에 나섰다. SK그룹 북미 총괄 SK아메리카스도 159만 달러(약 23억원)를 투입해 칩스법 대응과 함께 LNG·소형모듈원전(SMR) 등 에너지 분야 로비를 강화했다. 두 기업의 1분기 로비 합산만 307만 달러(약 45억원)에 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42만 달러(약 21억원)를 집행해 상업용 조선, LNG 해상 터미널, 해운 계약을 주요 의제로 삼았다.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정책 대응을 이어가며 로비 규모를 73만 달러(약 11억원)로 1년 전(36만 달러) 대비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LG전자 미국법인도 40만 달러(약 6억원)를 투입해 자율주행·AI·커넥티드카·라이다 관련 정책 대응에 나섰다.

통상 방어 전선에서는 한국무역협회가 70만2000달러(약 10억원)를 지출해 관세 조치 관련 의견 전달과 한·미 산업 협력 분야 발굴에 집중했다. 포스코아메리카는 16만8000달러(약 2억5000만원)를 집행해 무역법 232조·301조 대응에 주력했고 삼성SDI아메리카도 17만 달러(약 2억5000만원)를 투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수년간의 추세를 잇는 것이기도 하다. 국내 기업의 대미 로비 금액은 2020년 1553만 달러에서 2024년 3532만 달러로 5년 새 127% 급증했다.

한편 미국에서 로비는 기업이나 단체가 정책과 제도에 대한 입장을 정부와 의회에 전달하는 합법적 행위로, 관련 내역은 분기별로 LDA에 공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