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신용점수 800점대 차주들까지 채무조정을 고민할 만큼 중신용층의 금융 부담이 커지자 정부가 중금리 대출 체계를 전면 손질한다. 사잇돌대출의 타겟을 재설정하고 금리 산정 방식을 합리화해 실질적인 이자 인하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개인사업자 전용 상품 신설과 여전업권의 참여 확대를 통해 금리 단층 현상을 해소하고,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추가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서민 금융의 허리를 보강하겠다는 구상이다.

[Pressure : 중신용자 대출 감소…금리 단층 여전]

중금리대출은 신용대출 시장에서 금리 단층을 완화하고 중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 기능을 담당하는 핵심 축이다. 중신용자(신용점수 하위 20~50%)는 신용이력 축적을 통해 고신용자로 상향 이동할 수 있는 반면, 이자 부담이 과도해질 경우 저신용자로 하락할 위험이 있는 계층이다.

이 때문에 신용도에 비례한 적정 금리를 제공해 이자 부담을 완화하는 것은 대출시장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재정으로 뒷받침되는 정책서민금융만으로는 중신용자의 자금 수요를 충분히 포괄하기 어려운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차주에 대해서는 민간 중심의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그동안 중금리대출 시장 안착을 위해 사잇돌대출 공급과 민간중금리대출 지원을 병행해왔다. 그 결과 시장 규모는 확대됐지만, 중신용자의 신용위험에 비례한 적정 금리 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개선 여지가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은행권과 제2금융권 간 금리 격차가 여전히 큰 가운데 중신용자에서 저신용자로 갈수록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은행과 저축은행 신용대출 금리 차이(잔액 기준)는 ▲2016년 20.1%에서 ▲2019년 15.4% ▲2022년 9.1% ▲지난해 9.7%로 줄었다. 다만 중신용자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5.4~10.7%로, 은행을 이용하는 고신용자보다 여전히 높은 상황으로 최대 2배에 달한다. 대출원가, 신용평가 역량부족, 한도에 민감한 차주 특성 등 제2금융권 금리가 구조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중신용자가 2금융권으로 몰리면서 평균금리가 급격히 상승한 영향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중신용자는 금리 부담에 따라 고신용자로 올라갈 수도, 저신용자로 떨어질 수도 있는 민감한 계층"이라며 "최근 경기 상황이 녹록지 않아 부담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신용점수 800점대 차주가 신속채무조정을 고민하거나 정책서민금융 이용을 위해 신용점수를 낮춰야 하나 고민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Policy : 사잇돌 재편·민간 규제 완화…중금리 공급 확대]

정부는 중신용자 대상 자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사잇돌대출과 민간중금리대출 제도를 함께 손질한다. 우선 사잇돌대출은 중신용자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한다. 2016년 도입된 사잇돌대출은 그동안 '신용 하위 50%에 70% 이상' 공급하도록 운영돼 왔지만, 실제로는 중신용자(48.4%)와 저신용자(41.3%) 비중이 유사하게 나타나며 중신용자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적격 공급요건을 '신용 하위 20~50%에 70% 이상'으로 개편해 중신용자 공급 비중을 확대한다. 이 경우 사잇돌Ⅰ 금리는 7.3~14.5%에서 7.14~9.3%로, 사잇돌Ⅱ는 11.1~17.2%에서 11.2~14.6%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를 통해 최대 1000억원 규모 추가 공급과 보험료율 최대 5.2%포인트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사잇돌대출 공급요건/그래픽=강지호 기자


저신용층은 정책서민금융을 통해 별도로 지원한다. 금융당국은 올해 정책서민금융 12조원 공급을 목표로 햇살론 금리를 15.9%에서 12.5%로 인하할 계획이다.

공급 기반도 넓힌다. 개인사업자 전용 사잇돌대출(가칭 '사장님 사잇돌')을 신설해 업력·매출 등 사업 특성을 반영한 심사를 도입하고, 연간 500억원 규모 공급을 추가로 늘린다. 또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전업권의 참여를 허용해 사잇돌Ⅱ 공급을 확대하고, 최대 5000억원 규모 추가 공급을 유도한다.

민간중금리대출 제도도 함께 개편된다. 금리요건 산식에 조달원가 외 대출원가 변동분을 반영하고 예금보험료를 제외하는 등 구조를 합리화해 금리 인하를 유도한다. 산식 개선 시 금리요건은 최대 1.25%포인트 낮아질 전망이다.

민간중금리대출도 분리한다. 2금융권에서 현행 금리요건 대비 3%포인트(잠정) 이상 낮은 금리로 공급된 대출을 가칭 '중금리대출1'로 분리하고 규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이와 함께 민간중금리대출의 일부(최대 80%)를 가계대출 총량 규제 산정에서 제외하고, 1000만원 이하 '중·저신용자 생활안정자금' 상품도 신설한다.

아울러 중금리대출 공급 목표를 사전에 공시하고 공시 항목을 세분화해 금융사의 자율적인 금리 인하와 공급 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다. 저축은행의 온투업 연계투자에도 중금리대출 의무비율과 인센티브를 부여해 공급 채널을 확대한다.

[Test : 전문가 "방향은 맞다…민간 역할·심사 역량이 관건"]

전문가들은 이번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이 중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민간 금융시장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참여와 정교한 신용평점 평가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에 대해 포용금융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제도 설계의 정교함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서 교수는 "중금리대출을 1·2로 구분하면서 단순히 기존 대비 금리를 3%포인트 낮추는 기준만 적용하기보다, 신용평점별 표준 금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차주 체감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예컨대 신용점수 구간별로 적용 가능한 금리 범위를 제시한 뒤, 그 수준 대비 인하 폭에 따라 상품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금융사별 금리 수준 차이로 인해 동일 기준 적용이 어려워지고 실질적인 금리 인하 효과도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 교수는 이어 "금융당국이 제시한 금리 인하 효과 역시 실제 시장에서 구현되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박사는 "이번 방안에서는 중금리대출 공급 측면의 문제를 차별화된 인센티브 체계 도입을 통해 해소하고자 한 점이 높이 평가된다"면서도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제2금융권이 매우 중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제2금융권의 대출심사 능력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