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500 견인한 반도체·AI의 내일은? "워시 연준의장 주목"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 "백악관 금리 인하 압박에 맞서 연준 독립성 지켜낼지 주목"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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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 증시가 AI(인공지능)·반도체 랠리를 타고 급등하는 가운데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자의 통화정책 방향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워시 지명자가 취임 이후 완화적 통화정책을 추진할 경우 AI와 반도체 중심의 주가 상승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경우 최근의 증시 랠리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분석이다.
7일 고승범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금융위원장)은 'BKL Perspectives Vol.16' 보고서에서 "미국과 한국 증시 모두 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반도체와 AI 붐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고 고문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세계 경제가 출렁일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모니터링과 선제적 대응의 고삐를 죄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고 고문은 "이제 시장의 시선은 한곳으로 쏠린다"며 "과연 워시는 트럼프의 '금리인하 압박'을 이겨낼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연준의 독립성을 지켜낼 것인가"라고 짚었다.
그는 연준의 역사가 독립성을 둘러싼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설명했다. 고 고문은 "유럽과 달리 미국 중앙은행의 역사는 매우 독특하다"며 "건국 초기, 미국의 지도자들은 중앙집권적인 중앙은행 설립을 두고 심각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고 했다.
고 고문은 중앙은행 부재가 금융 불안을 키웠고 반복된 위기가 결국 연준 출범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1836년 중앙은행에 대해 적대적이던 앤드류 잭슨 대통령이 영업 지속을 거부하면서 미국에서 중앙은행이란 존재는 아예 사라지게 되었다"며 "19세기 후반 중앙은행이 부재한 가운데 금융시스템 불안이 이어지며 미국에서는 금융위기가 빈번하게 발생하였다"고 했다.
그는 "반복되는 위기는 역설적으로 중앙은행의 존재 필요성을 증명했다"며 "결국 1913년 12월, 미국은 거듭된 금융위기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연준을 출범시킨다"고 설명했다.
고 고문은 연준이 이후 제도 개혁을 거치며 현재의 중앙은행 체제를 갖췄다고 봤다. 그는 "태동기 연준은 워싱턴의 관료들보다 뉴욕의 은행가들이 통화정책의 실질적 키를 잡았던 '뉴욕 주도'의 시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리너 에클스 당시 연준 의장은 연준개혁 입법을 통해 권력의 무게중심을 워싱턴으로 옮겨왔다"며 "연준은 비로소 강력한 중앙집권적 컨트롤 타워를 갖추게 된 것"이라고 했다. 또 "1977년 개혁으로 연준에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의 양대 책무가 규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 고문은 워시 지명자의 인사청문회 발언에도 주목했다. 그는 워시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대통령들은 금리인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연준의 독립성은 연준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면서도 워시 지명자가 정부와의 협력 가능성도 함께 내비쳤다고 봤다. 고 고문은 "그는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유지하면서 국가부채 관리 등 이슈에 대해서는 재무부와 협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했다.
이는 국내 통화정책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오는 28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의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성장률 전망 상향, 물가 경계 발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둘러싼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 간 정책 공조 필요성이 커지는 동시에 통화정책 결정의 독립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가 한은에도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고 고문은 이와 관련해 "필자는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워시 지명자의 견해에 동감한다"며 "과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재직하며 필자가 일관되게 고수한 원칙 또한 '고립되지 않는 독립'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중앙은행 간 협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됐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폴슨 재무부 장관과 버냉키 연준 의장의 긴밀한 협력은 중앙은행이 어떻게 원칙과 협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역사적 귀감"이라고 했다.
다만 고 고문은 워시 지명자 취임 이후 통화정책 환경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워시 지명자의 의장 취임 이후 통화정책 환경은 결코 순탄치 않아 보인다"며 "지난주 FOMC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반대의견이 4명이나 나온 것은 그 자체로 연준의 균열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4명의 반대의견 제기는 1992년 10월 이후 34년 만이라고 하는데, 트럼프와 의견을 같이 하는 마이런 연준 이사가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한 데 반해 3명의 지역 연준 총재들은 향후 금리인하 기대를 차단하는 내용의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고 설명했다.
고 고문은 "이러한 이유로 시장에서는 이번 FOMC 결정을 '매파적 동결'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더욱이 최근 미-이란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연준이 섣불리 금리인하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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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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