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월 24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 2일 회의가 23일에 진행됐다"며 "선언·호소 아닌 힘을 통한 평화 실현하는 새 시대"라는 김정은 당 총비서의 시정연설 내용을 전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 헌법 개정이 이뤄진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지난 3월 하순 헌법 개정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 사용권'을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휴전선을 사실상의 국경선으로 설정하는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통일'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등 남북 '두 국가' 노선을 헌법에 반영했다.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두 국가 노선을 분명히 했지만 대남 적대성은 상당 부분 조절됐다" "핵 포기 의사가 없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집권 15년 차에 단행된 이번 헌법 개정은 여러 측면에서 중대한 함의를 지닌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핵무력에 대한 지휘권은 국무위원장에게 있다" "국무위원장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핵무력 사용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는 내용을 헌법에 명문화한 점이다. 핵 보유를 체제 유지의 헌법 질서로 못 박은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2022년 이른바 '핵 교리'를 통해 핵 보복 원칙을 공식화했고, 2023년부터는 핵 공격 전반의 지휘통제 체계를 뜻하는 '핵 방아쇠'라는 표현도 사용해 왔다. 그러나 핵 사용 교리를 법령이나 규정 수준이 아니라 헌법에 직접 명시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핵 사용권 위임 조항은 김정은 제거를 목표로 한 이른바 '참수작전' 상황에서도 자동적 핵보복이 가능하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남측 국경을 대한민국으로 명시하는 영토 조항을 신설한 것도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이는 김정은이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헌법 차원에서 공식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개정 헌법 서문에서 김일성·김정일 관련 표현을 삭제하고, 국무위원장의 권한과 위상을 대폭 강화한 대목 역시 마찬가지다.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김정은 1인 절대권력을 국가 체제의 중심축으로 더욱 굳혀가는 흐름이 선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완전 점령·평정·수복'이나 '불변의 주적' 같은 표현이 제외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북한의 대남 노선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겉으로는 정상국가 이미지를 연출하려 하지만, 핵무력과 세습 독재 체제를 헌법으로 고착화하고 있다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이다. 이번 개헌은 북한 핵이 더 이상 협상용 카드가 아니라 체제 자체를 떠받치는 핵심 질서로 격상됐음을 보여준다. 막연한 낙관론이나 정치적 수사에 기대기보다 북한의 의도와 한계를 냉정하게 직시한 채 안보·통일 전략 전반을 보다 현실적이고 치밀하게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