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인근에 삼성전자 주주행동실천본부에서 설치한 삼성전자 노조 규탄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스1


삼성전자 노조가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이들을 둘러싼 대중의 시선이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사회적 연대·약자 보호 등 노동운동 본연의 가치를 추구하기보단 특정 사업부의 이익에 치우친 집단 이기주의로 전락했다는 진단이다. 국민적 지지가 노동운동 영향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역시 명분을 잃으며 한계를 드러낼 거란 관측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제도화 방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전날에 이어 이날 2차 사후조정 교섭이 진행되고 있으나 타협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노조는 ▲영업이익 15% 성과급 재원으로 일괄 분배 ▲성과급 상한선 폐지 ▲관련 제도 명문화 등을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해당 제도화를 당장 수용하기 어렵단 입장이다.

2차 사후조정 후에도 노사 합의가 불발될 경우 노조는 오는 21일 계획대로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회사가 제도화에 대해 입장이 없으면 조정인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노조의 강경한 기조에도 실제 총파업 효과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노동운동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삼성전자 총파업의 경우 노조 목소리를 뒷받침할 범국민적 지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 사례를 보면 지난 2023년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자국민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파업과 교섭을 동시에 진행, '빅3' 완성차 업체로 불리는 스텔란티스·포드·GM으로부터 임금 인상을 포함한 대규모 합의안을 이끌었다. 그 당시 로이터·입소스가 미국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약 3분의 2가 '노동조합이 모든 미국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고 답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에 관해선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이다. 특히 반도체 초호황기 속 관련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삼성전자 파업 관련 인식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9.3%가 노조 파업 예고에 관해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변했으며, 가장 염려되는 대목으로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따른 한국 반도체 산업의 신뢰도 하락'을 꼽았다.

목소리를 내는 과정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노조 대표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산별 연대를 지향해야 하는 조직 특성에도 불구하고, 자사 반도체(DS) 부문 이해관계에만 몰두하며 노사 갈등은 물론 디바이스경험(DX) 부문과의 내부 갈등까지 키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초기업노조는 동종업계 근로자는 물론 이들과 연관된 비정규직·협력업체 종사자 등 산업 전반의 권익 향상을 위해 목소리를 낸다.


노조 수장의 행보도 국민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처우 개선을 외치며 총파업을 예고해놓고 동남아시아로 호화 휴가를 떠나 논란이 일었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위원장도 총파업을 앞두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통상 노동운동이 사회적 약자의 권리 증진을 위한 활동으로 인식되는 만큼 경제적 여유를 드러내는 듯한 지도부의 행보가 총파업의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있단 평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외부 여론은 노조의 힘을 좌우하는 주된 요소"라면서 "대외적 명분 없이 파업에 돌입하거나 갈등 상황이 이어지면 (노조는) 외부 여론에서 고립하게 되고,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노동자는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대외적 지지를 이끌지 못한 채 자신들의 밥그릇 키우기에 연연해왔던 게 아쉬운 이유"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