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강남권 주요 정비사업 수주 현황/그래픽=강지호 기자


서울 강남권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꼽히는 압구정·신반포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이주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50% 보장과 마이너스금리 조달, 분담금 납부 유예 등 금융 제안에 나섰다. 치솟는 공사비와 높은 대출 규제 속에 조합원들의 표심을 노린 금융경쟁이 시공사 선정에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는 23일 압구정4구역을 시작으로 25일 압구정3구역, 30일 압구정5구역과 신반포19·25차 재건축조합이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한다.

압구정3·4구역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각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수의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압구정5구역은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경쟁한다. 기존 1232가구를 철거하고 최고 60층 약 1400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약 1조5000억원이다. 대형 건설사가 경쟁입찰을 해 사실상 마지막 격전지로 평가된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전통의 시공사라는 브랜드 강점을 내세워 통합 개발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5구역 결과에 따라 2·3·5구역을 하나의 '압구정 현대타운'으로 묶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를 제안하며 프리미엄 단지 이미지를 내세웠다. 전 세대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한 3면 개방형 구조를 설계하고 최대 13m 폭 조망, 3m 천장고 적용 등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DL이앤씨는 '아크로 압구정'을 단지명으로 제안하고 조합원 수익 극대화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공사비를 3.3㎡(평)당 1139만원으로 제시해 조합 제시 금액보다 100만원 이상 낮췄다. 공사기간도 다른 구역 대비 4개월 단축해 57개월로 제안했다. 이를 통해 가구당 약 4000만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 조달금리 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수준으로 사업비를 대여하는 조건으로 이주비 부담이 큰 조합원의 표심을 노린 제안으로 풀이된다.

파격 금융 조건, 분담금 최소화…"분쟁요소 해석 필요"

신반포 19·25차 통합재건축 수주 경쟁에 뛰어든 포스코이앤씨는 조합원의 분담금을 최소화하는 '분담금 제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주요 내용은 ▲동일 평형 입주시 분담금 제로(0) ▲금융지원금 2억원 조기 지원 ▲사업비 전액 1.8%(CD·양도정기예금증서-1%) 금리 적용 등이다.

조합원당 2억원의 금융지원금도 지원한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사업 시작과 동시에 조합 통장으로 892억원을 입금하고, 압구정 재건축 시공사들이 2~4%대 금리를 제안했는데 1.8% 수준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단지명으로 '래미안 일루체라'를 제시하고 AA+ 신용등급 기반의 자금 조달 능력과 사업비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세부 공약으로 ▲이주비 LTV 100% ▲대출 없는 분담금 후불제 ▲사업비 조달 무제한 등 조건을 제시했다.

사업 촉진비에서 한도 없는 대여 조건도 제안했다. 포스코이앤씨가 가구당 12억원, 총 5350억원을 제시한 것과 비교해 자금 대응 여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금융비용 절감과 이익을 체감할 수 있도록 사업 조건 약속을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공사들의 위법 소지가 있는 금융 지원을 대상으로 한 행정기관의 '권고' 대응을 지적하고 있다. 관할 구청이 위법 소지를 확인해도 조합에 판단을 맡기며 관련 규정이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등에 따르면 시공사는 시공과 관련 없는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할 수 없다. 통상 금융기관 대출금리보다 낮은 조건으로 사업비나 이주비를 제공할 경우 재산상 이익 제공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건설사의 금융 지원은 현금을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조합원에게 이익을 제공했는지 판단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면서 "과도한 경쟁은 공정성을 해칠 뿐 아니라 사업 절차를 지연시키고 분쟁 요소를 키워 국토교통부의 명확한 해석과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