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성장률 오르는데 일자리는 '뚝'…단기 대책 없는 정부
올해 실질성장률 2%→3% 상향에도 취업자 증가폭은 15만명으로 뚝
KDI도 경고한 '낙수효과 실종'…반도체만 독주, 건설·서비스 고용 한파
'청년 전문인력 20만명 양성' 중장기 해법만…당장 올해 고용 보완책 부재
유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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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끌어올리며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정작 취업자 증가 전망치는 오히려 낮췄다.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고용과 내수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청년 전문인력 양성, 지방주도성장 등 중장기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쪼그라든 올해 일자리에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정부는 1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취업자 증가폭 전망치를 16만명에서 15만명으로 낮췄다. 실질성장률 전망을 2.0%에서 3.0%로 올려 잡은 것과 대조적이다.
실질성장률이란 물가 상승 효과를 제외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말한다. 실질성장률이 오른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실제 부가가치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고용 시장은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경제성장률과 '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극히 일부 기업에만 몰린 과실이 고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등으로 흐르지 않아서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성장률 상승이 주로 반도체 분야에서 나오는데 반도체는 취업유발계수가 높지 않아 일자리 창출에는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투자에 비해 고용 규모가 크지 않은 자본·기술집약적 업종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1~5월 월평균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에서 26만3000명 늘었다. 제조업은 5만5000명, 건설업은 2만5000명 각각 줄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미 예견했던 흐름이다. KDI는 지난 5월 '2026년 상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당시 성장률 증가폭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 효과에 기대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 설비투자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4~5월 기준 기준치(100)를 밑도는 90 부근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함께 언급했다. 유례가 없는 반도체 호황으로 큰 돈이 흘러들고 있지만 중소기업 현장까지는 그 낙수효과가 닿지 않고 있다는 게 당시 진단이었다.
중소기업의 체감경기 지표에서도 간극이 확인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7월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78.2였다. 전월보다 1.4포인트 내려앉은 수치다. 업종별 격차도 선명했다. 제조업(82.5)은 소폭 올랐지만 국민들의 체감경기와 직결되는 건설업(70.3)과 서비스업(77.5)은 각각 2.2포인트, 2.1포인트씩 떨어졌다.
정부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재경부의 성장전략 자료에는 "비교우위 있는 IT 부문에 성장이 편중된 반면 비IT 중심 지역산단은 쇠퇴하며 산업·지역 간 양극화 구조가 확대되고 있다"며 "반도체 온기가 경제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을 경우 수출-내수 부문별, 산업별, 지역별 구조적 편중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는 문구가 담겼다. 그러면서 재경부는 "생산연령인구 감소, 투자 위축, 생산성 정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잠재성장률 하방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성장전략에 단기적 해법은 담기지 않았다. '3대 메가프로젝트 부문 청년 전문인력 20만명 양성'과 '5극3특 지방주도성장' 등을 추진해 편중을 해소해 나간다는 정도다. 이를 통해 민간 일자리를 확대하고 청년형 공공일자리를 발굴해 20만개 이상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2030년까지 중장기 목표다. 올해 취업자수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을 어떻게 보완하겠다는 내용의 계획은 이번 경제성장전략 발표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의 이번 경제성장전략이 갖는 한계로 지목된다.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은 "3·4·5 비전(잠재성장률 3%, 수출 4강, 국민소득 5만달러)이 도전적이라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반도체 호황으로 생긴 기회를 활용해 압도적으로 투자하면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핵심 목표인 잠재성장률 3% 달성 시점에 대해 강기룡 차관보는 "구체적인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반도체 경기가 기대만큼 유지될지도 불투명하다. 호황이 정점을 지나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속속 나오고 있어서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2027년 상반기까지는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하반기에는 누그러들 수 있다는 게 여러 기관의 전망"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호황에 기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차세대 전력반도체, 피지컬AI, 초전도체 개발 등 초혁신경제를 함께 추진하고 있고 조선·방산·K콘텐츠 등 다른 수출 품목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3대 메가프로젝트로 늘어나는 세수를 취약계층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에 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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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