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감사위 신설 반대' 표명 돌연 연기…비난 여론 의식했나
'직선제·감사위 신설' 우려…농협중앙회, 일정 돌연 보류
이재명 대통령 "일부 임직원 비리, 본연 역할 충실하지 못해"
유찬우 기자
공유하기
농협중앙회가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농협 개혁안에 대한 공식 입장 발표를 돌연 보류했다. 개혁안은 회장 선출 방식 개편 및 내부통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최근 해당 논의를 둘러싼 비판 여론과 정치권을 의식해 표명 시점을 미룬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본관에서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직후 개혁 방향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입장문은 강호동 회장이 낭독하기로 했으나 해당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자 발표 일정이 잠정 보류됐다.
전국 단위 농·축협 조합장들로 구성된 비대위는 지난달 9일 출범한 뒤 줄곧 농협법 개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 왔다. 지난달 21일에는 비대위를 중심으로 약 2만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농협법 개정 추진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농협은 강 회장을 둘러싼 비리 의혹으로 조직 쇄신 요구가 커지는 상황이다. 현재 경찰은 강 회장이 2023년 회장 선거를 앞두고 계열사와 연관된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지난달 강 회장은 경찰에 출석해 10시간 넘게 조사를 받기도 했다.
현재 정부·여당은 농협의 지배구조 개선과 공공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직선제를 도입해 회장 선출 시 조합원의 의사를 반영하고 내부 견제 장치를 마련해 조직 운영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당초 이날 발표될 예정이던 입장문에는 해당 개혁 추진에 대한 농협의 입장과 함께 여러 농촌 지원 확대 계획이 담겨 있었다.
"직선제 선거비용 400억원…조합원 지원 줄어들 수도"
입장문에는 "그간 농협은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직선제 도입 등 농협법에 담긴 일부 조항이 협동조합과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심해 왔다"며 "농협의 제도와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은 조합원의 권익 향상과 농업·농촌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적혔다.이어 "조합원 직선제는 열린 마음과 책임 있는 자세로 적극 수용하겠다"면서도 "직선제 도입에 따른 지역 갈등, 농협의 정치화, 금권선거 부작용 등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고 언급됐다. 400억원(농협 자체 추산)에 이르는 과도한 선거비용이 조합원에 대한 지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감사위 신설에 따른 중복규제, 인력·운영비 증가 등 경영 전반의 자율성과 안정성의 저해도 우려된다"며 "내부감사 기능의 독립성 강화와 범농협준법감시위원회 설치 등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실효적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학계 및 농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론화를 거쳐 정부·여당과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라고도 부연했다.
특히 '내부감사 기능의 독립성 강화' 내용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과도 대립된다. 이 대통령은 최근 농협 개혁 방향성을 두고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일부 임직원 비리로 농협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 측은 "이번 입장문 발표를 두고 내부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향후 발표 시기를 다시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유찬우 기자
금융권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