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안전 사라지고 정쟁만 남은 GTX 부실시공 사태
이화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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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공사 구간의 철근 누락 사태가 정치권 공방으로 확산되며 건설업계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사 현장에서 크고 작은 오류는 발생할 수 있지만 국내 최상위 시공사와 다중 감시 체계가 투입된 국가 핵심 인프라 사업에서 치명적인 시공 오류가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당 구간 지하 5층 기둥 80본 중 50본은 준공 구조물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시공사 현대건설은 구간 도면을 오독해 지하 5층 기둥 80곳에서 2개씩 들어가야 할 주철근을 1개씩만 시공했다. 누락된 철근은 총 178t(톤)에 달한다.
서울시는 시공사로부터 관련 사실을 보고받은 뒤 약 5개월이 지나서 국토부에 공식 보고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구간은 국토부 산하 기관인 국가철도공단이 서울시에 위탁해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로 이어졌다. 하지만 회의장은 예상과는 다른 내용으로 전개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에 대한 점검보다 '누가 잘못했나'를 따지는 진실게임으로 채워졌다.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은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서울시는 "수차례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고 맞섰다. 두 기관은 지난 25일에도 서로의 입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각각 발표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전불감증" "정치 감사" 같은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양측의 책임 공방이 여야 서울시장 후보 간 선거 대리전으로 번지면서 사태의 본질이 흐려지는 모양새다.
사고 책임을 규명하는 일은 필요하다. 삼성역 지하공간은 서울 동남권 핵심 교통축으로 GTX-A·C 노선과 지하철 2호선, 버스 환승센터 등이 집결하는 시설이다. 관리 책임 역시 무겁다. 지금처럼 책임자들이 "몰랐다" "보고했다"는 식으로만 떠넘기기 급급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번 사고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다중 감시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자체 점검에서 문제를 발견해 자진 신고했지만 이에 앞서 철근을 배치하고 콘크리트를 붓기까지 감리업체마저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발주청 서울시와 위탁기관인 국가철도공단의 협력 대응도 뒤늦었다. 현장 작업자 한 명의 단순 실수가 아니라 여러 단계의 안전망이 동시에 무너졌다는 의미다.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건 정치권의 공방이 아니다. GTX-A를 이용해도 안전한지,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답이다. 사고 발생 시 어느 기관이 더 잘못했는지 따지는 것보다 보고 시점, 절차와 방법 등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국가 핵심 인프라의 안전 문제마저 정쟁 속에 묻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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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