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서울 떠나는 금융, 표심보단 숙의가 먼저
유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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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정책의 실효성보단 대중으로부터의 지지와 인기를 우선하는 정치 행태를 일컫는다. 어원은 19세기 미국에서 결성된 포퓰리스트당에서 유래했다.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늘 논쟁의 중심에 선다.
선거철만 되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금융권 단골 이슈가 있다. 금융기관 지방이전이다. 다음달 있을 6·3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도 관련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범위도 넓어졌다. 금융당국을 비롯해 국책은행 및 농협·수협중앙회까지 거론되며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명분은 확실하다. 서울·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균형발전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지방으로 분산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정치권에선 '금융의 재배치'에 대한 논의를 다룬 다양한 시나리오가 과거부터 꾸준히 언급돼 왔다.
문제는 현실이다. 금융은 일반 제조업 공장처럼 건물을 옮긴다고 기능까지 고스란히 옮겨지는 업권이 아니다.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정책금융기관, 민간 금융사, 증권사, 법무·회계법인, 정보기술(IT) 기업 등이 촘촘히 연결된 생태계 안에서 서로 호흡한다.
현재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금융 인프라를 감안한다면 단순한 물리적 이전만으로는 기대한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노동조합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선을 앞두고 나온 선거용 포퓰리즘'이라고 반발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특히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라면 고민할 지점은 더 많아진다. 최근 중동전쟁에 따른 리스크 및 글로벌 변동성 확대 등 시장 불안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금융 생태계는 수시로 머리를 맞댄다. 급박하게 흘러가는 위기 상황일수록 시장 안정을 위해선 속도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위기에 맞서야 하는 유관기관 간 협업 체계가 흔들린다면 효율성 저하로 이어진다. 단순히 물리적 거리가 멀어진다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아니다. 과연 정치권에서 이러한 우려를 염두에 두고 공약을 내거는지가 궁금하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 지방이전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던 올해 초와 달리 지금은 다소 수그러든 것 같다"면서도 "지선이 끝난 이후 지역별 선거공약 및 요구에 따라 관련 논의가 다시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건은 갖춰져 있다.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을 지방으로 옮기는 법안은 이미 정치권에서 발의된 상태다. 최근 들어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이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지방이전이 무조건 틀렸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선거철마다 금융의 이름을 빌린 '표심잡기'가 반복된다면 대중의 신뢰마저도 잃을 수 있다. 단순히 어느 금융기관을 '어디로 보내겠다'가 아니라 금융기관을 어떻게 바꾸고 이를 통해 무엇을 달성하려 하는지 등 내용을 담은 전략이 필요하다.
숙의를 위한 시간은 아직 남아있다. 대부분 금융기관의 본점 소재지는 관련 법에 '서울'로 명시돼 있다. 지방 이전을 추진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행정·입법부의 협의가 필요한 만큼 빠른 개정이 진행되기는 다소 어렵다. 지방 이전을 위해 치열하게 다투고 논의하는 그러한 공론의 장이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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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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