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체들이 고환율 수혜를 크게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에이스 헤리츠 행사장 모습./사진=에이스침대


원/달러 환율이 5월 들어 장중 1500원대를 넘나드는 등 초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침대·가구 업계는 좀처럼 환율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반도체·가전 업종이 고환율에 따른 수출 경쟁력 강화 효과를 기대하는 것과 달리, 가구업계는 오히려 내수 침체와 원가 부담이라는 이중 악재에 직면한 모습이다.

에이스침대 수출 사실상 중단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이스침대는 최근 수출 실적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스침대의 수출 실적은 2024년 4892만원, 2025년 2억475만원 수준에 그쳤으며 올해 들어서는 별다른 해외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며 호재로 작용하지만 침대 및 가구 산업은 구조적으로 '킹달러' 장세를 비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그동안 소규모로 잡히던 수출 실적 역시 정기적인 글로벌 판매가 아닌 비정기적 특판 성격이었다"라며 "현재는 해외 확장보다 국내 프리미엄 침대 시장 대응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구업계가 고환율 기조 속에서도 수출 확대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완제품 부피가 크고 배송·설치·AS 비용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 때문이다.


특히 침대·소파·붙박이장 같은 대형 가구는 제품 가격 대비 물류비 비중이 높다. 여기에 현지 배송과 설치, 사후관리(AS) 비용까지 추가되기 때문에 해외 판매 확대가 쉽지 않다. 실제로 침대 제품은 국가별 주거 구조와 소비자 체형, 선호 매트리스 규격 등이 달라 현지 맞춤형 생산 및 유통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자동차·가전처럼 대량 물류를 통한 환율 효과를 직접적으로 누리기 어렵고 오히려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해상 물류비 부담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나 가전은 컨테이너 단위 대량 선적이 가능하지만 침대·가구는 공간 효율이 떨어지고 현지 설치 인력까지 필요하다"라며 "환율이 오른다고 해서 수익성이 바로 개선되는 산업 구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씰리·템퍼 등 글로벌 브랜드가 이미 해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점 역시 국내 업체들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미 글로벌 브랜드들이 북미·유럽·중동 시장에서 강력한 유통망과 브랜드 파워를 확보한 상태다. 현지 소비자 인지도와 유통 인프라에서 격차가 큰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공격적인 해외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샘·퍼시스·현대리바트도 내수 방어 집중

침대뿐 아니라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샘 역시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이 3% 미만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국내 가구업체들이 매출의 90% 이상을 내수 시장에서 올리는 만큼, 장기화한 부동산 경기 침체와 주택 거래 둔화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퍼시스 등 오피스 가구 업계도 해외 법인을 통한 활로를 모색해 왔지만,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의 오피스 이전 및 사옥 수요 감소 여파로 내수 시장 방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현대리바트가 최근 이라크 해수처리시설 가설공사 등 중동 지역에서 일부 해외 수주를 확보했지만, 이는 순수 가구 수출이 아닌 해외 플랜트 현장의 숙소·사무실 조성 중심의 B2B 사업이다. 본업인 가구·인테리어 분야에서는 현대리바트 역시 국내 특판과 내수 시장 중심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는 해외 진출보다 국내 생산기지 고도화와 프리미엄 시장 방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실제 에이스침대는 최근 공시를 통해 향후 3년간 약 45억원 규모의 기계장치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투자 목적 역시 해외 생산 거점 확대가 아닌 '내용연수 연장 및 생산력 증가', '품질 향상'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가구업체들의 전략 변화가 단순한 '불황 대응'을 넘어 수익성 중심 체질 개선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처럼 외형 확대를 위한 무리한 해외 진출보다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과 마진율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5월 들어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으며 제조업 전반에서는 수출 기대감이 커졌지만, 가구업계는 산업 특성상 환율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리스크가 큰 해외 확장보다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서 수익성을 방어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