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고가, 사고 12시간 전부터 징후…"거더 붕괴 예측 불가했다"
KTX 등 운행으로 하루 3시간만 철거 가능해 공사 제약
이화랑 기자
공유하기
지난 26일 오후 서울역 도심 공사현장에서 3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서소문고가는 무너지기 12시간 전부터 붕괴 조짐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거더(상판을 지지하는 보)의 붕괴가 예측 불가했다고 밝혔다. 환경 제약으로 하루 3시간만 공사가 가능한 고난도 작업이었던 점도 사고를 막지 못한 원인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7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본관에서 서소문고가 사고와 관련 브리핑을 열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서소문고가 철거 공사 구간 중 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교차 지점에서 발생했다.
사고 당일 새벽 1시30분부터 2시30분까지 슬래브(상판) 절단 작업이 진행되던 중 일부가 약 2.9㎝ 내려앉는 단차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공사가 중단됐다. 현장 관계자들은 같은 날 오후 1시40분부터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합동 안전진단을 실시했다.
안전진단에는 서울시 공무원과 외부 전문가, 현장 작업자 등 9명이 참여했다. 점검 도중 거더가 붕괴했고 콘크리트 잔해가 고가 아래 경의중앙선 선로를 덮쳐 서울역-수색역 구간의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발주기관의 책임자인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철거 계획을 수립한 당시에 설계상 거더의 안전은 큰 이상이 없었다"며 "거더 자체가 무너지는 사고를 현장에서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거 공사는 고가 위에 기계를 놓고 상판을 절단해 크레인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날 기준 철거 공사 공정률은 88.49%다. 오는 7월 완공 예정이었다. 고가 양쪽 부분은 철거가 완료됐고 마지막으로 사고가 난 경의중앙선 선로 위 구간을 철거하고 있었다. 해당 구간은 아래에 전철과 KTX가 다녀 새벽 1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 공사가 가능했다.
'위험에 노출된 상황에서 공사가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임 본부장은 "해당 구간은 야간에 3시간 정도만 공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협의해 하루 3시간의 작업이 최대라는 답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최진우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장은 "철도 외 구간은 24시간 작업을 진행했고 철도 구간은 야간 시간에만 진행하는 것으로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2019년 콘크리트 파편 탈락
해당 사고는 전날 오후 2시33분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 철거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해 현장소장, 감리단장,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숨졌다. 서울시와 서대문구청 공무원 3명도 다쳤다.
1966년 준공된 서소문고가는 중구 중림동과 서소문동을 잇는 길이 570m, 왕복 4차선 고가도로다. 노후화로 인해 2019년 콘크리트 파편이 탈락하고 안전진단 D등급 판정을 받아 지난해 4월부터 철거가 시작됐다. D등급은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하며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다.
서소문고가 철거 공사는 총 사업비 120억원 규모다. 도시기반시설본부가 발주·주무기관이며 올해 시공능력평가 83위의 흥화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감리는 수성엔지니어링이다.
임 본부장은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부상자,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관계기관과 현장 안전을 확보하고 피해자 지원, 사고 수습·복구에 역량을 집중하고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이화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