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 루빈 완전 생산 돌입 및 확대로 엔비디아와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있던 삼성전기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삼성전기 FC-BGA 모습. /사진제공=삼성전기


인공지능(AI)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방한이 예정되면서 국내 전자부품 업계의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기가 기존 반도체 기판 협력 관계를 전자부품으로 넓힐 기회를 맞은 가운데 LG이노텍은 피지컬 AI 부품과 AI 서버용 기판을 중심으로 엔비디아의 새로운 파트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전날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GTC 타이베이 2026'서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젠슨 황 CEO는 대만에서 주요 일정을 마치고 5일 한국을 찾아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잇달아 만날 예정이다.

베라 루빈 생산 소식에 엔비디아와 협업을 강화해 온 삼성전기에 기대감이 모인다. 앞서 삼성전기는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추론 전용 칩인 그록3 언어처리장치(LPU)의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주요 공급사 지위를 확보했다. 젠슨 황 CEO가 베라 루빈 생산량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삼성전기의 FC-BGA 수요도 빠르게 늘 것으로 보인다. FC-BGA는 고성능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하는 패키지 기판이다.


AI 인프라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젠슨 황 CEO의 언급도 삼성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AI 서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통신 부품 등이 고밀도로 탑재되는 구조다. 전력 사용량과 발열 부담이 크기에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돕고 불필요한 신호 간섭을 줄이는 고사양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역할이 중요하다.

삼성전기는 일본 무라타와 함께 고사양 MLCC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미 협업 관계를 구축한 삼성전기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와 LG그룹의 협업 관계가 구축된다면 피지컬 AI 부품부터 반도체 기판까지 LG이노텍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LG이노텍의 FC-BGA 기판 샘플 제품 2종 모습. /사진제공=LG이노텍


LG그룹과 엔비디아 협업 기대감이 커지면서 LG이노텍에 낙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젠슨 황 CEO는 이번 회동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피지컬 AI 협력 확대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피지컬 AI에서 카메라 모듈, 센서, 통신 부품 등 하드웨어 부품은 반도체만큼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로봇과 자율주행 기기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해 사물과 공간을 읽는 카메라·센싱 모듈 성능이 중요하다. 기기 간 데이터 송수신과 클라우드·서버 연동을 위한 통신 부품도 필수다. 해당 분야는 LG이노텍이 핵심 사업군으로 육성하며 기술력과 양산 경험을 축적해 온 영역이다. 향후 엔비디아와 LG그룹의 피지컬 AI 협업이 구체화할 경우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LG이노텍이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삼은 FC-BGA에 대한 논의도 이번 회동 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 CEO는 매년 컴퓨팅 성능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베라 루빈 성능이 향상될수록 반도체 기판도 많은 신호를 안정적으로 전달해야 해 회로 집적도와 면적이 함께 커진다. LG이노텍은 AI 서버용 대면적 FC-BGA와 초대면적 FC-BGA 기판을 앞세워 글로벌 빅테크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판 내부에 칩을 매립해 신호 이동 거리를 줄여 전력 손실을 낮추고 서버 효율을 높이는 칩 임베딩 기술을 대면적 기판에 적용하는 등 기술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사업 영역 확대는 반도체뿐 아니라 후방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기는 반도체 소재로, LG이노텍은 피지컬 AI 부품과 기판을 중심으로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