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빚어진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 대해 10일 증거 확보에 나섰으나 '인쇄매수 1900매'라고 표기된 투표용지 보관상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 보관상자는 무엇이고, 왜 중요하며,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김지연 서울동부지법 민사 제51단독 부장판사는 전날 서울시장 후보였던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신청한 증거보전 사건을 일부 인용 결정해 이날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보전 대상은 투표용지 보관상자와 투표소를 촬영한 폐쇄회로(CC)TV 영상 등 4건이었다. 그러나 지방선거 당시 투표소로 사용된 잠실 우성아파트 노인정에는 '인쇄매수 1900매' 투표용지 보관상자가 없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김지연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잠실7동 제2투표소였던 서울 송파구 우성아파트 노인정에 대한 현장 검증에 나섰으나 투표용지 보관상자를 찾지 못한 채 30여 분 만에 돌아가고 있다.


이 보관상자에는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인 지난 3일 잠실7동 제2투표소를 찾는 유권자에게 배부할 투표용지 1900매가 담겨 있었다. 문제는 투표용지보다 더 많은 유권자 2079명이 이 투표소를 찾으면서 투표용지가 모두 동이 났다는 것. 선거관리위원회가 부랴부랴 투표용지를 공수하는 과정에서 투표시간은 4시간 더 연장됐고, 이후 시민들은 투표함 반출을 막기 위한 시위를 벌였다.


당시 투표용지는 모두 기표를 마치고 투표함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투표용지 보관상자는 빈 박스였다. 그럼에도 김정철 후보가 이 보관상자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한 것은 '인쇄매수 1900매'라는 표기 자체가 선거 부실 관리의 결정적 증거가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확정 선거인은 3856명이었다. 당시 중앙선관위는 각 지역 선관위에 선거인 수의 최소 50%를 기준으로 투표용지를 인쇄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그렇다면 잠실7동 제2투표소에는 최소 투표지가 1900매가 아닌 1928매가 있어야 한다. 확정 선거인(3856명)의 49.3%인 1900매만 투표용지를 준비했다면 중앙선관위의 지침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애초에 자신들이 정한 기준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 투표용지 보관상자를) 확보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송파구 선관위가 (확정 선거인의) 50% 이하로 준비한 것 같긴 하다. 다만 100매 이하는 절사(節舍, 잘라서 없앰) 지침이 있다"고 해명했다. 선관위 업무편람에 따르면 100매 미만은 절사해도 된다는 지침이 있고, 송파구 선관위 측이 이에 따라 1928매 중 28매는 절사해 1900매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택배를 받아도 안의 택배 내용물이 중요하지 택배 상자가 중요한 건 아니지 않느냐"며 "투표용지 보관박스는 법적으로 보관의무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보관상자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중앙선관위는 사라진 보관상자의 행방에 대해 보고받은 게 없다고 했다. 개표소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핸드볼경기장으로 갔을 수도 있고, 아니면 투표함 반출 저지 시위 과정에서 누군가가 가져갔거나 이미 쓰레기장으로 갔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투표용지 보관상자를 포함해) 투표 관련 용품은 보통 처리업체와 계약해 분쇄하거나 용해해 처리한다"며 "투표소를 관리하는 투표 관리관이 처리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사라진 투표용지 보관상자의 행방과 관련해 송파구 선관위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한 상태다. 그는 "선관위 측에 관련 사실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요구했고, 조만간 사실조회에 대한 답변을 하기로 했다"며 "답변 내용을 검토한 뒤 추가 증거보전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보관상자가 발견되든, 영원히 찾지 못하든 상관없이 송파구 선관위가 확정 선거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투표용지를 준비한 사실은 변하지 않아 선관위의 부실 선거 관리 의혹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