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문을 시위대가 봉쇄하면서 이곳에 입주한 13개 단체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핸드볼경기장 출입문을 막고 있는 시위대와 이들을 지켜보는 경찰의 모습/ 사진=뉴시스


대한수중핀수영협회는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인천에서 열리는 세계핀수영선수권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하지만 협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핸드볼경기장 출입구가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가로막혀 참가국 등록 현황 등 대회 운영에 꼭 필요한 자료에 접근하지 못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결국 선수 지원 등이 원활하지 않자 세계수중연맹(CMAS)은 협회에 1만유로(약 1752만원)의 지연 벌금을 내도록 했다.


재정적 피해는 이것만이 아니다. 사전에 준비한 입장권을 봉쇄된 사무실에서 가져나오지 못하면서 유료 판매를 포기하고 무료 입장으로 전환했다. 이 피해금액만 40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선수단 유니폼을 반출하지 못해 다시 제작하는 등 행사 차질로 발생한 피해액을 모두 합하면 1억4800만원에 달한다는 게 수중핀수영협회 측 추산이다.

6·3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재선거 요구 시위'가 20일째를 맞고 있다. 당시 개표소로 활용된 핸드볼경기장으로 시위대에 몰려들면서 이 경기장에 입주해 있는 체육단체 9곳, 사단법인 3곳, 비영리단체 1곳 등 13개 단체는 3주가량 사무실 출입을 못하고 있다. 이들 단체의 금전적 피해는 최소 41억원에 이른다.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콘서트 등 문화행사까지 취소되거나 변경되면서 그 피해가 문화계로 확산되고 있다.

체육단체, 진입 시도 번번이 막히면서 피해액만 최소 41억원

지난 16일 경찰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출입문을 막고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를 향해 입주단체의 출입을 막는 것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경고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해 있는 체육단체들은 출입문 봉쇄가 시작된 지난 5일부터 최근까지 경찰과 함께 30차례 이상 진입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시위대에 저지당했다. 그 사이 각종 국내외 대회가 차질을 빚으면서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펜싱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18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2026 아시아펜싱 선수권 대회 출전을 앞두고 대한펜싱협회 사무실이 봉쇄되면서 사무실에 보관해놓은 칼과 펜싱화, 재킷 등 장비를 꺼내가지 못했다. 대회 참가비와 호텔 숙박료 등도 협회 임원 사비로 내야 했다. 다음달에는 세계선수권대회와 해외 전지훈련이 예정돼 있어 펜싱 선수들의 피해는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산악연맹은 사업에 필요한 법인카드와 일회용 비밀번호 생선기(OTP)를 이용하지 못해 카드 대금이 연체됐고, 이 때문에 카드 한도까지 축소됐다. 대한수상스키·웨이크보드협회는 다음달 한일 친선 경기에 참여하는 일본 선수 18명의 숙박비와 식비, 차량 대여비 등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외 대회 차질뿐 아니라 대표팀 지도자, 심판 등 인건비와 각종 공과금 지급도 줄줄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9개 체육단체의 피해 추산액은 41억여원에 이른다. 대한체육회는 9개 단체가 이달 중 집행해야 할 예산이 총 60억원이지만 업무 마비로 예산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입주단체 사정도 비슷하다.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해 있는 '사단법인 자전거21'은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하는 1억여원 규모의 교육 사업에 참여하려 했지만 공인인증서 등 입찰에 필요한 자료를 사무실에서 꺼내지 못하면서 사업 참여를 포기했다. 이 단체 직원은 입찰 마감일이었던 지난 9일 사무실에 들어가려다가 일부 시위대로부터 소지품 검사를 받고, 출입도 제지당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동행미디어 시대' 기자에게 "지금까지 단체 피해액을 합산하면 1억4000만원이 넘는다"며 "직원들도 언제 출근할 수 있을지 몰라 사실상 유급휴가 상태"라고 말했다.

'콘서트 성지' 봉쇄되면서 문화계로 피해 확산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파크뮤직페스티벌 관람객 앞으로 태극기와 성조기 우산을 든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핸드볼경기장 봉쇄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공연이 취소되는 등 문화계 피해도 커지고 있다. / 사진=뉴시스


올림픽공원 일대는 공연의 성지로 꼽힐 정도로 많은 문화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트로트 가수 박서진은 5000석 규모인 핸드볼경기장에서 7월 4~5일 '마이 네임 이즈 서진' 앙코르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으나 지난 22일 공연을 취소하고 티켓을 전액 환불하기로 했다. 주최 측은 "핸드볼경기장 이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대안을 논의했으나 결국 공연 진행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앞서 연예기획사 하이브는 지난 6~7일 '위버스콘 페스티벌'을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로 인해 행사 운영 계획을 급히 변경했다. 넥슨은 지난 8일 게임 '메이플스토리' 쇼케이스 장소를 핸드볼경기장에서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로 옮겼고, 서울파크뮤직페스티벌은 이달 20~21일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과 핸드볼경기장을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급히 인근으로 무대를 옮겨야만 했다.

다음 달 17일과 31일에는 각각 동방신기 유노윤호 콘서트와 그룹 엔플라잉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시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데드라인 없는 봉쇄 시위… 경찰은 강제해산에 '신중'

핸드볼경기장 입주사 사이에선 시위가 언제 끝날지 기약 없는 상황에서 경찰 대응이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5일 시위대의 유소년 핸드볼 선수 무단 검문 사건과 관련해 "아무 생각 없이 옆에서 불법행위에 동조했다가 패가망신할 수 있다"며 엄단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22일 시위대 강제해산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시위대를 자극할 우려가 있는 만큼 경찰의 물리력 투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다만 경찰은 체육단체 출입 봉쇄나 불법 수색에 대해서는 엄정 수사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서울송파경찰서는 지난 16일 마지막까지 체육단체 출입을 봉쇄해 일명 '올다르크(올림픽공원+잔다르크)'로 불린 30대 여성의 신원을 특정하고 24일 업무방해 혐의로 출석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체육단체 업무방해와 불법 수색 등과 관련해 36건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