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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조4000억 원의 분기 영업이익을 내 '세계에서 돈 제일 많이 버는 기업'이 된 삼성전자 주가가 실적 발표 당일 7% 폭락하는 등 한국 증시가 이해하기 힘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도한 변동성과 높아진 투기성 때문에 "코스피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처럼 돼가고 있다"는 외신의 경고까지 나왔다. '반도체 고점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 장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은 팔고, 개미와 국민연금이 받아내는 증시의 수급 구조가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35% 급락한 7,246.79에 마감했다. 코스닥은 5.56% 내린 785.0으로 10개월 만에 80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는 3일 연속 하락하며 하루 내리면 다음날 곧바로 반등하던 최근의 리듬이 깨진 모양새다. 지난주 메타가 남는 컴퓨팅 자원을 다른 기업에 빌려주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번 주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중심 상승장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반도체 정점론이 재부각된 게 일단 현상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미·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충돌도 악재였다.
나아가 삼성전자 초유의 실적과 한국은행의 5월 역대 최대 경상수지 흑자 발표 등 호재가 주가하락에 전혀 제동을 걸지 못하면서 우리 증시의 수급구조에 대한 근본적 질문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이미 160조 원 넘게 팔고 나간 외국인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매도를 이어갈 전망이다. 현재 코스피 시총 중 외국인의 비중은 작년 말부터 이어진 주가 급등의 영향으로 40%에 육박해 예년의 30∼35%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해외 연기금 등은 자체 국가별 투자 비중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한국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
반면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내던 개미들의 투자 여력은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4일 139조7000억 원까지 늘었던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들어 20조 원 넘게 감소했다. 증시에 투자하려고 대기 중인 자금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주가가 추락할 때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하는 국민연금은 투자액 중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인 20.8%를 크게 웃돌고 있어 더 사기는커녕 오히려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파티가 끝났을 때 손실은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의 몫"이라고 했다. 실제로 빚까지 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베팅'한 개미들의 투자금이 증거금 부족으로 강제청산 당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현재 증시 상황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과속 도입, 미리 국내주식 비중을 줄여두지 않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문제 등 책임을 따져봐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당장은 투자자 스스로 투자금을 지켜내기 위해 최대한 '방어 운전'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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