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허위조작 정보의 유통을 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당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 여부도 검토됐지만 최종안에 반영되지 않았다./사진=뉴스1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현행 형법의 적용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지금은 내용이 진실이더라도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처벌 대상을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을 적시한 경우로 한정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대신 요건을 강화하는 쪽으로 손보겠다는 취지다.


이번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를 보다 폭넓게 보장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동안 공익적 목적으로 사실을 알린 경우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공직자의 비리를 폭로하거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한 사람이 현행법에 따라 되레 명예훼손 혐의로 보복 소송을 당하는 사례도 반복돼 왔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핵심 가치이다. 아울러 명예와 인격권 역시 헌법이 보장하는 중요한 기본권이다. 특히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인격권 침해의 전파 속도와 파급력이 실로 엄청나다. 설령 그 내용이 진실이더라도 무분별하게 공개되면 개인의 삶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사생활 폭로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이른바 '사이버 렉카'가 대표적 사례다. 헌법재판소가 2021년 5대 4 의견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이유도 이러한 현실을 감안한 결과였다.


그 점에서 개정안이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을 적시한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해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한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문제는 중대한 비밀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사생활과 공적 관심사의 경계가 어디인지 등에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동안 이런 부분을 명확히 하고 보완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공익적 사실적시와 권력 감시는 보호하되 사적 보복과 신상털기, 사이버 렉카식 인격 침해는 막을 수 있는 정교한 입법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