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76조원대 규모의 국고채 입찰 담합 사건이 공정거래위원회 심판대에 오른다. 심의 결과에 따라 최대 15조원대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는 사안이다.


6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르면 이달 중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사건의 법 위반 여부와 구체적인 제재 수준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5월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국고채 입찰 담합 등 주요 사건을 가급적 3분기 중 심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 사무처는 15개 국고채 전문딜러(PD)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고발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지난해 2월28일 위원회에 제출하고, 같은 해 3월10일 피심인들에게 송부했다. 피심인은 교보·대신·메리츠·미래에셋·삼성·신한·NH투자·KB·한국투자·키움증권 등 증권사 10곳과 KB국민·NH농협·IBK기업·하나·KDB산업은행 등 은행 5곳이다.


국고채는 국가재정자금 조달을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채권시장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해 시중 자금 사정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로 쓰인다. 재정경제부는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자에게 입찰 참여 자격을 부여하는 PD(Primary Dealer)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심사관은 15개 국고채 전문딜러가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3년6개월간 국고채 입찰에 참가하면서 투찰 금리와 가격, 물량 등의 정보를 사전에 공유했다고 봤다. 이를 통해 국고채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담합행위로 영향을 받은 국고채 입찰 규모가 76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대해 국고채 낙찰금액이 실제 매출이나 수익이 아니라는 피심 업체들의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국고채 거래로 얻은 영업수익이 아닌 담합 대상 국고채의 낙찰금액을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관련매출액으로 봐야 한다는 게 이번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관계자는 "심사관은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40조 1항이 금지하는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판단했다"며 "15개 사업자에 대한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외에도 법인 및 전·현직 임직원 등 관련자에 대한 대한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최대 규모의 과징금 부과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고시는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10.5%부터 20%까지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76조2000억원에 상한선인 20%를 적용하면 과징금은 최대 15조2400억원이 된다. 하위 구간인 10.5∼15%를 적용하더라도 8조원에서 11조4000억원 안팎이다. 어느 쪽이든 공정위가 단일 사건에 부과한 역대 최대 과징금인 2017년 퀄컴 사건(1조311억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다만 실제 과징금 부과 금액은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심의 과정에서 각 금융회사의 가담 정도에 따라 중대성 판단과 부과기준율 등이 달라질 수 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