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검사 지휘권' 없애자 특사경은 불안에 떤다
[개정 형사소송법 톺아보기④]
검사 지휘권 없앤 형소법, 지도·조언만 가능
특사경 수사 책임 모호하고, 통제 장치도 실종
수사 책임성과 독립성 강화할 제도 보완 시급
조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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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검사의 수사권이 72년 만에 사라진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후 가장 큰 변화다. 이를 두고 여권은 "형사사법 정상화"라고 자평한다. 반면 야권은 "국민 안전장치 폐지법"이라고 비판한다. 정작 국민은 세부 내용을 알기 어렵다. 이번 개정 형사소송법에는 ▲검사의 수사권 완전 폐지와 보완수사 요구권 신설 ▲이의신청 확대 등 피해자 보호 대책 ▲법원의 공소기각 사유에 '중대한 위법 수사' 등 추가 ▲특별사법경찰관의 검사 지휘 폐지 등 국민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사안이 다수 포함돼 있다. [시대]는 각 사안의 세부 내용과 핵심 쟁점을 살펴보고, 제도의 허점은 없는지 진단하는 '개정 형사소송법 톺아보기' 시리즈를 준비했다.
A씨는 2021년 7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차량을 여러 차례 운행했다가 보험개발원에 적발됐다. 보험개발원은 A씨가 거주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해당 시청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은 A씨의 행방을 찾을 수 없다며 지난해 11월 기소중지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올해 5월 경찰 통보로 A씨 위치가 파악됐고, 검찰은 A씨를 피의자로 소환했으나 조사 당일 그는 다시 잠적했다. 검찰은 공소시효를 단 하루 남겨놓고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해 그를 약식 기소했다.
만약 검찰이 직접 나서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공소시효 만료로 그냥 묻혔을 가능성이 크다. 특사경 사건 중 처리 지연으로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2023년 3월 대구지검이 관내 특사경 사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A씨처럼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차량을 운행한 혐의(자동차손해배상법 위반)로 수사를 받던 피의자 3명 중 1명이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대구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청송군 소속 교통 특사경 사건 처리 기록을 살펴보니 각각 120건, 92건, 74건 등 모두 286건의 공소시효가 이미 끝났다는 것이다. 이는 해당 지자체에 수사하던 전체 자동차손해배상법 위반 사건의 무려 32% 수준이었다. 더욱이 해당 지자체에는 관련 사건을 관리하는 시스템 자체가 없었고, 일부 사건 기록은 아예 남아있지 않았다고 한다.
식품·의약품, 환경, 노동, 산림 등 전문적 행정 분야의 법 위반에 대해 해당 행정기관 공무원이 신속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한 특사경 제도는 지속해서 확대돼 왔다. 그때마다 수사권 통제가 여럽고, 부실수사 등으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랐다. 이런 우려를 불식할 마지막 방파제는 '검사의 수사 지휘권'이었다. 특사경의 모든 수사는 검사의 지휘하에 진행돼 온 것. 하지만 지난 4일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이 조항은 삭제됐다.
그 대신 '특별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도·조언을 요청할 수 있고, 검사도 필요한 경우 지도ㆍ조언을 할 수 있다'는 모호한 조항만 남았다. 특사경의 수사 범위는 점점 넓어지는데, 수사 전문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방안은 오히려 사라진 것이다. 검사의 지휘권이 없어진 '지휘권 공백' 속에서 기관장의 수사 개입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특사경이 검사의 수사 지휘를 다시 요구하는 형국이다. 수사를 잘못 진행했다간 자칫 특사경이 법 왜곡죄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사경, 80% 이상이 3년 미만 경력자
1956년 사법경찰직무법이 제정된 이후 특사경 인원은 꾸준히 늘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특사경은 2015년 1만7117명에서 2018년 처음 2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2만419명이 특사경으로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2024년 경찰통계 연보에 나온 경찰 수사 인력(1만8207명)보다 많은 수치다. 특사경은 정부 부처 34곳과 지자체 17곳 등 수많은 행정기관에 흩어져 있다 보니 이들을 누가 통제할 것인지, 수사의 책임성과 독립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다.특히 특사경은 순환보직 특성상 짧게는 6개월, 길어도 3년 이내에 대다수가 자리를 옮긴다. 행정 전문성은 있을지라도 수사 전문성을 갖추기 힘든 구조다. 수사 절차나 증거 판단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수사는 지연되기 일쑤다. 이 때문에 누군가가 수사를 틀어쥐고 끌고 가지 않으면 공소시효가 지난다거나 수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채 '암장'되는 일들이 수시로 벌어질 수 있다.
앞으로는 책임 소재도 불명확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수사 지휘권을 행사하는 검사의 책임하에 특사경 수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개정 형소법에선 검사와 특사경을 '상호협력' 관계로 수평화하면서 '지도와 조언'만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도와 조언'은 기존 법체계에서는 잘 쓰지 않는 생소한 법률용어다. 그 의미가 뭔지,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전문가들도 알지 못한다. 당연히 효력을 따지기도 어렵다. 지금까지 쓰지 않은 표현인 만큼 법적 용례도 찾기 힘들다.
문제는 '지도와 조언'의 모호성만큼이나 수사의 책임 소지 자체가 모호해졌다는 점이다. 기존 형소법상 '검사의 수사 지휘권'은 수사 과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검사가 책임진다는 의미가 명확했다. 하지만 개정안대로 특사경이 검사의 조언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다가 문제가 생겼다면 법적으로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불명확하다.
정승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사경의 수사 기능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법령에 남아있는 '지도'라는 용어를 근거로, 검사가 지휘에 준하는 형태로 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 형소법에선 '지도와 조언'을 포함해 검사와 특사경 간 협력 방안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행정 기관장이 특사경 수사 지휘권 행사하나
특사경 수사의 책임성 못지않게 위축될 수 있는 게 수사의 독립성이다. 검사의 지휘권 조항이 없어지면서 특사경 지휘권은 공백으로 남았다. 국가공무원법 57조와 지방공무원법 49조에선 소속 상관(상사)에 대한 직무상 복종 의무를 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관장을 포함해 특사경의 어떤 상관도 검사 지휘를 무시하고 복종 의무를 내세울 순 없었다. 하지만 견제 장치가 사라진 만큼 기관장 등 상관의 수사 개입이 광범위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우려다.특히 개정 형소법에선 경찰과 특사경 등 여러 수사기관이 같은 사건을 동시에 수사할 경우 '수사권 관할 조정 협의회'를 통해 수사 주체를 정하도록 했다. 이 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할 권한은 수사기관의 장(長)이 갖고 있다. 특사경의 기관장은 중앙부처나 지자체의 장이다. 즉, 장관이나 시장, 군수 등이 개별 사건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는 건 이들이 개별 사건에 직접 관여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수사에 부당한 개입이 발생할 경우 특사경이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별도 법률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상급자라도 특사경이 아닌 경우 수사 내용을 요청하거나 보고받을 수 없도록 법률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사경 수사의 책임성과 독립성 문제는 형소법 개정 전부터 제기된 사안이다. 이 때문에 특사경들은 형소법 개정에 앞서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에 '검사의 수사 지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동 제출하기도 했다. 자칫 검사의 지휘 없이 수사를 진행하다가 '법 왜곡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2일 시행된 '법 왜곡죄'는 판사나 검사, 경찰을 포함한 수사관이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고의로 법을 왜곡해 특정 당사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판단을 내렸을 때 처벌하는 내용이다. 지난달 24일 기준 법왜곡죄 사건으로 입건된 검찰 수사관과 특사경은 모두 167명에 이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개정 형소법에선 특사경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도록 했지만, 수사 자체를 덮을 때는 검찰도 확인이 어렵다"며 "검사의 '지도와 조언'의 범위와 효력, 상급자의 부당한 명령을 특사경이 거부할 권리 등을 법률로 보완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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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현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조아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