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암 수술 직후 곧바로 다른 암이 발견된 선수처럼 어렵지는 않습니다."
이영두 그린손해보험(이하 그린손보) 회장이 최근 추진해온 경영권 매각이 무산된 후 CEO 홈페이지에 남긴 메시지 중 일부다. 근래 잇따라 불거진 악재를 딛고 일어서겠다는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린손보가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BS금융지주의 그린손보 인수가 결국 무산됐고, 금융당국은 적기시정조치인 '경영개선요구'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그린손보 고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과연 그린손보가 벼랑 끝에서 '자력갱생'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매각 '엎어지고', 지급여력비율 '빨간불 들어오고'
 
이전에도 '건강 체력'은 아니었지만, 그린손보의 경영난이 본격적으로 악화된 것은 지난해 8월 글로벌 위기 직후부터다. 9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52.6%로 떨어져 기준(100%)에 미달하고, 경영실태평가 종합등급은 4등급으로 경영개선요구 대상이 됐다.
 
이는 이영두 그린손보 회장의 공격적인 자산운용 스타일과 맞물려 있다. 통상 업계는 운용자산의 평균 8%를 주식에 투자하는 반면, 그린손해보험은 30% 안팎의 과감한 투자로 변동성을 키워온 것. 이영두 회장은 "2011년 7월 말까지만 해도 자산운용에서 156억원의 이익을 기록했지만 2011년 8월에 있었던 국제금융시장 폭락의 여파로 보유 주식 가격이 많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2011년 상반기 자산운용 성적은 22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류승희 기자
저축은행 구조조정 사태도 비수가 됐다. 이영두 회장은 "국내 두 번째 규모의 저축은행인 토마토저축은행의 회장에게 200억원을 대출하면서 토마토저축은행의 경영권을 포함한 주식과 이라크유전 투자회사의 지분을 담보로 확보하고 있었지만, 동 은행이 영업정지되면서 담보가치가 떨어지는 바람에 155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영난이 가중되자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실사까지 나섰던 BS금융지주가 최종적으로 인수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각이 무산되자 금융당국이 적기시정조치인 경영개선요구를 내렸다. 적기시정조치는 부실 위험이 있는 금융회사에 경영 정상화 노력을 기울이도록 요구하는 것. 그린손보는 오는 2월17일까지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 처분, 위험자산 보유제한, 합병ㆍ제3자인수 등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해 승인받아야 한다.
 
이에 그린손보는 최근 임시주총을 열고 600억원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당 발행 가격은 2500원이다. 그린손보 관계자는 "이번 증자로 지급여력비율이 적어도 130%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매각도 계속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린손보, 문 닫으면…'
 
그린손보의 경영난이 악화되면서 보험소비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보험사가 문 닫아도, 보험 소비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BYC생명, 태양생명, 고려생명 등 과거 보험회사가 중간에 사라진 경우가 있었지만 모두 인수합병 처리됐고 '보험계약 이전제도'의 보호를 받았다.
 
보험계약이전제도는 파산한 보험사의 보험계약을 다른 보험사가 인수하는 제도다. 계약이 이전되면 해당 보험의 보장내용 및 보험금 등 보험조건은 그대로 승계된다. 또한 은행 예금처럼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에서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