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증권으로선 올해 최대 현안은 무엇보다 한화투자증권(옛 푸르덴셜투자증권)과의 합병 작업을 완료하는 일이다. 한화투자증권을 인수했을 당시만 해도 늦어도 지난해 합병을 마무리하고 이미 대형 합병 증권사로 거듭났어야 했다.
그런데 두 중견 증권사의 합병 작업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만만치 않았다. 한화증권 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합병 완료 시기가 조금씩 뒤로 미뤄지더니 결국 올해까지 넘어오고 말았다. 본의 아니게 '양치기 소년'이 된 듯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임일수 한화증권 사장에 쏠리는 관심도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과연 임 사장이 올 상반기 중 두 증권사의 합병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지 증권업계의 관심이 크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서두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당초 계획보다 시기가 늦어진 만큼 더욱 완벽한 작품을 완성해 내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사진=류승희 기자)
◆소통의 경영철학을 실천하다
한화그룹이 합병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낼 적임자로 임 사장을 꼽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겠지만, 무엇보다 소통을 통한 경영을 올바르게 실천하는 경영인이란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두 기업이 통합되는 과정에선 업무적 또는 문화적으로 충돌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합병을 위해선 시스템 상의 통합도 중요하지만 인적·문화적 소통과 통합이 더없이 중요하다.
그는 한화증권 사장으로 선임되기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으로 먼저 발령이 났다. 그곳에서 임 사장은 비록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사장직을 수행했지만, 소통 경영의 중요성과 실천 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임 사장께서 비록 짧은 기간 한화투자증권의 사장으로 계셨지만 그 기간 동안 직원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직접 몸으로 실천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 직원들이 피인수 기업이란 점과 그 동안 회사의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는 사실 등으로 자칫 패배 의식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임 사장이 직접 직원들을 만나 격려하고 소통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방에 있는 모든 지점을 직접 찾아가 직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눴을 정도로 활동적이고 소통을 몸소 실천하는 분"이라고 전했다.
임 사장은 평소에도 권위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다. 직위나 직급을 따지지 않고 직원들의 이메일에 직접 답장을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회의 자료나 연설문 등도 본인 스스로 작성한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 또 한국투자신탁에 근무하며 CS(고객만족 서비스)업무를 맡았을 당시에도 전국 지점을 순회하면서 전사적인 CS문화를 정착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두르기보다는 완벽한 마무리
그러나 어떤 일이든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종종 예상치 못한 기술적·물리적 한계에 부딪치기도 한다. 합병이 늦어지자 일단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푸르덴셜투자증권의 사명을 한화투자증권으로 바꿨다.
사명에 '푸르덴셜'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오기도 했지만, 한화 계열사라는 사실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사명부터 변경한 것이다. 사명변경 후에도 합병은 아직 기약이 없다. 특히 한화증권은 주식 브로커리지가 주력 사업인 반면 한화투자증권은 펀드가 주요 상품이다보니 IT시스템 통합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IT시스템 및 조직 통합 작업 등이 방대하다보니 합병 시기를 계속 미루게 됐다"며 "그래도 올 상반기 중에는 합병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많은 증권 및 언론 관계자들이 합병 시기를 궁금해 하고 있지만, 사실 더 마음이 급한 쪽은 한화그룹과 한화증권 측일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서두를 수만은 없는 일.
지난해 일부 증권사를 비롯한 몇몇 금융회사에서 전산사고가 발생해 빈축을 샀던 일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연됐지만, 임 사장이 더 집중해야 할 것은 합병에 가속도를 내는 것보다는 연착륙에 성공하는 일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합병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나 추측도 있겠지만 완벽하게 마무리 하는 일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냐"며 "IT시스템과 조직 통합을 원활하게 마무리 해 대형증권사에 걸맞는 서비스와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병 증권사의 성장 발판 마련
아울러 한화그룹의 목표대로 탄탄한 한화금융네트워크의 기반을 닦아 놓는 일도 중요하다. 비록 합병 후 한화증권의 대표이사직을 임 사장이 이어 받을 것인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합병 증권사의 성장 발판을 만드는 일은 임 사장의 어깨에 달린 셈이다.
한화투자증권 사장을 맡는 동안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 점을 생각하면, 일단 이 부분에서도 임 사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화증권이 한화투자증권을 인수했을 당시 흑자를 내고 있는 한화투자증권 점포수는 소수에 불과했고, 회사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임 사장께서 짧은 기간 한화투자증권을 경영하면서 회사를 흑자로 돌려놓은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며 "합병 증권사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도 저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 사장이 취임 당시 밝힌 한화증권의 비전은 2015년 국내 최고 증권사이자 자산관리전문회사로 도약하는 것이다. 또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개발계획에 맞춰 내실 있게 전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게 임 사장이 내세운 경영 방침이다.
과연 임 사장이 한화증권 합병을 완벽히 마무리함과 동시에 한화금융네트워크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면서 증권업계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수 있을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프로필>
1956년생/연세대 국문학과 졸업/1982년 한국투자신탁 입사/2004년 한화투자신탁 인사담당 법인본부장/2007년 삼성증권 강남지역사업부장/2009년 한화증권 WM총무/2010년 푸르덴셜투자증권 대표이사/2011년 한화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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