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땅끝엔 걷는 길이 많다. 우선 땅끝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삼남길’이 있다. ‘땅끝천년숲길’은 땅끝에서 시작해 미황사~두륜산~녹우당 등을 잇는다. 해남의 동남쪽 해변길을 주로 따르는 ‘문화생태탐방로’도 땅끝에서 첫발을 내딛는다. 땅끝에서 시작하는 첫발, 어떤 의미가 있을까.
 
땅끝에서 시작하는 많은 길 중에서 현재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에서 코오롱스포츠의 후원으로 개척 중인 삼남길은 조선의 ‘10대 대로’ 중 하나였던 옛 삼남(호남)대로를 기초로 하고 있다. 서울~해남~제주까지 이어지던 이 길은 과거 보러가던 유생, 물건 팔러 다니는 보부상, 또한 유배에 오른 많은 관리들이 밟았던 바로 그 길이다.

2015년 완성 목표로 현재 개척 중인 새로운 삼남길은 옛 삼남대로를 바탕으로 하되 걷기 좋은 흙길과 숲길, 그리고 시골의 농로를 따라서 최대한 안전하게 땅끝~강진~영암~나주~광주~완주~정읍~익산~논산~공주~천안~평택~수원~남태령~숭례문까지 600km 이상을 이을 계획이다.
 

땅끝맴섬일출.

◆시작 지점인 땅끝선착장에서 보는 맴섬 일출

삼남길 1구간의 1코스 이름은 ‘처음길’이다. 이 코스는 아름다운 해안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길과 넓은 황톳길, 호젓한 오솔길, 경관 좋은 산길이 두루두루 연결되어 있어 명품길이라 불러도 좋다. 총 16.9km에 걷는 시간은 5~6시간 정도. 중간에 도솔봉(421m)에 있는 도솔암을 다녀오는 데 1시간을 더해도 총 6~7시간 정도면 답사할 수 있다. 이정표가 아주 잘 돼 있다.
‘처음길’은 ‘땅끝마을’이라 쓰인 커다란 표지석이 있는 땅끝선착장이 출발지점이다. 선착장 바로 앞에 떠있는 맴섬은 유명한 일출 명소다. 매미처럼 나란히 있는 집채만한 두개의 갯바위 사이의 폭은 대략 2~5m 정도 되는데, 그 사이로 태양이 솟는다. 몇그루의 소나무와 어우러진 일출 광경은 아주 멋지다.


땅끝에서의 장엄한 일출을 가슴에 품고 삼남길 첫 발자국을 찍는다. 나무데크가 깔린 길은 평탄하고 널찍하다. 수십그루의 아름드리 때죽나무들과 눈 맞추고 왼쪽 겨드랑이에 바다를 끼고 걷는다. 파돗소리 정겨운 이 길은 10여 분만에 땅끝탑(토말비)에 닿는다. 땅끝이 바로 여기임을 알리는 땅끝탑, 망망대해로 막 출항하려는 의미인 듯 뱃머리 모양의 조망대가 땅끝의 느낌을 새롭게 한다.

삼남길은 해안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땅끝탑에서 되돌아가기 때문에 호젓하다. 해안 언덕을 휘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예쁘다. 그 길 중간 중간 바다 조망이 좋은 곳엔 해안주변의 명소나 마을 등의 유래를 적어놓은 안내판과 긴 의자를 설치해놓았다.

갯바위 아래에서 신비스럽게 솟는 사재끝샘, 워낙 영험해 뱃사람들이 정성으로 모셨다는 갈산마을의 당할머니,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500마리가 넘는 학이 날아들었다는 송호리 해송림의 학도래지, 가뭄이 심하면 기우제를 지냈다는 중리마을의 달뜬봉, 사자봉을 바라보며 갯돌을 바다에 던지면 소원성취 한다는 댈기미 등 땅끝 주변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이렇게 파돗소리 따라 걷다보면 군부대 앞에서 해안산책로가 끝나고 비포장 황톳길이 갈산마을까지 이어진다.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푸른 마늘밭, 밭두렁 따라 자라고 있는 후박나무, 붉은 동백꽃이 피어있는 동백나무 사잇길…. 갈산마을 주변은 짧지만 제주의 올레길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갈산마을 아름드리 후박나무 군락지에 당집이 한채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당집은 조선시대엔 ‘현산’이라는 곳에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고산 윤선도가 보길도로 가기 위해 해남 어란진에서 배를 탔는데 심한 풍랑이 일기 시작했다. 이때 뱃머리에 어떤 할머니가 나타났다. “내가 물마시고 쉴 곳을 만들어 주고 가라.” 윤선도는 바다가 보이는 이곳 갈산마을 후박나무 숲에 당집을 짓고, 항해의 안녕을 비는 제사를 지내 드리자 풍랑이 멈추었다고 한다.
 

땅끝 해안로.

◆절벽 위에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도솔암

갈산마을 당집을 뒤로하고 나지막한 아스팔트 고갯길 하나 넘으면 오토캠핑장이 보이는 송호리 해변. 삼남길은 아름다운 해송림 중간쯤의 ‘송광민박슈퍼’ 앞에서 77번 국도를 건너 마을 뒷길로 들어선다. 여기서 바다와 헤어지는 것이다. 마을길 끝에 위치한 커다란 축사를 지나고 나면 본격 임도다. 먼데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만 이곳이 바닷가 산속임을 깨닫게 해준다. S라인의 아름다운 임도는 관리가 잘 되어 있다.

2시간쯤 걸은 뒤 마련마을을 만난다. 여기서 도솔암 올라가는 콘크리트 포장길은 조금 지루하다. 하지만 두 눈을 압도하는 도솔봉의 기암들에게 큰 위로를 받는다. 중간 왼쪽 길가에 수량이 아주 풍부한 도솔봉약수터도 있다.

마련마을에서 30분(2km) 정도 오른 지점. 도솔봉 안내 간판이 세워진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돌계단길이 보인다. 통호리로 이어지는 삼남길은 이 길을 따른다. 땅끝전망대로 가는 산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여기서 임도를 곧장 더 오르면 도솔암. 절벽 위에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기묘한 위치와 조망 덕에 해남의 인기 관광지로 떠오른 이 암자도 꼭 다녀오자. 도솔암까지는 넉넉잡아 왕복 1시간 소요.

 도솔암(왼쪽)과 땅끝탑.
임도에서 돌계단을 밟고 내려서면 낙엽 잔뜩 쌓여있는 호젓한 숲길이 펼쳐진다. 100m 정도 가면 고갯마루 안부 갈림길. 오른쪽은 마련마을 가는 길이고 왼쪽길은 통호마을로 이어진다. 곧장 가는 길은 땅끝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산길이다.

통호마을로 내려가는 오솔길은 적막하다. 평화스러운 숲길이 끝날 무렵 작은 개울을 건너 저수지 지나면 통호마을이 보인다. 조용한 마을 골목길을 벗어나 통호마을 경로당을 오른쪽으로 끼고돌아 조금 더 가면 삼남길 1코스가 끝나고 2코스인 ‘올망길’이 시작되는 길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오른쪽 마을길로 나가면 77번 국도가 지나는 통호마을 버스정류장이다.

통호마을에서 땅끝마을까지는 아스팔트 포장된 77번 국도로 약 5km 거리다. 만약 일행이 있어 아침에 승용차 한대를 통호마을에 미리 갖다놓았다면 문제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통호(사구미)에서 매일 15회(05:40, 07:20, 08:15, 09:20, 10:10, 11:00, 12:00, 13:00, 14:00, 15:20, 16:00, 17:00, 17:25, 18:40, 19:20) 출발하는 해남행 버스를 이용해 땅끝마을에서 내리면 된다. 요금 1100원, 5~10분 소요.
 

여행수첩

●교통 서해안고속도로→목포 나들목→2번 국도(영암·해남·진도 방면)→영산호하굿둑→성전→13번 국도(해남 방면)→해남(완도 방면)→13번 국도→초호 삼거리(우회전)→806번 지방도(송호해수욕장 방면)→77번 국도(땅끝해안로)→땅끝마을 <수도권 기준 6시간 소요>

●숙식 땅끝마을의 해남땅끝호텔(061-530-8000), 땅끝비치모텔(061-534-1002), 하얀집모텔(061-534-3223) 등이 깨끗하다. 땅끝마을에서 승용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송호리해변에 올인파크(061-534-6006) 등 숙박할 곳이 있다. 땅끝오토캠핑장(061-534-0830)은 겨울에도 인기 있다. 땅끝마을의 식당은 대부분 활어회를 차린다. 활어회 6만~10만원. 아침엔 해물된장찌개(1인분 7000~8000원) 등을 차린다. 삼남길을 걷는 도중엔 식사할 곳이 없다.

●참조 땅끝관광안내소 061-530-5544, 땅끝마을 홈페이지 www.openla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