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대기업 직원은 최근 기업들의 금연열풍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CEO의 금연 의지가 너무 강경해 직장인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금연 열기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연 기조로 인해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감소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2009년 12월 기준 43.1%에서 42.6%(2010년 6월)→39.6%(2010년 12월)→39.0%(2011년 6월)로 떨어졌다. 여성도 마찬가지. 성인 여성 흡연율은 2009년 12월 3.9%에서 2.8%(2010년 6월)→2.2%(2010년 12월)→1.8%(2011년 6월)로 낮아졌다.
◆기업들의 금연 열풍
이랜드그룹 입사에는 특별한 조건이 있다. 바로 금연이다. 지난해부터 이랜드그룹은 금연을 약속해야 입사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 사업장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설정하고 흡연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 금연을 향한 기업들의 강경책이 나오는 가운데 애초부터 흡연자를 양성하지 않겠다며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최근 기업들은 임직원의 금연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당근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중 보광훼미리마트가 실시하는 금연 프로그램 '금연토토'가 눈길을 끈다. 금연토토는 비흡연자가 금연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직원에게 배팅하는 금연프로그램이다. 금연 희망자가 선수, 비흡연자가 도박사의 역할을 맡는다.
1만원짜리 구좌 5개를 배정받은 전 임직원은 원하는 금연 희망자에게 배팅을 한다. 모아진 돈은 프로그램 종료일까지 금연에 성공한 임직원과 후원자에게 배당금 형식으로 돌아간다. 금연 성공자에게는 별도로 30만원 상당의 경품이 주어진다. 지난해 운영된 금연토토 수익률은 274%로 45명이 금연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이 금연에 성공할 경우 건강보험료를 환급해 줄 예정이다. 건강보험료는 월 보수액의 5.8%다. 회사와 직원이 절반씩 납입한다. 금연에 성공해 돌려받는 금액은 월 보수액의 2.9%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도됐던 기업의 금연펀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금연펀드는 금연토토에서 비흡연자의 참여를 배제한 방식으로 금연에 실패한 흡연자의 가입금을 금연에 성공한 이들이 나눠 갖는 방식이다. 1인당 펀드 가입금액은 최대 10만원으로 6개월 뒤 체내 니코틴 검출 여부를 확인해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삼성중공업은 금연펀드로 참가자의 42.5%가 금연에 성공했다.
금연펀드는 식품업계에서도 활발하다.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된 상품을 만드는 기업인 만큼 위생과 기업 이미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양유업(2008년 실시), 대상(2009년), CJ제일제당(2011년) 등이 금연펀드와 사내 24시간 금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금연과 거리를 뒀던 건설업계도 금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GS건설이 1월22일 금연 지원 프로그램인 '금연 챌린저'를 시행한데 이어 건설관리(CM)업계 1위 기업인 한미글로벌(구 한미파슨스)도 올해 흡연자에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대표적인 금연전도사는?
최근 가장 강력한 금연정책을 펴는 곳은 포스코다. '회장이 독하다'는 소리마저 나올 정도다. 정준양 회장은 2009년 취임 직후부터 금연을 기업 경영의 첫번째 목표로 삼았다. 직원의 건강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판단에서다.
의지도 대단하다. 담배를 피우려면 회사를 떠나라고 할 정도다. '사생활 침해'라는 흡연자의 볼멘소리에 대해 '소송하라'고 강경하게 맞불을 놓은 상태다.
회장이 이 정도니 목표치는 당연히 전직원의 금연이다. 2008년 직원의 흡연율은 30%에 달했지만 현재 제로에 도달했다는 것이 포스코의 주장이다.
정 회장이 금연운동을 전개한 계기는 1996년 광양제철소 제강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년 애연가였던 정 회장은 흡연으로 인해 직원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경험한 뒤 자신부터 담배를 끊었다. 이후 자신이 속한 부서에서 금연운동을 전개한 것이 지금의 금연기업으로 이미지를 굳히는 발판이 됐다.
포스코와 더불어 금연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또 다른 기업은 웅진그룹이다. 웅진그룹은 금호아시아나, 포스코에 이어 세번째로 국립암센터로부터 금연대상을 수상했다.
웅진씽크빅은 파주사옥에서 금연에 성공한 임직원 모두에게는 시가 30만원 상당의 자전거를 준다.
포스코의 전사적 금연운동을 곧바로 도입한 웅진은 포스코에 뒤지지 않을 만큼 강력한 금연정책을 펴고 있다. 임직원을 상대로 불시에 소변검사와 모발검사를 통해 금연여부를 확인한 사건은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웅진의 금연문화 정착에는 윤석금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윤 회장은 사내 흡연자에게 '환경기업에 맞게 금연을 통해 건강도 지키고 환경실천도 앞장서자'는 내용의 편지를 발송하기도 했다. 역시 전직원의 흡연율 제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의 금연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국내 기업에서 처음으로 금연 운동을 전개한 회사다. 1986년 금연캠페인을 시작한 뒤 1991년 전 사업장에 금연을 선언하고 이듬해 금호산업 고속버스의 완전 금연을 추진했다. 당시 회현동 아시아나빌딩 사옥은 국내 첫 금연빌딩이다. 이후 금호아시아나는 1995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모든 노선의 항공기 금연을 실시했으며 기내 면세담배도 팔지 않았다.
금호아시아나가 금연기업으로 선두적 역할을 한 데는 가족력과 연관이 있다. 폐질환이다. 박인천 창업주는 젊은 시절 2년간 폐병을 앓은 적이 있다. 일제 치하에서 경찰로 활동하던 창업주가 일을 그만두고 병치레를 했는데 이후 해방을 맞아 운수업을 시작했으니 이때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시작이다.
창업주의 장남인 박성용 전 명예회장도 애연가였지만 폐가 좋지 않았다. 박 전 명예회장은 건강의 중요성을 느끼고 1986년 전사적인 금연운동을 시작했다. "담배를 피우고 안피우고는 개인의 권리이지만, 흡연자를 승진시키지 않을 권리는 나에게 있다"는 일화는 지금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임직원 142명과 매일 담뱃값을 모아 '금호건강복지기금'을 만들기도 했다. 국내 기업의 금연 활동이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박 명예회장은 결국 폐암으로 2005년 세상을 떠났다. 차남인 박정구 회장은 오히려 형보다 3년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도 마찬가지로 폐암으로 타계했다.
3남인 박삼구 회장이 금연활동에 열정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사장 시절 승객들이 자리를 옮겨가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과 여승무원이 기침하는 모습을 보면서 항공기 내 금연을 추진했다. 사내 인트라넷에 한 직원이 '기내 흡연은 금지하면서 기내 면세 담배 판매가 말이 되느냐'는 글을 본 박 회장은 기내 담배판매까지 중단했다. 양주와 함께 높은 판매율을 보였던 담배를 그는 회사수익이 급감하던 시기에도 판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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