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유럽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주식시장이 급락한 이후 최근 코스피종합지수가 2000 포인트를 탈환했지만 투자자들은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됐다. 역사상 고점과의 차이가 10% 내외로 크게 좁혀졌지만 경제 상황이 크게 좋아졌다고 느끼지 못하는 시점에서 추가 상승 여력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형펀드를 환매해야 할지, 현물 주식을 매도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이미 올 들어 1950선 이상에서 국내 주식형펀드로부터 순유출된 금액은 2조5689억원에 달한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지난해 월평균 유입 금액이 2조8236억원이었던 반면, 올해 1월의 월유입 금액은 1조2060억원으로 줄어 주식투자에 적극적인 투자자들도 지수 상승에 따른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상장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진 상태에서 시장 전체 PER(주식수익비율)가 낮은 국가로서 주식시장의 펀더멘탈은 아직까지 괜찮다. 수급상으로는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유럽 재정위기가 완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미국 주식시장이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완전히 주식시장을 떠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투자자들도 많다. 이미 미국의 나스닥지수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10월31일에 기록한 지수를 돌파했고, 2001년 1월 이후 11년 만네 최고점을 기록하는 등 세계 주식시장을 주도해가는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시장에서 현물 주식투자를 계속하는 경우에는 신규 매수를 하거나 이미 매도해 확보된 현금으로 재매수할 때 어떤 종목으로 할지가 관건이다. 이럴 때 흔히 취하는 방법이 주도주에 올라타는 것이다. 시장을 초과하는 수익률이 얻어지는 주도주가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시가총액이 가장 큰 40개 종목의 상승률을 살펴보겠다.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9월26일 1652.71로부터 2012년 2월9일 2014.62로 올라서 21.9% 상승하는 동안 지수보다 크게 오른 종목들은 40개 중 22개 종목이다. ▲삼성전자 39.9% ▲LG화학 44.9% ▲현대중공업 37.6% ▲신한금융 25.1% ▲SK이노베이션 45.3% ▲KB금융 28.9% ▲한국전력 27.9% ▲하이닉스 35.6% ▲S-Oil 46.7% ▲삼성전자우 28.7% ▲LG전자 54.8% ▲LG 47.0% ▲호남석유 43.6% ▲LG디스플레이 68.0% ▲우리금융 47.6% ▲현대제철 43.1% ▲하나금융 42.1% ▲현대건설 51.8% ▲삼성중공업 70.4% ▲두산중공업 50.4% ▲고려아연 41.4% ▲SK 33.1% ▲OCI 45.2% ▲삼성전기 41.6%.

이들 종목들을 보면 특정 업종에 치우쳐 있지 않고 반도체, 정보통신, 금융, 화학, 정유, 금속, 기계, 건설, 조선, 철강 등 골고루 분포돼 있다. 즉, 딱히 주도주 군단이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의 대세 상승기에는 소위 '차화정'이라고 불리는 자동차, 화학, 정유주의 상승률이 돋보여 주도주라 하기에 손색이 없었지만 지금은 시장을 지속적으로 주도해가는 종목군을 골라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유럽발 재정 위기로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크게 하락한 이후 골고루 회복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종목별 움직임에서 순환매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를 구간별로 나눠 확인해보자.
 
표를 보면 지난해 8월9일∼9월26일 기간에 일봉 차트는 쌍바닥을 만들었다. 8월9일 1801.35로 마감했지만 장중에는 1684.68까지 내려가 깊은 하락을 나타냈다. 그 뒤 급등, 급락이 나타나는 불안한 장세가 이어지면서 변동성이 매우 큰 상태가 지속됐다. 불안한 반등이 마무리되고 9월26일 1652.71로 마감하면서 쌍바닥을 구축했다. 쌍바닥 중 뒤의 저점이 앞의 저점보다 높아지는 모습일 때 투자자들이 안심하기에 더 보기 좋은 모습이지만 그렇지는 못했다.


불안한 쌍바닥을 만든 기간에 지수는 8.25% 하락했는데 시가총액 상위 40개 종목의 평균 하락률은 11.5%로 지수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 이 기간에 외국인이 4조9000억원 이상 순매도해 지수에 영향력이 큰 대형주들의 하락이 더 심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동안 지수보다 덜 하락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종목은 18개 종목이었으며 삼성전자 같은 종목은 오히려 7.0% 올랐다. 지수보다 더 많이 하락한 종목은 22개 종목이었다.

주식시장에서는 쌍바닥을 형성하는 동안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종목이 그 다음 상승 구간에서 더 잘 오르는 것이 흔한 현상이다. 뒤의 저점에서 가격이 더 잘 지지됐다는 얘기는 앞의 저점에서 매물 소화가 충분히 이뤄졌다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다음의 본격적인 상승 구간인 지난해 9월26일∼10월28일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이 구간에서 지수의 상승률은 16.75%였고, 40개 종목의 평균상승률은 19.66%였다. 이 기간에 외국인이 2조3000억원 이상 순매수해 지수에 영향력이 큰 대형주들이 더 잘 올랐기 때문이다. 쌍바닥을 구축하던 앞의 구간에서 움직임이 양호했던 18개 종목은 13.27% 올라 지수 및 40개 종목의 평균보다 더 적게 올랐다. 반면 앞의 구간에서 지수보다 더 많이 하락했던 22개 종목은 24.89% 상승해 지수 및 40개 종목, 또는 18개 종목의 평균보다 훨씬 더 많이  올랐다.

이런 현상은 그 뒤로도 나타났다. 10월28일 1929.48로 고점을 찍고 반등다운 반등이 마무리된 후 지난해 10월28일∼12월19일에 반락이 나타났다. 이 구간에서 지수의 하락률(7.91%)에 비해 40개 종목의 평균하락률(9.56%)이 더 컸다. 외국인이 3조3000억원 이상 순매도해 지수에 영향력이 큰 대형주들이 더 많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때가 외국인의 마지막 셀링 클라이맥스였음이 나중에 드러났다.

시장 하락 시 상대적으로 적게 하락한 종목이 시장 상승 시 더 잘 오른다는 일반적인 원칙에서 어긋나는 결과가 또다시 나타났다. 그 다음 상승 구간인 지난해 12월19일부터 올해 2월9일에 지수는 13.38%, 40개 종목은 17.30% 상승했다.  
 

외국인이 무려 8조7000억원 이상 순매수한 결과였다. 바로 앞의 하락 구간에서 시장보다 덜 하락해 움직임이 양호했던 16개 종목은 6.17% 상승, 이번에도 시장에 뒤떨어지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반면 바로 앞의 하락 구간에서 시장보다 더 많이 하락해 움직임이 더욱 좋지 않았던 24개 종목은 24.72% 올라 훨씬 더 큰 상승률을 나타냈다.
 
유럽재정위기로 주식시장이 폭락한 후 지난해 4분기부터 “하락시 상대적으로 견조한 종목에 투자하라”는 일반적인 격언을 따랐다면 실익이 적었을 것이다. 반면 낙폭이 큰 종목에 투자했다면 훨씬 더 좋은 투자 성과를 올렸을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앞서 서술했듯이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크게 하락한 이후 골고루 회복돼 가면서 종목별 순환매 양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순환매는 시가총액 40개 종목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전체적으로 확산돼 간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아직까지 바닥권에서 벗어난 정도가 미흡하면서 기업 실적이 좋고 상대적으로 저평가 종목이라면 굳이 매도하지 않고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이 대량 매수하는 동안 개인들은 대량 매도했기 때문에 개인들의 현금이 많이 비축돼 있을 것이다. 기관이나 개인들이 주식시장에 재진입할 때 이미 많이 오른 종목 외에 상대적으로 적게 오른 종목으로 분산되는 것도 순환매에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