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 인하 경쟁에 나섰다. 지난해 수익증가와 이에 따른 금융감독당국의 보험료 인하 압박으로 대형 손보사들이 보험료 인하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2월 초만 하더라도 보험료 인하 여부를 놓고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였던 손보사들이 지금은 경쟁적으로 인하폭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어차피 인하할 수밖에 없다면 보험료 인하폭을 최대로 해 마케팅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중소형 손보사들은 울상이다. 지난해 순익이 크게 늘어나지도 않아 보험료 인하 여력이 없어서다. 하지만 대형 손보사들이 인하 정책을 확정한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보험료 인하 도미노… 최대 3%대까지?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번 보험료 인하폭은 평균 2%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소형차는 최대 4%, 대형차나 외제차는 2% 밑으로 인하될 전망이다.
 
보험료 인하 도미노 현상의 첫 시작은 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다. 삼성화재는 2월 초부터 보험료 인하 여지가 있는지를 검토했으며 오는 4월 1일부터 평균 2.2% 내리기로 확정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보험료 인하 여지가 있는지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2.2% 인하 방안이 합당하다고 판단해 보험개발원에 검증을 맡겼다"면서 "인하율 적용을 위한 시스템 개발은 3월에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화재는 삼성화재보다 0.2%포인트 인하된 2.4%를 낮출 방침이다. 동부화재는 이를 위해 2월22일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료 2.4% 인하의 적정성에 대한 검증을 요청했다. 동부화재의 이같은 과감한 결정은 자동차 손해율이 떨어지는 등 제반 요건이 좋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동부화재는 지난해 온라인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공격 경영으로 1위에 올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대형 손보사들이 경쟁적으로 보험료 인하에 나서면서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 LIG손해보험 등은 내부적으로 2.2~2.4% 사이에서 인하 폭을 저울질하고 있다.
 
AXA다이렉트손해보험 등 온라인 자동차보험사들도 2.4%를 넘지 않는 선에서 보험료를 내릴 예정이다. 특히 한 중위권 손보사는 최근 3%까지 인하 가능한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인하 폭을 저울질하고 있어 인하율이 더 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손해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보험료를 인하한다면 어떤 방식이든 동참할 수밖에 없다"면서 "자동차보험은 온라인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타사보다 보험료가 높을 경우 영업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각사마다 내부적으로 검토하겠지만 인하폭은 동부화재와 비슷하거나 더 낮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차·소형차 혜택 커지고 외제차는 '미미'
 
이처럼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 인하 경쟁에 나서는 이유는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낮아지는 등 경영여건이 개선된 만큼 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금융감독당국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손해보험사들의 경영여건이 개선됐고 순이익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부터 시행한 정부의 자동차보험 종합대책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화됐고 보험사의 영업이익도 개선됐다"며 "보험사들은 가입자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선순환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2010년 12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1.5%에서 지난해 연말 74.9%로 6.6%포인트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차종별로 보험료 인하 혜택을 받는 정도는 달라진다.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차종은 개인용 경차(1000㏄ 이하)와 소형차(1000~1600㏄ 이하)다. 반면 3000㏄ 이상 대형차와 외제차는 보험료 인하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개발원의 최근 자료를 보면 현재 1000cc 이하 경차는 115만4498대, 1000~1600cc 소형차는 318만1599대가 각각 보험에 가입돼 있다. 따라서 보험료 인하가 본격화된다면 전체 보험가입 차량(1267만460대)의 34%가 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또한 새로 인하되는 보험료는 오는 4월1일 이후 신규 가입자(계약 적용 기준)부터 적용된다. 따라서 2월에 보험료 인하가 결정되더라도 4월 이전 신규 가입자는 할인혜택을 받을 수 없다.
 
◆중소형사, 강제적 보험료 인하에 '울상'
 
반면 중소형 손보사들은 울상이다. 이번 보험료 인하 조치가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보다는 금융감독당국의 압박으로 시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 손보사들의 실질적인 인하폭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일부 손보사들은 보험료가 추가 인하된 만큼 서비스를 축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보험사별 손해율을 보면 적정 손해율 70.1%보다 조금 높은 실정이다. 그나마 삼성화재 등 대형사들은 안정적으로 운영돼 2%대의 보험료 인하가 큰 부담이 되지 않지만 중소형사들은 사정이 다르다"며 "대형사와 비교하면 손해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자금 여력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에서 모든 보험사에 보험료를 인하하라는 것은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다"면서 "내부적으로 검토해 인하한다고 해도 인하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형사의 한 관계자는 "보험료를 인하하게 되면 그만큼 서비스도 축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와 감독당국의 반강제적인 정책으로 기업들만 이래저래 욕을 먹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