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NH농협은행장에 신씨를 내정한데 이어 3월2일 농협 특별 인사추천위원회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신씨를 선임했다.
신 회장은 1979년 농협에 입사한 이래 한번도 농협을 떠나지 않은 뼛속까지 농협인이다. 또한 농협의 내부 사정에 밝고 금융 분야에도 많은 전문지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은행장을 겸임하게 된 이유도 금융 분야 지식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농협 측의 설명이다.
그가 새 수장이 되면서 가장 긍정적인 측면은 노사 간의 갈등 해소다. 농협은 앞서 NH농협금융 새 수장에 정부 측근 등 낙하산 인사를 시도하다 노조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농협중앙회 노조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가 배제되고 내부 출신이 선임된 점에 대해 환영한다"며 "합리적이고 내부 사정이 밝은 분이라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지주회장보다 은행장에 더 관심?
신 회장은 농협중앙회에서 금융종합지원부, 금융기획실, 전무이사 등을 거친 관계로 은행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따라서 앞으로 NH농협금융이 안정화된다면 지주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협은행장만 맡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농협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 회장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농협은행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NH농협금융 설립이 성공적으로 안착되고 내부 분위기도 안정되면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지주회장과 은행장이 분리된다면 신 회장은 은행장을 맡고 농협금융 회장은 다른 인사를 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분리작업을 마무리 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중앙회 2금융지주사를 골자로 한 이른바 경제사업 분리(신경분리) 작업이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딛었기 때문이다.
또한 잇단 전산장애로 실추된 이미지 회복도 당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4월 거의 모든 전산망 시스템이 마비되는 사상 최악의 전산사고를 일으켰으며 이후에도 수시로 전산장애를 일으켜 고객들의 불만을 샀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과 증권, 은행, 카드 등 모든 서버를 통합해 관리하다보니 생겨난 문제였다"며 "지난 8개월간 대대적인 전산작업을 준비했다. 법인을 5개로 분류하고 각 계열사가 별도로 서버를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경분리 작업이 구축되면서 신 회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꾸준히 성장하는 농협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류승희 기자
◆전산장애 진두지휘로 평가↑
신충식 회장이 NH농협금융 회장에 선임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농협의 신경분리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려면 애초에 정권과 가까운 인물이 금융지주 수장에 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탓이다.
하지만 낙하산 논란이 일면서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농협중앙회가 고육지책으로 내부 인사로 방침을 선회했고, 신 회장이 단독 후보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농협에서 신임을 얻은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4월에 발생한 사상 최악의 전산장애 사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전산마비 사태에 대해 "회장은 비상근직이므로 책임질 것이 없다"며 발뺌해 농협인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특히 농협중앙회 2인자로 불린 이재관 전무가 전산장애 사태의 책임을 지고 급작스럽게 사퇴를 표명하면서 농협중앙회 내부의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
이때 농협중앙회 내부를 진두지휘하고 회사 내부를 안정화시킨 인물이 신 회장이라는 것. 그는 오랜 금융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오너 역할을 했으며 농협중앙회 내부에서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협 관계자는 "전산장애가 터질 때 내부를 단속하고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리더십과 개인 평가가 사내에서 급상승했다"며 "이번 금융지주 회장 선임도 전산장애 해결사로서의 이미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합리적이면서도 선이 굵고 주관이 뚜렷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또한 판단력이 빠르고 특히 직원들과 동료 집안에 대소사가 있으면 직접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 회장을 수행한 한 고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에 신 회장의 지인이 상을 당했는데 장소가 제주도였다. 가뜩이나 늦은 밤이라 비행기 예약도 힘들었는데 수소문 끝에 간신히 표를 구해 결국 제주도까지 다녀왔다"며 "후배나 동료, 혹은 지인들이 상을 당하거나 축하할 일이 생기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직접 방문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국내 병원 장례식장에 가면 심심치 않게 신 회장을 만날 수 있다는 농담도 나오곤 한다"며 "매사에 정확하고 판단력이 빠른데다 대소사까지 직접 챙기니 누구에게나 신임이 두텁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외적인 그의 평가는 이제부터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가 농협중앙회의 전산장애 사태 해결을 진두지휘했지만 이후 수차례 또 다시 시스템 오류가 재발됐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하는 NH농협금융의 모든 계열사를 총괄하는 역할임에도 은행전문가라는 점은 일종의 약점으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신 회장이 거대 금융지주인 농협금융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농협금융의 출범으로 은행은 물론 카드, 보험 등 모든 금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 긴장이 농협의 성공가도로 갈지, 아니면 허울 좋은 금융사가 될 지는 그의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 프로필
▲1955년(충남 예산) ▲용산고, 고려대 사학과 ▲농협중앙회 입사(79년) ▲금융기획실 부부장 ▲리스크관리실 부부장 ▲농협중앙회 상무 ▲충남지역본부 본부장 ▲농협중앙회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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