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외교통상부가 파격적인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상장사인 CNK인터내셔널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과 관련한 내용으로, 외교통상부는 추정 매장량이 최소 4억2000캐럿이란 사실을 발표했다. 이 매장량은 유엔개발계획(UNDP) 탐사결과에 근거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외교통상부의 발표가 있은 후 CNK 주가는 어마어마하게 치솟았다. 3000원대이던 CNK 주가가 한 달 사이 1만5000원대를 넘어선 것. 그러나 올해 발표 내용이 거짓인 것으로 밝혀졌고, 이른바 'CNK 주가조작 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정부 부처까지 개입된 희대의 사기 사건이다.


올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스포츠 승부조작 파문이다. 축구에서 시작돼 배구에 이어 야구에서까지 조작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스포츠계 뿐 아니라 스포츠팬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런데 단지 스포츠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도 CNK 사건 외에 불미스런 주가조작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 손해보험사의 회장이 자사의 주가를 조작한 사실까지 적발됐다. 또 올해 국회의원 및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보니 유명 정치인들의 이름을 악용한 사기 사건도 적발됐을 정도다. 주식투자자들이 그 어느 때 이상으로 주가조작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시기이다.

 


CNK기술고문 안모씨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출두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오대일 기자


◆겁 상실한 주가조작 이모저모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흔히 '작전'이란 용어로 불리는 불공정거래 건수는 지난해 152건이다. 2009년과 2010년의 142건과 138건에 비해 조금 늘어난 수치다. 유형별로는 부정거래 34건, 시세조정 47건, 미공개정보이용 43건, 지분보고 위반 등이 28건으로 조사됐다.

주가조작 건수가 늘어난 것 뿐 아니라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코스피 상장사 대현과 관련한 주가조작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눈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된 한 남성이 함께 찍은 사진이 인터넷 상에 유포된 바 있다. 사진 속 남성이 대현의 대표이사란 설명까지 있었다.


그 후 대현은 이른바 '문재인 테마주'로 엮이게 됐고, 대현의 주가는 치솟았다. 하지만 이는 한 30대 남성이 벌인 주가조작 사건인 것으로 밝혀졌고, 그 남성은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자칫 거짓 정보를 믿고 무턱대고 대현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 중 상당수가 큰 손실을 봤을 것으로 짐작된다.

1월6일에는 북한의 영변 경수로가 폭발해 방사능물질이 서울로 유입되고 있다는 정보가 증권가에 퍼진 바 있다. 이날 코스피가 한 순간 급락했는데, 이 역시 작전세력들이 메신저를 통해 퍼뜨린 거짓 정보로 드러났다. 작전세력들은 선물ㆍ옵션ㆍELW 등의 파생상품 투자로 시세차익을 챙겼다.

 

 



◆주가조작 예의주시하는 감독당국

연초부터 굵직한 주가조작 사건들이 터지자 금융감독 당국도 불공정거래를 적발하기 위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정치테마주와 연관된 사기 사건에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다.
금감원은 중점 조사대상을 네 가지로 구분해 집중 단속할 것임을 밝혔다. 우선 '기업인수, 증권발행 등과 관련된 부정거래' 사항이다. 이는 기업사냥꾼이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상장기업을 무자본으로 인수한 후 증자자금을 횡령하거나 보유주식을 높은 가격에 팔아 부당이득을 취하는 방식이다.

또는 상장기업의 대주주와 경영진이 부당이득을 노리고 증권신고서 등 공시서류를 허위 기재하거나 사업내용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세조종꾼, 대주주, 사채업자 등이 공모하는 시세조종'도 중점 조사 대상이다. 금감원 측은 "조직적이고 상습적인 시세조종꾼과 상장기업의 대주주 및 경영진 또는 사채업자 등이 결탁해 시세조종 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인 테마 악용 및 사이버애널리스트의 부정거래'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현 주가조작 사건과 마찬가지로 특정 정치인과 관계됐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이를 이용한 시세조종 행위를 각별히 감시하겠다는 것.

아울러 사이버애널리스트 등이 사전에 매집한 주식을 고가에 매도하기 위해 인터넷 증권방송 등을 통해 일반투자자 및 회원들에게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매수를 추천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실적 악화 관련 미공개정보 이용'도 조사대상이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상장기업 손익구조가 악화될 경우 대주주 등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하려는 시도가 증가할 것으로 금감원은 예상하고 있다.



◆무모한 욕심이 화를 부른다

감독당국이 주가조작 세력을 적발한다 해도 개개인의 손실까지 미리 막아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투자자 스스로 주의하는 게 우선인데,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정보를 따라 무턱대고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관심이 가는 종목이 있다면 그 기업에 대해 면밀히 분석한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증권포털 유베스트원의 이종형 대표는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종목은 절대 매수해선 안 된다"며 "이유 없이 주가가 상승하다 갑자기 특별한 호재가 나오고, 다시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있는 데 의도적인 주가조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이 대표는 M&A(인수합병), 경영권 분쟁 및 변동,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특수·특정인 투자설, 우회상장설, 특정 기업의 투자, 외국계 자본 유입설 등이 거론되는 기업일수록 투자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선거철이기 때문에 정치인과 관련한 루머나 막연한 기대감이 만연할 수 있다"며 "정치인 테마주에 각별히 주의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