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을 위해 리더로서 방향을 제시해주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스스로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헬퍼(helper)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

'열린 리더십'의 김정태 하나은행장(60)이 하나금융의 새 사령탑이 됐다. 지난달 27일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김 행장을 포함한 하나금융 내부 인사 2명을 대상으로 면접과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해 김 행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고,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김 회장 내정자는 "모든 열정과 노력을 쏟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김 회장 내정자가 이끌어갈 '하나호(號)'가 지향하는 방향은 뚜렷하다. 외환은행을 품고 '글로벌 톱50, 아시아 톱10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외환은행 등 조직통합 숙제 

하나금융에 닥친 당면 과제는 조직 추스리기다. 하나금융은 자타가 공인하는 2012년 금융권의 '핫 이슈'다. 오랜 진통 끝에 외환은행을 인수해 금융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간 하나금융은 국민·우리·신한 등의 금융그룹과 함께 '빅4'로 불렸지만, 3개 금융그룹과는 격차가 컸다. 그 설움을 외환은행 인수로 단숨에 날리게 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금융의 총자산은 238조원, 외환은행의 총자산은 125조원으로 총합 360조원에 이른다. 명실상부하게 총자산 기준 국내 2위 금융지주사로 우뚝 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내부 통합 작업이다. 규모는 커졌지만, 실질적인 조직 통합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하나금융은 극심한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투 뱅크(Two bank) 체제를 유지키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두 은행의 독립경영 체제에 우려의 시선이 많다. 두 은행이 기존방식으로 독립적인 영업활동을 5년이나 지속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환은행에 대한 '통 큰 배려'는 또 다른 조직 불만을 야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환은행의 높은 임금 체계, 행명 유지 등을 보장받으면서 앞서 하나금융에 인수됐던 서울·보람·충청은행 출신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로 다른 출신과 임금 체계 등에서 오는 불만을 잠재우고 조직을 통합하는 것이 김 회장 내정자가 풀어야 할 주요한 숙제다.

하나금융 측이 당초 젊은 피로 수혈할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연륜을 고려해 차기 경영진을 선임한 것도 이러한 그룹 안정에 역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신임 회장은 은행 경영 경험이 풍부한 데다 하나대투증권 대표 역임 등 다양한 경력을 갖춘 점을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의 역사나 다름없는 김승유 회장의 공석을 메울 강력한 리더십도 요구된다. 인수·합병 등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그룹의 대들보와 같았던 김승유 회장의 공백을 어떻게 메꿔갈지 이목이 쏠려있다.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기자

◆소통의 'Joy Together ' 리더십 
김정태 회장 내정자는 30여년 동안 은행에 몸담아 온 정통 은행맨이다. 경남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81년 서울은행에 입행했다. 1986년 신한은행으로 잠시 옮겼다가 1992년 창립 멤버로 하나은행에 합류했다.

송파지점장과 중소기업부장, 가계영업점 총괄 본부장, 가계금융그룹 총괄 부행장을 차례로 거치면서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명성을 떨쳤다. 2005년에는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에 발탁됐고, 2007년 하나대투증권 사장을 거쳐 2008년부터 하나은행을 이끌어왔다.

소탈한 리더십으로 내부조직 장악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그는 평소 '마중물'을 자주 언급했다. 마중물은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붓는 물로, 스스로가 한바가지의 물이 돼 더 큰 것을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자주 표현해 왔다.

또한 권위를 버리고 몸을 낮추는 리더십 덕에 직원들의 신망이 대단히 두텁다. 실제 노사화합을 위해 마련한 커뮤니케이션 공간(Joy Together Room)에서 웨이터 복장을 하고 직원들을 위해 서비스를 하는가 하면, 머슴 복장으로 공식 행사에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높은 신뢰 덕에 2008년 하나은행장으로 취임한 뒤 보름 만에 '노사화합을 위한 공동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탁월한 경영 능력도 검증 받았다. 지난 2009년 1분기 하나은행이 적자를 내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자, 은행장직을 걸고 배수진을 쳤던 그는 2분기부터 흑자체제로 당장 물꼬를 돌렸다. 지난해에는 1조2118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글로벌 톱 50'을 향한 김 회장 내정자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발판으로 전 세계 금융 네트워크로 확장할 꿈을 꾸고 있다. 김 회장 내정자는 3월23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26일 회장으로 정식 취임한다. 임기는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