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올해 새로 선정하려던 온라인복권 수탁사업자 선정 역시 내년으로 미뤄졌다. 복권위원회가 밝힌 연기 이유는 시스템의 안정성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국산화 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돼 왔는데 갑자기 내년으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복권위원회가 수탁사업자로 특정 회사를 밀어주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8개월 남았는데 이례적 연기 '불만'
복권위원회의 로또 프로그램 시스템 개발 작업은 지난해 초부터 본격화됐다.
복권위원회는 그동안 그리스 회사인 '인트라롯'사에서 개발한 로또 시스템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시스템 접근 제한, 5년간 70억원의 로열티, 시스템 개선 시 과다비용 요구 등의 문제가 불거진 데다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가 굳이 비싼 로열티를 주면서까지 해외기술에 의존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로또복권 당첨조작 의혹 같은 시스템 결함이 제기되더라도 외국기업에서 지적재산권을 주장해 제대로 조사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었다.
사진 뉴스1 박지혜 인턴기자
이 때문에 복권위원회는 지난해 4월 LG CNS·윈디플랜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해 로또 프로그램 개발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2월까지 프로그램을 마무리 하는 이른바 '18개월 프로젝트'로 개발비용은 약 8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복권위원회는 갑자기 내부회의를 통해 올해 3월 실전 테스트 등을 통해 충분한 안정성을 확보할 때까지 국산 복권시스템 도입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덩달아 차기 복권 수탁사업자 선정을 1년 이후로 미뤘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미 예정대로 프로그램 개발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에서 연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 내부에서는 현재의 전산시스템은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말한다.
이번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업체의 관계자는 "현재 전산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야기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며 "지금처럼만 유지하면 올해 11월 새 프로그램을 적용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복권위원회가) 안정성을 명분으로 내세웠는데 그렇다면 개발자들에게 어떤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고, 무엇을 더 추가해야 하는지를 요구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며 "단순히 시간을 끌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프로그램 개발이 늦어지면 인트라롯에 지불되는 로열티와 개발비용까지 추가돼 지출금액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IT업계의 전문가 역시 개발기간이 8개월이나 남았는데 벌써 연기를 공식화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IT업계 전문가는 "그동안 금융권 전산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여러번 참여해봤지만 8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발주처가 개발기간을 늦췄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며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웬만한 일이라면 8개월 내 해결이 가능하다. 아마도 협력사와 내부적으로 어떤 협의를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나눔로또 밀어내기 위함 꼼수?
그렇다면 복권위원회가 '안정화'라는 이유를 내걸고 국산화 프로그램 도입을 연기한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 내부에서는 복권위원회가 나눔로또를 견제하고 차기 로또 수탁사업을 한국연합복권으로 선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산화 프로그램 연기라는 카드를 내밀었다는 것.
한국연합복권은 2009년 3월 과학기술인공제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근로복지공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중소기업진흥공단, 제주특별자치도, 한국보훈복지공단, 한국지방재정공제회 등 인쇄·전자복권사업을 하는 8개 단체와 기관이 뭉쳐서 출범했다.
자본금은 70억원으로 8개 단체 및 기관들이 공동분담해 설립했다. 이 회사의 정부 지분(4개의 공단)은 49%이고, 나머지 51%는 민간단체(자치도·공제회 등)가 소유함으로써 사실상 민간기업으로 출범했다.
반면 한국연합복권의 경쟁사인 나눔로또는 유진그룹과 농협중앙회, LG CNS 등 7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결성해 만든 회사다. 자본금은 500억원 규모로 한국연합복권보다 덩치가 7배 이상 크다. 규모와 경력에서는 한국연합복권을 거의 압도할 수 있는 규모와 경쟁력을 가진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연합복권에 출자한 기관들은 이미 복권사업을 하던 곳인데 이들이 직접 정부 위탁기관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한국연합복권을 출범시킨 것"이라며 "물론 정부기관으로 출범한다면 별도의 입찰방식이 필요 없겠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주식회사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규모나 경력으로 볼 때 나눔로또와 경쟁을 한다면 한국연합복권이 선정되기가 쉽지 않다"며 "아마도 (복권위원회가) 한국복권연합에게 나눔복권과 경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국산화 프로그램 개발과 수탁사업자 선정을 연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로또 전산시스템을 국산화로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복권 전산시스템은 여러가지 복잡한 경로가 많기 때문에 불가피한 결정이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로또 수탁사업자로 한국연합복권을 밀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국산화 작업을 연기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며 "다른 논리로 따지면 답을 하기가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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