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방배중앙지점은 스마트뱅킹을 도입한 지점이다. 이 지점 안에 들어서자 또 다른 미디어 월이 눈에 들어온다. 이 '인터랙티브 미디어월'(Interactive Media Wall)'을 통해 지점 방문자는 종이로 된 상품소개 브로셔를 보는 것이 아닌 미디어월을 터치해 각종 은행상품과 금융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방문했을 때 이 지점은 한산했다. 오전인 데다 해외거래가 많은 씨티은행의 영업특성상 내방 고객이 많은 편이 아닌 탓이다. 기존의 씨티은행 고객은 여전히 창구의 직원을 찾는 편이다. 하지만 새로운 고객은 미디어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직접 통장발급을 한다.
이 지점은 종이를 최소화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신청서와 각종 브로셔를 없앤 대신 커다란 미디어 월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다른 특징은 '고객 셀프'라는 느낌이 강한 점이다. 영업점 중앙에는 고객이 직접 통장을 만들 수 있는 '워크벤치'가 마련돼 있는데 고객이 창구의 직원을 찾지 않고 이 테이블에서 직접 통장을 만들고 계좌를 확인하게끔 되어 있다.
기자가 직접 시연을 해봤다. 화면에 나오는 대로 신분증을 스캔하면 자동적으로 내 정보가 입력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정보를 입력한 후 통장의 조건들을 입력하면 최종 실물 통장과 카드는 창구 직원에게 받는다.
현재까지는 씨티은행의 'A+통장'만을 워크벤치에서 가입할 수 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씨티은행의 주력상품인 'A+'만 워크벤치에서 가능하지만 점차 전 상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아직까지는 통장이 필요없는 해외 체류자와 유학생으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스마트금융센터를 만든 씨티은행에 이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국내 은행들도 3년 내에 스마트금융을 정착시키겠다는 각오다. 각 은행들은 빠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시범 지점을 열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등 스마트금융 도입에 분주한 모습이다.
◆국민·기업은행, '스탠바이'
스마트금융에 사활을 걸고 있는 곳은 국민은행이다. 업계 선두권인 국민은행이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하자 다른 은행들도 국민은행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5월 중순, 여의도의 국제금융센터(IFC)에 약 330㎡(100평) 규모의 스마트금융센터 설립를 계획하고 있다. 이곳에서 고객이 직접 처리할 수 있는 금융거래 종류는 80여 가지에 이른다. 이중 40여 가지는 실명확인 등 직원들의 간단한 도움만 있으면 된다. 배치된 직원도 11명에 불과하다. 고객이 창구의 순서를 기다리지 않아도 스스로 통장을 발급하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영근 스마트채널팀 차장은 "아직까지 개발 과정에서 금융실명제나 본인 확인 문제 등 풀어야 하는 금융법에 제약이 걸려있는 것들이 많다"며 "5월 오픈 시에는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6월 경에는 어느 정도 구체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장은 "국민은행은 리딩뱅크로서의 자부심을 지키고 싶어한다"며 "타행이 따라오는지의 여부보다 스마트금융을 개척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은행은 KT와 업무협약을 맺고 스마트브랜치 설립을 가속화하고 있다. '스마트브랜치'는 첨단 IT기술 및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불편한 서류작성을 줄이고, 태블릿PC와 상속, 세무, 자산관리 화상상담시스템 등 새로운 서비스 제공으로 고객 편의를 대폭 강화하게 된다.
◆속도 내기보다는 신중한 접근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은 "개발은 하되 국민은행의 스마트지점 이후 고객이 얼마나 찾는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굳이 대규모의 인력과 돈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고객이 지점에 내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졌다. 이미 인터넷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스마트폰뱅킹 등을 통해 스마트금융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조사에서도 10건 중 9건은 지점 내방 없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중 대규모의 센터 제작 대신 대학가를 중심으로 1~2개의 점포를 열 계획이다. 민주홍 스마트금융부장은 "스마트기기의 사용 실태, 고객 반응을 보고 앞으로 확산 속도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파악한 후 확대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부장은 "이미 대부분의 은행 거래는 비대면 채널로 이뤄지고 있다"며 "스마트금융 지점이 현실보다는 이상이 앞서가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물리적인 공간을 찾기보다는 사이버상에서 고객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한은행 역시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지점에 내방하지 않아도 비대면으로 화상상담에서 상품가입까지 가능한 '스마트금융센터'를 오픈한 상태다. 서울시 역삼동에 위치한 이 센터에서는 고객이 집에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이버 업무를 볼 때 돕는 일종의 본점인 셈이다. 펀드 전문가들이 상주해 펀드과 대출 등에 대한 상담을 화상 또는 채팅과 이메일로 진행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스마트금융이 화두이기 때문에 스마트금융을 체험하기 위한 지점은 하반기에 만들 계획"이라며 "현재는 IT기기를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대형 지점을 내는 것보다 점진적인 확대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형점포 방식보다는 키오스크(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정보단말기 등)나 무인화점포 식으로 효율적인 채널 개발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창구에 가면 직원이 간편하게 만들어주는데 굳이 기계를 이용해 통장을 만들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아직까지는 기계가 구현하는 것이 어려운 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신 지점에서 은행업무를 보기 위해 오래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 창구직원의 면담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며 "직원을 만나기 전 미리 업무를 끝내 놓는 등의 조치가 더욱 스마트하고 효과적이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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