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시장에서 1인자로 군림하던 LG CNS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차세대 시스템통합에 나선 일부 카드사들이 잇따라 도입을 중단하거나 오픈시기 연장을 요청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보안솔루션 개발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LG CNS의 신뢰성이 크게 하락하고 있는 분위기다.
 
IT업계 내부에서는 "카드업계에서 LG CNS의 편법 독주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 류승희기자
◆BC카드 차세대 시스템, 안정성 문제로 중단
 
종합 IT서비스기업을 표방하는 LG CNS는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에 나서고 있는 카드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왔다. 지금까지 LG CNS가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 입찰에 성공해 참여했거나 현재 개발 중인 곳은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현대카드, BC카드, 롯데카드와 은행계인 우리카드 등이다.
 
그런데 지난해 9월 BC카드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BC카드는 지난 2009년 LG CNS를 협력업체로 선정해 SI(시스템통합) 작업을 진행했다.
 
BC카드 차세대 전산시스템 작업은 당초 2011년 5월 말 오픈할 예정이었다. 500억원 규모로 총 프로젝트 기간은 18개월. 하지만 BC카드는 LG CNS가 차세대 전산시스템 전 부문에서 업무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설계와 하드웨어 등에 문제가 생겼다며 수차례 시스템 오픈을 연기하다가 지난해 9월 차세대시스템 개발을 무기한 중단했다.
 
이에 대해 LG CNS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술적인 문제가 없는데 BC카드 임원들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중단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LG CNS 관계자는 "시각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BC카드 차세대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며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중단된 것은 LG CNS 입장에서 좋지 못한 이력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새로운 계약을 추진해야 하는데 이번 BC카드 사태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카드는 지연되고 롯데카드는 주도권 빼앗기고
 
LG CNS는 BC카드뿐만 아니라 우리카드와도 마찰을 빚고 있다. 은행으로부터 카드 분사를 시도하고 있는 우리카드는 지난해 말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으로 LG CNS와 3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BC카드의 차세대 전산시스템 오픈이 무산되면서 BC카드의 회원사인 우리카드의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도 한차례 연기됐고 내부마찰 등으로 또다시 연기를 거듭해왔다. 결국 오픈시기를 5월 초에서 다시 5월 말로 연기했지만 이 역시 아직까지 변수가 남아 있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 CNS는 개발과정에서 아무 이상이 없어 (우리카드 측에) 오픈 날짜를 5월 초에 하자고 요구했지만 사업자가 5월 말로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수십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지불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시스템 테스트 과정을 진행 중인데 만약 사업자가 요구한다면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LG CNS는 자체 비용을 들여 개발을 해주는 꼴이 된다"고 설명했다.
 
LG CNS는 롯데카드와도 굴욕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LG CNS는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과 함께 올 상반기부터 300억원 규모의 롯데카드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사실상 주도권을 롯데정보통신에 빼앗긴 것.
 
IT업계 관계자는 "만약 BC카드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롯데카드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도 LG CNS가 주도했을 것"이라며 "롯데정보통신에 주도권을 빼앗긴 것은 사실상 굴욕적인 계약이나 마찬가지다. 당초 이번 프로젝트에서 빠지려고 했지만 여러가지 상황이 좋지 않아 어쩔수 없이 참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 CNS 관계자는 "롯데정보통신이 롯데그룹의 SI업체여서 업무조정을 한 것"이라며 "주도권을 빼앗긴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오는 10월 오픈 예정인 신한카드 차세대 전산시스템 역시 LG CNS가 참여해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신한카드와 LG CNS가 날짜를 맞추기 위해 밀어붙이기식으로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격 낮추기·무리한 공기단축' 등도 도마에
 
이처럼 카드업계에서 SI 작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면서 LG CNS의 신뢰성이 크게 추락하고 있다. 그동안 신용카드 분야에서 입찰 선두권을 지켜왔는데 잇단 잡음으로 사업자들이 외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LG CNS가 수백억원대의 일감을 따내기 위해 일명 '가격 후려치기'와 개발기간 단축을 내세운 무리한 베팅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LG CNS는 그동안 SK C&C, 삼성 SDS 등 경쟁업체에 비해 개발비용을 약 70~80% 낮은 수준으로 입찰에 참여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가격을 무리하게 내리고 개발기간을 단축해 입찰 수주를 독점했다는 것.
 
또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이 예정보다 지연되거나 중단될 경우 사실상 비용의 상당부분을 LG CNS가 떠안아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카드분야에서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이 진행되면 약 400~500여명의 직원들이 참여한다. LG CNS는 본사 직원과 함께 하청업체를 두고 개발작업을 하는데 한달 인건비만 수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개발 시스템과 기타 수수료 등까지 합하면 한달 지출비용만 최소 수십억원으로 껑충 뛴다.
 
LG CNS 개발에 참여한 한 직원은 "만약 시스템 개발기간이 지연되면 사업자보다 개발사가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게 된다"며 "물론 누구의 잘못이 더 크냐에 따라 비용부담이 변경되기도 하지만 사업자의 치명적인 문제가 아니면 상당부분은 개발사가 떠안는다. 경쟁사들은 이미 가격을 낮춘 LG CNS보다 가격을 더 낮추면 수지가 맞지 않고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참여를 고사해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금융권 최대 규모로 알려진 농협의 전산망도 LG CNS와 삼성 SDS가 입찰에 참여해 경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