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가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우리나라 나이로 50세부터 58세 사이의 가장들 앞에 놓인 현실이다.

50대는 퇴직이 시작되면서 고정 수입이 사라지는 동시에 자녀의 결혼 등 많은 지출이 예상되는 시기다. 자녀를 늦게 봤다면 해외연수나 대학등록금 등 자녀교육비도 감내해야 한다.


문제는 이들의 채무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다 주요자산인 부동산이 묶여 있어 앞으로의 전망마저 밝지 않다는 데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베이비부머의 재앙'이 시작됐다고 경고할 정도다.
 
◆베이비부머 얼마나 위태롭나

세계적으로 베이비부머는 경제 성장을 주도한 세대이자 경제 호황을 이끈 주역이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보면 이후 흐름은 선진국과 약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예컨대 의식을 중요시하는 유교적 관습과 뜨거운 교육열, 부동산 호황이라는 특수성이 한국형 베이비부머의 특징이다.

이러한 특성은 베이비부머를 위기로 내모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입의 상당부분을 자녀 교육비로 지출하거나 남들만큼(?) 자녀의 결혼식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관행은 자신의 노후보다 자녀 양육을 우선순위에 두게 했다. 이들은 자녀의 물질적 지원을 위해 노동수익 이외의 돈벌이 수단이 필요했고 그렇게 선택한 부의 축적 방법이 부동산이었다.

그러한 선택은 결국 '빚'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최근 한국은행의 자료를 보면 베이비부머의 채무부담은 상당하다. 2003년에 비해 지난해 50세 이상의 가계대출비중은 7.7%포인트 상승한 28.1%까지 올라섰다. 특히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비은행권의 50대 가계대출비중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다. 베이비부머가 가장 고이자에 시달리는 세대라는 뜻이다.


베이비부머의 대출비중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주택가격과 연관이 깊다.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했던 2005~2007년에 주택담보대출을 늘렸다가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부동산 거래침체로 매매가 어려워지면서 대출상환이 어려워진 것이 이 같은 현상의 이유로 지적된다.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현재 부동산 거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
 
 
베이비부머 1세대들의 은퇴가 시작되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지도 모른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공연장에서 열린 55세
이상 재취업희망자를 위한 취업특강.
사진 뉴스1
 
◆주택담보대출 해결책은 '다운사이징'
 
50대라면 이미 해당분야에서 소기의 목적을 거두고 퇴직을 앞두는 시기다.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무리한 재산확장을 꾀하기보다는 고정수익이 발생하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고 노후설계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기기도 하다. 문제는 베이비부머의 채무부담을 낮추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선택이 많지 않다는데 있다.
이들은 자신 명의의 주택을 소유한 경우가 대다수다. 내집 마련이나 노후 창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많은 세대다. 만약 이들이 채무부담을 느끼고 있다면 주택 다운사이징(집의 크기를 줄여나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현재 가지고 있는 집을 팔고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 부담되는 가계부채를 줄이는 지름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채무에 따른 부담완화는 사실상 다운사이징 외에 답을 찾을 수 없다"며 "매달 수익이 발생하는 수익형부동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단 저성장시대인 만큼 맹목적인 고수익률을 보장하는 곳보다는 현금흐름이 뛰어난 곳을 첫번째 목표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또 기존주택을 처분하고 다운사이징을 한 후 발생하는 여유자금에 한해 투자할 것을 권했다.

매달 지불해야 하는 이자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소소하지만 실제로 잘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베이비부머의 빚이라면 결국 주택담보대출인데 '대출 갈아타기'를 통해 매달 지불되는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서 "은행권에 대출상담을 받아보고 어떤 상품이 유리한지 설명을 들어보라"고 조언했다.

또 그는 "최근 주택임대사업과 관련한 혜택이 많아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월 임대수입을 통한 대출이자 부담을 완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양 팀장은 다운사이징을 통한 여유자금이 넉넉하다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넉넉한 오피스텔을, 부족하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임대사업이 가능한 대학가 원룸 등을 추천했다.
 
◆임대수익보다는 채무변제가 우선

그렇다면 수익형부동산을 통한 고정수익 확보와 채무변제 중 우선해야 할 항목은 무엇일까.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이자율이 5~6%대임을 감안하면 채무변제가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이 팀장은 "자산을 소유했지만 대출비중이 높은 베이비부머의 경우 부채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가 중요한 화두다. 하지만 자녀 출가 등 이벤트가 남아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국민연금과 수익형부동산을 통해 노후 고정수익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임대소득이 발생하면 소득세나 건강보험료 등 과표가 상향되기 때문에 현재 수익형부동산의 수익성에 비춰볼 때 큰 이득을 거두기 어려운 구조"라고 평가했다.

그는 "부채 규모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며 "향후 소득이 발생하지 않을 것에 대비해 부채 마지노선을 적어도 자산의 20% 이하로 잡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만약 퇴직시기가 임박했다면 이보다 더 보수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것을 권했다.

한 재테크 전문가는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의 부동산 상담에 앞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가장의 부동산 재무설계가 아닌 가족 전체의 재무목표를 우선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1. 자녀의 교육비는 앞으로 어떻게 충당할 계획인가.
2. 노후자금은 앞으로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가.
3. 회사의 구조조정 등 예기치 못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4. 아파트 담보 대출금 상환 방법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