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영남권의 양대 향토 소주기업 혈투를 부른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지역사회의 시선을 더욱 찌푸리게 하고 있다. 부산 소주시장의 지존으로 군림하던 대선주조의 몰락을 두고 이른바 ‘신준호 먹튀’가 원죄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대선주조는 80년간 부산에서 소주만 만들고 팔아온 기업이다. 98%라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시장을 호령했던 ‘부산 소주’의 대부였다. 돌려 따는 병뚜껑, 아스파라긴 첨가, 음향진동숙성법 등 소주의 새로운 기술과 공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신준호 푸르밀 회장
C1소주로 1등을 달리던 대선주조의 아성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그해 12월 대선주조를 외국계 사모펀드인 코너스톤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3600억원. 2004년 푸르밀의 대선주조 인수금액 640억원에 비하면 3년여 사이 3000억원 가까운 차액을 얻은 셈이다.
이를 기점으로 대선주조는 날개 없이 추락했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채권단 관리를 받다 지난해 4월 비앤그룹에 매각되기까지 7년 동안 주인이 3번 바뀌는 시련을 겪었다. 2007년 84.3%였던 시장점유율은 2010년 60%대로 주저앉았다.
그 사이 무학은 반사이익을 거뒀다. ‘좋은데이’로 부산지역의 저도주 열풍을 주도하며 소주시장 점유율을 60%대로 끌어올렸다. 대선주조도 탤런트 신세경을 모델로 내세운 ‘즐거워예’를 출시하며 추격전에 나섰지만 민심은 냉담했다. 작년 매출액을 봐도 무학 1900억원, 대선주조 600억원으로 전세가 완전히 뒤집혔다.
거기에는 사모펀드에 부산 토종기업을 내준 신 회장의 ‘먹튀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 신 회장과 대선주조를 향한 지역 민심은 배신감에 휩싸여 흉흉했고 심지어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준호 회장이 기대와는 달리 부산지역 사회공헌활동이 전무했고 거액의 차익을 챙기고 대선주조를 버렸다는 반감이 생겨 수십년 지켰던 안방을 무학에 내주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산의 지역소주 경쟁업체인 무학의 '좋은데이'와 대선주조의 '즐거워예'
사모펀드 코너스톤과 신 회장 사이의 대선주조 매매방식도 여론악화를 부채질했다. 코너스톤은 매입자금 3600억원 가운데 1600억원을 금융권 차입금으로 충당해 이후 대선주조의 자금경색을 가중시켰다. 신 회장이 매각대금 중 500억원을 받지 않고 대선주조 채권으로 확보한 것도 부산의 ‘反 신준호’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신 회장은 급기야 대선주조의 회생에 찬물을 끼얹었다. 자신이 대선주조로부터 받아야 할 채권이 이자를 포함 600억원이라며 비앤그룹의 매각작업을 중지해달라고 지난해 3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먹튀 논란까지 빚은 신 회장이 자신의 나머지 채권확보를 고집하는 것은 과도한 욕심”이라며 “지역기업에 인수를 앞두고 있는 대선주조의 매각이 다시 무산되면 기업 존폐가 우려된다”고 반감을 드러냈다.
한편 푸르밀은 신 회장이 맏형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의 갈등으로 밀려나 2007년 롯데 계열에서 분가한 업체. 1996년 이들 신씨 형제는 서울 양평동의 당시 롯데제과 부지를 놓고 법정에서 소유권을 다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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