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를 다시 추진한다.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지난 4월29일 우리금융 매각 공고를 내고 오는 7월27일까지 예비입찰을 받는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공자위가 재출범한 이래 세번째 도전이다.
이번 우리금융지주 매각방안의 큰 특징은 합병방식 허용과 예금보험공사(예보) 의결권 제한 등이다. 공자위는 최근 상법을 개정해 지주사 간 '현금상환 합병(cash-out merger)' 방식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지주사 간 합병 때 주식뿐 아니라 현금이나 회사채 등으로 합병 대가를 지급하는 방식이 가능하게 됐다.
그동안 국내 금융사에만 허용했던 우리금융 매각 입찰자격을 외국인에 부여한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우리금융의 덩치가 커서 국내 금융시장 내에서는 마땅한 짝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해 해외시장까지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과거 실패요인이 된 유효경쟁 요건도 완화했다. 공자위는 우리금융 매각자격을 갖춘 투자자가 두명 이상 나타나도록 당근정책을 제시하고 필요하면 의결권을 위임 또는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예보가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사실상 경영권을 제2, 제3의 투자자들에게 넘겨줄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예보 지분이 일정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완화하거나 해지하는 등 존속회사의 경영자율권도 최대한 보장할 방침이다.
현재 유력한 방안은 합병방식을 통한 민영화다. 합병은 인수처럼 지분을 95% 이상 사들이지 않아도 된다. 또 주식교환 비율을 정하고 기존 주식을 합병회사 주식으로 교환하기 때문에 별도 자금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사진 뉴스1 박세연 기자
◆순탄치 않은 우리금융 매각
정부는 우리금융 매각에 성공할 수 있을까. 김석동 위원장은 "우리금융의 건전성, 시장상황이 모두 괜찮아 (지난해와 다르게)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앞으로 수십년 안에 나올 수 없는 큰 딜(Deal)"이라며 "마켓 종사자라면 이런 딜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국내 금융사 가운데 가장 유력한 합병대상자로 꼽히는 KB금융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고, 해외펀드의 참여도 불투명하다. 실제로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시너지 없는 M&A(인수합병)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에 대한 시선 역시 곱지 않다. 김석동 위원장은 "사모투자펀드(PEF)가 들어오면 좋은 전략적 투자자(SI)도 들어온다. 좋은 SI를 데려올 여건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론스타 '먹튀' 논란을 경험했듯이 사모펀드로의 매각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수년간 먹튀 논란이 벌어졌는데 우리금융 매각을 외국인까지 허용할 경우 또 다시 같은 현상이 반복 될 것"이라며 "해외펀드가 참여할 경우 금융시장의 환경이 과거로 퇴보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정치권과 우리금융 노조 등 안팎의 반대가 거세다.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임기가 8개월도 남지 않은 정권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를 밀어붙이기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며 "다음 정부로 넘길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광주·경남은행 등 지방은행은 먼저 분리한 후 매각해 지역은행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여론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노조 또한 정부가 "대형 금융지주사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민영화를 강행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혁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최근 상법까지 바꾸면서 주식·채권으로 매각대가를 지불할 수 있게 한 것은 대형 금융지주에 특혜를 주려는 꼼수"라며 "정부가 대형금융지주와 합병 후 경남·광주은행을 매각하고 향후에는 우리은행을 산업은행에 넘기려는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에 대한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공개토론회를 5월 중 진행할 계획"이라며 "예비입찰일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주가에 관심 집중
정부가 우리금융 매각을 진행하면서 가장 염려하고 있는 것은 주가하락 여부다. 이미 2차까지 실패한 마당에 또 다시 민영화 작업이 불발되면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금융 주가는 KB금융과 신한, 하나 등 여타 금융지주와 비교할 때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우리금융의 주가흐름을 보면 2010년 4월 중순엔 1만8000원대까지 오르며 단기고점을 기록했지만, 공자위가 2차 민영화 실패를 선언한 직후인 2011년 9월26일엔 8500원까지 떨어졌다. 단기고점 대비 절반 이상 고꾸라진 셈이다.
반면 KB금융은 2011년 1월4일 6만2100원에서 단기고점을 나타낸 후 같은 해 9월23일 44.3% 떨어진 3만4600원에서 단기저점을 나타냈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은 각각 단기고점 대비 32.8%와 41.2% 떨어진 수준에서 단기저점을 형성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우리금융 민영화 3차 시도도 실패할 경우 정부와 우리금융 모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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