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입사원)
"나?"(그룹 회장)

최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신입 여사원으로부터 "야"라는 반말 메시지를 받은 사실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하면서 재계 CEO들의 '트위터 행보'에 또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위터 내용에 따르면 문제의 신입 여사원은 박용만 회장에게 대뜸 "야"라는 반말 메시지를 보냈고 박 회장은 "나?"라고 답했다. 그러나 대화 상대가 박 회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여사원은 "회장님 죄송합니다. 카톡창을 잘못 썼습니다"라고 사과하며 "친구한테 회장님 카톡에 계신다고 했다가 친구가 장난인 줄 알고 모르고 보냈습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박 회장이 "죄송해야지. 벽에다 머리를 삼회 강하게 박는다. 일욜 잘 쉬렴"이라고 장난스럽게 응수하자, 이 사원은 "반성하고 무릎꿇고 있겠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라는 말로 인사했다. 네티즌들은 박 회장의 이같은 대처에 "위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계의 파워 트위터리안으로 주목받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뜻하지 않은 실수, CEO에겐 '인기'

사실 박용만 회장이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주도한 재계 CEO들의 트위터 행보는 악성 댓글이나 루머 확산, 사생활 노출 부담, 해킹 등의 우려가 커지면서 근래 들어 '탈 트위터' 움직임으로 크게 바뀌었다.

12만명의 팔로워를 두며 재계 인기 트위터리안이었던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자신의 트위터가 해킹당하자 계정을 삭제하면서 '페이스북' 행을 선언(?)했고, 박용만 회장 역시 두산그룹의 총수로 올라서면서 트위터 활동이 주춤했다.

하지만 간혹 등장하는 이같은 재계 기업인들의 '트위터 이야기'는 여전히 네티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특히 앞선 사례처럼 실수담이 소개되는 내용들은 사생활을 가감없이 전달해줌으로써 재계 오너들의 '인기'를 오히려 더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박용만 회장의 이미지에 '긍정'의 색깔을 입힌 실수담은 또 있다. 지난해 1월 그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에게 문자메시지를 실수로 보낸 사연을 트위터에 공개했었다.

당시 박 회장은 "얌마, 소 팔러 가는데 개 쫓아간다고 내가 거기 왜 껴! 깍두기 먹다 침 튀는 소리 말고 그냥 사무실로 와!"라고 최 회장에게 문자를 잘못 보냈고, 이에 최 회장이 "회장님! 저 최은영인데요. 문자를 잘못 보내신 거죠? 정신이 번쩍 드네요"라고 답을 하자 "으악!! 죄송합니다. 잘못 갔습니다. 이를 어째…. 미안합니다"라고 즉각 사과했다.

이 같은 사실에 네티즌들은 "두 회장의 대화가 인간적이다"며 박 회장의 인간적인 면을 높이 샀다. 하지만 트위터가 개인공간인 만큼 재계 오너들이 특정인과 얽혀 '설전'을 벌일 때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지는 경우가 더 많다.
 

 
◆감정섞인 설전은 이미지 추락에 '기여'

최근 한진가(家)의 막내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와 여행정보 사이트 트래블메이트의 김도균 대표간 트위터 설전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트래블메이트의 공식 계정에 올라온 다음의 글이 문제가 됐다. "진에어는 한진그룹의 뒷글자 진에서 이름을 따온 것 같다. 진에어 승무원의 상의 유니폼이 조금 짧은 것 같아 민망하다. 승무원이 고객들의 짐을 올려줄 때 보면 배꼽이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너무 여 승무원들을 외모 위주로 뽑는 것 아닌가."

이 글에 조 상무(진에어 전무)는 "진에어 작명에 대한 제멋대로 상상. 진에어 이름 관련된 트윗을 지워달라.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기본적인 에티켓이 있다. 명예훼손 감"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나 문제의 글이 삭제되지 않자 "대한항공 법무실에서 본사로 공식편지가 가야 지워주실 건가요. 아님 트레블메이트 CEO 트위터로 보내야 하나요"라며 트윗 삭제를 재차 요구했다.

이후 트래블메이트 측이 트윗을 삭제했고 조 상무는 "대표님 회사 트위터 내용은 명의회손(명예훼손) 감이었습니다. 그리고 공문은 지난주 금요일 오전에 보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알려드릴까요?"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이에 김 대표가 "지난주 대한항공 상무님께서 우리 회사의 트위터 내용을 보고선 바로 삭제하고 공식사과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단다. 오늘 공식공문도 왔네. 트위터 글도 대기업 비위에 거슬리면 소송 당하는 세상"이라고 응수하면서 논쟁의 수위가 높아졌다.

이번 트위터 논쟁은 지난 2010년 벌어진 정용진 부회장과 문용식 나우콤 대표간 트위터 설전과도 오버랩된다. 그해 10월 정 부회장은 "저희 회사 임직원 복지혜택 확대관련 내용입니다. 직원들이 사랑하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전진"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고, 문 대표는 "슈퍼 개점해서 구멍가게 울리는 짓이나 하지 말기를…. 그게 대기업에서 할 일이니?"라고 정 부회장을 꼬집어 비판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나우콤 문용식 대표님이 저에게 보내신 트윗입니다. 마지막 반말 하신 건 오타겠죠?"라며 반응했고 문 대표는 "오타는 아니구요 중소기업 입장에서 순간 화가 나서 한 말입니다. 피자 팔아 동네피자가게 망하게 하는 것이 대기업이 할 일이냐구요? 주변상권은 다 붕괴시키면서 회사직원 복지만 챙기면 되는거냐구요?"라고 맞받아쳤다.

이후 본격적인 설전이 시작됐고 정 부회장은 "이분 분노가 참 많으시네요. 반말도 의도적으로 하셨다네요. 네이버에 이분 검색해보니 그럴 만도 하세요"라며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문 대표의 구속 경력(2008년 저작권 침해혐의로 검찰조사)을 빗대기까지 했다.

결국 문 대표와 정 부회장은 계속 서로 감정섞인 발언을 트위터상에 표출했고, 네티즌들 사이에선 두 사람을 싸잡아 비난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트위터 떠나는 CEO들
 
최근 들어 정용진 부회장처럼 재계 대표 트위터리안들이 기업과 개인 신상에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했을 때의 '사후처리'가 쉽지 않다는 점을 들어 트위터를 떠나거나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우현 OCI 부사장의 경우 지난해 여름 만해도 신혼여행을 떠나 현지 소개글을 올렸을 정도로 트위터 활동에 열성을 보였다. 그러나 그해 하반기 트위터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김낙회 제일기획 사장 역시 트위터, 블로그 등을 운영해왔으나 최근 블로그 활동에만 집중하며 '탈 트위터' 행렬에 가세했다.

재계 관계자는 "CEO의 트위터 활용은 소비자들과 소통의 장을 연 계기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사생활이나 사업관련 내용이 공개되는 부작용도 있어 폐쇄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가는 경향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