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회사 규모의 변화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두회사의 강점이 융합돼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펀드운용 수익률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이끈 주역으로 권혁상 한화자산운용 상무(CIO)를 빼놓을 수 없다.
사진 류승희기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 수 있다'
주식투자자들 나름대로 유난히 관심과 애착을 갖고 있는 몇몇 종목들이 있다. 특정종목과 사랑에 빠졌다고 표현할 때도 있을 정도다. 해당 종목이 과거에 꽤 많은 수익을 안겨줬거나, 또는 수익을 내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이런 심리가 발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증시뿐 아니라 종목 하나하나가 투자자들의 마음처럼 움직이진 않는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 수도 있는 법이다. 과감히 헤어져야 할 시기이지만 너무 깊이 사랑에 빠져서 종목을 팔지 못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흔하다.
권 상무가 증권업계에 종사함에도 불구하고 주식과 사랑에 빠지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주식트레이더나 펀드매니저일수록 증시와 종목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이 냉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어쩌면 권 상무가 펀드매니저뿐 아니라 애널리스트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입장에서 주식을 접한 덕분에 냉철함이 길러졌는지도 모른다. 권 상무는 1988년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에서 기업분석을 담당하며 증권업계에 입문했다.
동부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기업분석을 했고, 상품주식운용까지 담당했다. 그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와 자산운용팀을 비롯해 델타투자자문(현 LS자산운용), 유리자산운용, 우리투자증권, 푸르덴셜자산운용 등 내로라하는 금융투자회사들을 거치면서 실력을 쌓았다. 그리고 현재 한화자산운용에서 CIO를 맡아 펀드운용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권 상무가 펀드매니저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점은 단기적인 시장 흐름에 휩쓸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주식과 사랑에 빠지진 않는다. 그래야만 수익을 다소 적게 내더라도 약세장에서 강해질 수 있다"며 "펀드매니저들에게도 눈앞의 시장 상황에 현혹되지 말고 기본에 충실할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CIO역량으로 더욱 강해진 운용사
펀드 운용의 성패는 전반적인 시장상황뿐 아니라 펀드매니저의 역량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 개인들이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 상승폭이 적은 펀드에 투자하는 이유도 자신보다 지식과 경험이 많은 전문가에게 투자를 위임하기 위해서다.
그런 면에서 권 상무가 CIO를 맡은 후 한화자산운용이 괄목할 만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0년 9월 권 상무가 CIO로 취임할 당시 한화자산운용의 최근 1년 수익률은 전체 38개 운용사 중 95% 수준인 36위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2011년 9월에는 전체 42개 운용사 중 58% 수준인 25위로 껑충 뛰었다. 지난 2월 말 기준으로는 32%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조사됐다. 펀드매니저, 특히 CIO 역량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데이터이다.
권 상무는 "CIO는 단순히 주식운용만 총괄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자산운용전략과 시장의 방향 등에 대해서도 모두 고민해야 한다"며 "합병 전 한화투신운용은 전통적으로 채권에 강했는데 주식부문 성과도 점차 개선되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아울러 투자자들을 위해 자산배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권 상무는 "어떤 펀드나 주식을 사느냐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적인 자산배분"이라며 "자산이 한쪽에 쏠려 있으니 주식이나 펀드를 하면서도 마음이 급해지고 단기적인 시장상황에 휩쓸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펀드계의 레전드를 기억하시나요?
13년 전인 1999년 증권가에 불었던 '바이코리아(Buy Korea)펀드' 열풍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당시 이 펀드에 수조원이 자금이 몰렸고 수익률도 월등했다.
하지만 다음해 IT버블이 꺼지면서 주가는 폭락했고 바이코리아펀드 역시 그동안 쌓았던 수익률을 유지하지 못했다. 펀드에서 자금도 급속도로 빠져나갔다. 그 후 이 펀드는 역사 속에 묻히는 듯했다.
그러나 바이코리아펀드는 이름을 바꿔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바로 한화자산운용의 '한화 코리아레전드 증권투자신탁(이하 코리아레전드펀드)'이다. 수익률도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2월1일 현재 코리아레전드펀드의 설정 후 수익률은 416.41%. 1년과 3년 수익률은 각각 -5.17%와 66.97%를 기록 중이다. 권혁상 상무는 "코리아레전드펀드가 최근 1년6개월 동안 양호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며 "정통액티브형펀드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펀드"라고 설명했다.
'한화 1조클럽 증권투자신탁(이하 1조클럽펀드)' 역시 한화자산운용의 대표펀드 중 하나다. 이 펀드는 연간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달성하고 있거나 향후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기대되는 국내 대표 기업군에 압축투자한다.
영업이익 1조원 기업들과 동반 성장하는 강소 기업군에도 투자한다는 점도 1조클럽펀드의 특징이다. 대형주에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고 중소형주에 투자함으로써 초과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지속적인 성장성 ▲실적의 안정성 ▲산업이나 기업측면의 구조적인 개선 여부 ▲우수한 경영진 구비 여부 등이 종목선정 기준이다. 단 상대적으로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운용되기 때문에 상승장에서 일반 액티브펀드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 제2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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