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반 강제적으로 부실 저축은행 인수하라고 압박해 놓고 이제 와서 저축은행 탓만 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도 문제지만 감독당국의 무책임한 행동이 더 심각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좀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솔로몬·미래·한국·한주저축은행 등에 대해 퇴출조치를 취하면서 동시에 저축은행을 신용금고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자 발끈한 것이다.
 
그는 "금융당국의 책임은 없고 저축은행의 부실만 부각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물론 원죄가 저축은행에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비난의 화살과 제재가 저축은행에만 집중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사진 뉴스1 이광호기자
 
◆부실 저축은행 떠넘기고… 사외이사는 월급 축내고
 
저축은행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자산규모 5조원대로 업계 1위권인 솔로몬저축은행도 당국의 철퇴를 맞으면서 충격을 줬다.
 
금융당국은 부실 저축은행을 방지하기 위해 저축은행 명칭을 상호신용금고로 강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사석에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지금 시점에서는 적절하지 않지만 구조조정이 끝나면 저축은행 명칭을 상호신용금고로 회귀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축은행업계는 이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정책에 불만이 많지만 자칫 불똥이 튈 수 있어 속으로만 삼키는 모습이다.
 
저축은행업계의 가장 큰 불만은 감독당국의 무책임이다. 이번에 영업정지 대상에 오른 솔로몬·미래·한국저축은행의 감사와 사외이사는 대부분 금감원과 예보, 검찰, 법원 등 권력기관 출신이다. 1, 2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문을 닫은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솔로몬저축은행의 경우 예금보험공사 이사출신이 감사로 재직했고 상근고문과 사외이사 감사 등 5명은 모두 금감원 출신이다. 한국저축은행은 감사 2명과 사외이사 1명이 모두 금감원 국장과 부국장 출신이며 또 다른 감사와 사외이사는 각각 1명으로 감사원과 서울고법 판사 출신들로 구성됐다. 미래저축은행은 사외이사 1명이 예보 출신이며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경찰대학장, 제주도 환경정책과장 출신들이 각각 감사와 사외이사를 맡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지금의 사태에 이른 것은 어떻게 보면 이를 관리·감독하는 사외이사와 감사들의 책임이 더 크다"며 "대부분 금융당국 출신이거나 정부 고위직에 있던 사람들인데 왜 그들에게는 이렇다 할 제재가 없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들은 그동안 부실 저축은행의 방패역할을 하면서 경영부실을 더 키우는 데 일조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고객 돈을 방치하고 함부로 운용한 것은 저축은행의 책임이 맞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과연 떳떳하게 저축은행에 제재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2005년 부산 한마음저축은행(현 부산솔로몬저축은행) 반강제 인수건도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2005년 부산 한마음저축은행, 2006년 전북 나라저축은행(현 호남솔로몬저축은행)을 인수한 것이 금융당국의 강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인수당시 정부는 최선의 지원을 해준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당국이 방치했다는 것이다.
 
솔로몬저축은행 측은 "당시 부실저축은행 인수에 쏟아 부은 돈만 5000억원에 달한다"면서 "우리의 자산규모는 2조원대에 불과했다. 지금의 부실사태 원인도 (당시 부실저축은행 인수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부부가 5월7일 영업정지로 문을 닫은 솔로몬저축은행 정문을 쳐다보고 있다.
사진 류승희기자
 
◆총체적 부실 원인은?
 
저축은행의 부실사태가 촉발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금융당국의 정책실패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저축은행의 주요업무는 서민금융을 지원해주는 소액대출이다. 하지만 정부가 잇따라 규제를 완화해주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같은 업무를 가능토록했다. 부동산 PF 대출은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만큼 리스크(위험)가 높다.
 
물론 저축은행들도 이러한 리스크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축은행 규모를 키우고 싶은 욕심에 쏠림 정책이 지속된 것. 이후 2008년 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지면서 부동산시장은 말 그대로 추락했다. 당연히 부동산PF시장도 함께 붕괴됐다. 특히 저축은행은 주로 위험이 높은 PF 대출의 후순위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부실화는 시간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책정한 예금보험 정책도 실패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위험이 은행보다 훨씬 높은 저축은행에 은행과 같은 수준의 예금을 보장해주는 것은 예금자와 저축은행 모두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
 
예금자들은 저축은행 부실여부와 관계없이 5000만원까지 예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고객들은 저축은행 부실여부보다는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예·적금 금리에만 신경 썼고 저축은행은 고금리 예금상품을 팔아 조달한 자금으로 위험이 높은 부동산PF대출에 사용했다. 정부의 규제완화와 저축은행의 모럴해저드가 이어지면서 부실이라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3차 저축은행 부실사태는 이미 예견된 재앙"이라며 "이는 대주주와 금융감독당국의 공동책임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더 큰 문제는 (정부관료 중) 누구도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데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정부는 정치인과 공무원, 금융감독당국 직원의 부정부패와 유착관계를 철저히 파악해 처벌할 사람은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