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ごらいてんいただいてまことに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저희 가게를 찾아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서울 명동, 남대문 일대를 지나면 마치 일본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일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팔기 위해 상인들이 이제는 일본어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 한 시민은 "상인들이 내국인보다는 외국인들에게 마케팅을 집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면서 달라진 서울 풍경에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에 돌입했다.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 등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대한민국의 국가 위상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한국을 몰랐던 많은 외국인들이 이제는 한국의 음악과 춤을 따라하고 한국 드라마에 감동을 받는 일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성형관광벨트가 형성되고 김치를 먹으며 떡을 빚는 등 한국음식과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일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사진_뉴스1 이명근 기자
◆매력 넘치는 한국이 좋아요…관광객 소비 급증
이처럼 해외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물가가 저렴하고 쇼핑과 음식 등 먹을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또 관광친화적인 제도 개선도 이들이 한국을 찾는데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한국관광공사에 의뢰해 예측한 보고서를 보면 한류 팬들과 관광수용태세, 서비스 개선, 비자 발급 절차 간소화 등 관광친화적인 제도 개선이 외국인들을 끌어들이는 대표적인 매력으로 꼽히기도 했다.
한국을 방문 중인 슬홍 씨(중국·27)는 "중국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비자발급이 까다롭지 않고 다양한 한류문화를 접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음식도 많이 좋아한다"며 "탕 종류를 좋아하는데 특히 설렁탕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국 음식문화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낮은 물가와 한국 특유의 문화도 해외 관광객들을 사로잡는 비결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CNN 인터넷은 "서울은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도시"라며 "서울은 빛나고 거대하며 변덕스럽고 매력적인 도시"라고 소개했다. 또한 서울의 관광명소로 한국의 '찜질방'과 '노래방'을 꼽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찾을 수 없는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라는 게 CNN의 설명이다. 서울에서는 새벽까지 쇼핑몰에서 쇼핑을 할 수 있고 호텔 현관에서 패스트푸드를 배달시켜 아침을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하고 익숙한 일들이 해외 관광객들에게는 생소하고 낯설지만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의미다.
덩달아 소비도 급증했다. 5월3일 비자카드가 발간한 '해외방문객의 국내 지출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들의 2011년 비자카드 이용 지출액은 20억9937만달러로 전년의 17억달러보다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일본 관광객은 2010년 6억1060만달러로 씀씀이를 줄였다가 지난해 지출액이 8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전년대비 31.1% 늘어났다. 일본인 한사람당 181달러를 지출한 셈이다. 미국인 관광객도 전년대비 10.9% 소비가 늘어났으며 한사람 당 105달러를 지출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대비 24.6%나 소비가 늘어났다. 중국인의 경우 한사람당 평균 지출액도 2010년 150달러에서 작년 163달러로 늘어났다. 러시아 관광객의 소비지출도 눈에 띈다. 전년대비 무려 60.3% 늘어난 6890만달러를 기록해 외국인 가운데 증가세가 가장 컸다.
리차드 씨(호주·37)는 "태국과 중국, 일본 등은 관광지로 유명해서인지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싸다"면서 "홍콩과 일본, 중국, 프랑스, 싱가포르, 인도, 태국 등 다양한 나라를 방문했지만 한국만큼 물가가 싸고 쇼핑하기에 좋은 나라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진_뉴스1 유승관 기자
◆해외관광객 유치, 이제부터 시작
하지만 한국여행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 들어 한국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1000만명을 넘는다고 해도 지구촌 관광객과 비교하면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수지는 급증하고 있지만 순수 관광수지를 보면 여전히 적자에 머물고 있다. 예컨대 국내에 들어온 관광객이 1000만명이라면 해외로 나간 여행객들은 1300만~1400만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아직까지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보다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들이 더 많은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4월24일 발표한 '2011년 지구촌 해외여행동향과 대응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관광분야 경쟁력은 32위에 불과하다. 또한 한국관광의 매력도도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관광자원과 인프라가 빈약해 세계경제포럼(WEF) 경쟁력순위(2011년)는 각각 27, 28위를 기록했고, 관광산업에 대한 규제도 많아(경쟁력 순위 50위) 관광분야의 종합경쟁력 순위는 32위에 머물렀다. 특히 한국은 홍콩(13위)과 태국(15위), 마카오(20위), 싱가폴(22위) 등보다 순위가 낮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낮은 인프라와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볼거리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도시 관광 여건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면서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이 해외에 방문하면 그 나라의 수도는 기본적으로 방문한다. 프랑스는 파리, 미국은 워싱턴, 중국 베이징 등 각 나라의 수도를 직접 체험하며 문화와 국가위상 등을 판단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의 서울은 생각만큼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원석 경희대 교수는 "한국 관광의 가장 큰 문제점은 외국 관광객들이 편히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최근 아시아와 동남아, 유럽까지 한류가 전파되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는데 막상 그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볼거리가 많지 않아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이라도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만족할 만한 시설들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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