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행장은 이 자리에서 농협금융지주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이날 긴급 임시경영위원회에 참석한 임원진들은 그의 깜짝 발언에 다소 놀랐지만 곧바로 안정을 되찾았다. 그의 사퇴를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내부 분위기는 한동안 침묵만 흘렀다고 한다.
신 행장은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되기 전부터 농협은행장에만 관심이 있다고 언급해왔다. 농협중앙회에서 금융종합지원부, 금융기획실, 전무이사 등을 거친 관계로 은행분야가 자신의 적성에 더 잘 맞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임시경영위원회에 참석한 한 고위 관계자는 "긴급 임시경영위원회에서 신 행장이 회장직을 사퇴한다고 할 때 누구도 반대한 사람이 없었다"면서 "신 행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겸직하면서 많이 부담스러워했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신 행장은 왜 금융지주 수장자리를 부담스러워했을까. 농협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는 금융지주 수장 자리에 오를 만한 역량이 되지 않는 인물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협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 출범 전만 해도 신 행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할 것으로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면서 "본인 스스로도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기에는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그는 신중하고 품격이 높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인맥도 상당히 넓다"면서 "하지만 그런 품격과 인맥이 농협금융지주 수장을 맡을 정도는 아니었다. 농협에서 그의 세력도 한계가 있어 오히려 (회장직을 맡는 동안) 본인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충식 농협은행장
◆석연찮은 신충식 회장의 사퇴 왜?
하지만 그가 농협금융지주 수장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이유가 단순히 역량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농협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농협에 정통한 관계자와 고위관계자, 지역조합장들의 말을 들어보면 신 행장이 스스로 물러난 것은 이미 예상된 시나리오라는 것.
당초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농협은행장을 별도로 분리할 계획이었다. 또한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권태신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농협은행장에 신충식 현 행장을 내정키로 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농협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 2월 초까지만 해도 정부는 금융지주와 은행을 분리해 회장과 은행장을 별도로 뽑을 예정이었지만 내부 사정상 갑자기 변경된 것"이라며 "금융지주 회장에는 권태신 부위원장을, 은행장에는 신충식 행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 당시 농협중앙회 노조가 외부인사에 대해 낙하산이라며 거세게 반대했고 때마침 여론도 좋지 않았다"면서 "이 때문에 정부는 고심 끝에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으로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신 회장이 물러난 지금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권태신 부위원장이다. 권태신 부위원장은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과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실 정책기획비서관, 재정경제부 차관, OECD대표부 대사, 국무총리실 실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인물이다.
실제로 농협중앙회는 권 부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에서 낙마했음에도 권 부위원장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데 게을리하지 않았다. 신충식 행장의 금융지주 회장 겸임이 결정된 직후인 5월1일, 그를 농협중앙회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사외이사로 선임될 경우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될 때 낙하산 논란을 피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냐는 것. 또한 농협중앙회 내부를 직접 감사하면서 차기 회장을 준비하라는 의미도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다음으로 유력한 인물은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다. 김 전 대표는 1971년 5급 직원으로 농협에 입사한 전형적인 내부 출신이다. 농협중앙회에서 경기지역본부 과장, 본부 금융부 과장 등을 거쳐 일본 해외사무소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또한 지난 2008년 7월 경영기획실장에서 신용대표로 깜짝 발탁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권 부위원장이 하마평에 오를 때 또다시 낙하산 논란이 불거질 경우 내부출신인 김 전 대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농협에 한 관계자는 "농협의 차기 금융지주 수장 선임을 앞두고 권태신 부위원장과 김태영 전농협중앙회 신용대표,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 다양한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사실상 실질적인 싸움은 권태신 부위원장과 김태영 전 신용대표 두명으로 압축될 것"이라며 "현 정권의 과거 흐름을 본다면 큰 변수가 없는 한 권 부위원장이 가장 유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차기 회장 선임 과정 어떻게 되나
신충식 행장이 일단 사퇴의사를 표시한 만큼 농협 내부도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늦어도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에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협은 이를 위해 6월11일 농협지주 본관에서 임시이사회(의장 이만우)를 열고 총 5명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을 마무리 했다. 현 사외이사인 박용석 법무법인 광장 대표와 허과현 한국금융신문 편집국장이 위원으로 포함됐다.
또 이사회가 추천한 외부 전문가는 교수 1명과 금융전문가 1명, 농협중앙회장이 추천한 1명은 농협 내부 인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선기준 마련 및 추천, 심사 등 본격적인 인선작업 절차도 착수한 상태다. 다만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담보를 위해 회추위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또 앞으로 회추위의 장소와 내용도 일체 비공개로 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선정될 인물이 누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정부의 외압과 코드 인사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어야 한다"면서 "금융시스템을 잘 알고 더불어 고객과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인물이 선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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