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역풍, 글로벌 소비재업체로
지난 19일 프랑스 식품업체 다논의 주가는 실적 악화 우려에 6% 급락했다. 다논이 이날 남유럽 국가들의 경기둔화로 올해 영업마진이 0.5%포인트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여파다.
노무라는 다논이 경쟁업체에 비해 짧은 공급 망으로 환경 악화를 빨리 감지했던 것에 비춰볼 때 유니레버, 네슬레 등 다른 소비재업체도 향후 몇 달 간 다논과 유사한 마진악화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P&G 역시 20일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시장 판매 둔화 전망에 매출전망을 하향 조정 하며 뉴욕증시에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유럽 2위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영국 딕슨은 올해 첫 4달 간 그리스, 이탈리아, 터키 3개국 매출이 9% 감소했다. 그리스 매출 감소분을 따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이들 3개국이 연간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 수준이다.
위스키 '조니워커'를 만드는 영국 주류업체 디아지오는 이미 지난 3년간 그리스 매출이 반으로 줄며 1억파운드 미만으로 감소했다. 고급차 업체 BMW는 이미 2008년 후 그리스 내 대리점 4분의 1이 문을 닫았으며 최대 7000대였던 BMW의 그리스 내 연간 판매량은 현재 호황기 대비 3분의 2 이상이 줄었다.
그리스 등 남유럽 매출이 급감하자 이들 업체는 실질적인 조치에 나섰다. 디아지오의 경우 그리스 시장 마케팅 지출을 줄이고 재고와 현금을 회수했다. 그리스 내 소형 바에 납품을 중단하고 호텔, 클럽 등을 대상으로 한 고가 제품 판매에 주력하는 전략을 택하기도 했다.
그리스 내 69개 직영점과 29개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딕슨은 그리스 내 소요가 확산될 경우를 대비해 매장에 설치할 보안 셔터를 주문해 놓고 그리스 경찰, 보안업체와도 공조 계획을 세워놓았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영업도 잠정 중단할 계획이다.
영국 이동통신 그룹 보다폰은 그리스 은행시스템이 작동을 멈추고 그리스 내 시위가 확산되는 사태를 대비한 비상계획을 수립했다. 최근 이집트에서 발생했던 사태를 참고해 건물을 보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그리스가 드라크마 사용을 재개할 경우를 대비해 파운드, 달러 등 다른 화폐로 매출 계약을 체결하라는 전문가들의 권고도 늘어나고 있다.
유럽 시장 의존도가 높은 일본 국가들도 유럽 사태 장기화로 입을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예방조치에 나섰다.
사진 뉴스1 오대일 기자
◇日 수출업체도 긴장…美는 금융이 뇌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71개 일본 주요 기업 매출액의 20%가 유럽 시장에서 창출되며, 특히 정밀 기계 업종의 유럽 의존도가 높다.
타이어 제조업체 브리지스톤은 올해 1분기 유럽 매출이 2008년 리먼브라더스 붕괴 당시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며, 히타치는 당초 2015년 회계연도까지 1조1000억엔으로 목표했던 전력시스템 매출액을 유럽 여파에 9500억엔으로 하향조정했다.
유럽 위기 대응을 위해 브리지스톤은 수요를 높이기 위해 일부 고가 모델 가격을 인하했으며, 유럽 시장 상황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다. 히타치는 유럽 매출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아시아·동유럽· 기타 이머징 시장에서 석탄 발전소 시스템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기계업체 다이킨인더스트리스는 지역 거점과 판매처에서 중복되는 지원업무를 통합해 비용절감에 나섰다.
일본 기업들은 유로 약세에 따른 엔 강세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에도 발 빠르게 나섰다.
카메라 업체 리코는 유로 약세에 따른 매출 타격을 막기 위해 스웨덴·벨기에 등에 유로 표시 부품 조달을 시작했으며 소니는 환율 변동 위험을 막기 위해 TV 조립공정 아웃소싱을 늘렸다.
미국 기업들은 유럽,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피해 가능성은 적다. 미국 전체 수출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하고 유로존 주변국 5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3% 뿐이기 때문이다.
캐피탈이코노믹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대 유로존 수출은 미국 전체의 14%에 불과해 유로존 지역의 GDP가 5% 감소하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미국 성장률은 향후 2년 간 매년 0.2%포인트 줄어드는 정도의 비교적 작은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과 그리스 간 연결된 '금융'이다. 미국 내 총 대출의 20%가 유럽 은행들에게 제공됐다는 점은 양 대륙 간 금융 고리가 얼마나 두터운지를 보여준다. 이 은행들은 스페인, 포르투갈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데,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채 투매가 발생할 경우 이들 국채를 보유한 유럽 은행들의 대출 상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따른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을 패닉으로 몰아넣으며 예금인출 사태를 촉발할 수도 있다.
미국 기업들이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비상계획' 수립에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일부 은행들의 경우 9개월 여 전부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은행들이 유통시장에서 그리스와 다른 유로존 주변국들의 채권 매입규모를 줄여 왔으며, 대형 미국 은행들은 대출, 헤지 등에서 직접적인 익스포저를 축소 해 왔다.
JP모간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유럽 '지휘본부'를 구축했다. 지휘본부는 실제 사무실을 둔 조직이 아니라 그리스 탈퇴를 대비해 리스크, 법, 기술, 금리, 시장 인프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무진 그룹이다.
모간스탠리도 최근 몇 주 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비한 일종의 '스트레스테스트'를 계획해 왔다. 이 테스트는 그리스가 다시 드라크마를 사용하게 되는 상황 등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발생할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유럽이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이기 때문에 유럽 위기로 중국 경기가 둔화된다면 미국과 다른 전 세계 국가들도 영향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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