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에너지'로 기대를 모았던 태양광이 침체의 먹구름에 둘러싸였다. 공급 과잉이 수요 위축과 모듈 가격 하락을 동반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실적 악화로 고전 중이다.

수년간 고성장을 질주하던 태양광 산업의 위축은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이 컸다. 경기침체로 인한 보조금 축소 등으로 수요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결정질 시장을 장악한 중국의 물량공세는 가격폭락을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금의 침체를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주도할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탄탄한 기술과 자본력에 그간 키워온 R&D의 내공을 다진다면 충분히 경쟁 우위에 설 것이라는 진단이다.

지식경제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태양광 PD(Program Director)로 활동하고 있는 박진호 교수(영남대 디스플레이화학공학부)를 통해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 드리운 위기의 본질과 문제점, 한국 태양광의 성공 조건, 비즈니스 방향 등을 찾아봤다.
 

박진호 영남대 디스플레이화학공학부 교수
 
- 한국 태양광산업이 위기를 맞게 된 요인은 무엇인가.
▶폴리실리콘과 태양전지 셀·모듈의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유럽발 경제불안에 따른 태양광 지원금 감소, 시장 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경쟁적 생산시설 확대에 의한 세계적인 과잉공급,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물량공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에 따라 원가경쟁력을 잃은 세계 여러 기업들이 적자경영으로 돌아섰고 생존 전략을 찾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기업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원가경쟁력에 있어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 침체기를 극복할 방안은 있나.
▶재고물량이 과다해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 2014년 말에야 수요·공급의 균형이 잡힐 것이다. 세계 유수기업들은 각기 생존전략을 찾고 있다. 여기에는 기술개발에 의한 원가경쟁력 강화, 기업간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전략적 M&A,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 내수시장 진작 등이 포함되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위기 극복 방안은 한국형 고생산성·고품질 기술개발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 국내 태양광시장과 업계의 문제점을 짚는다면.
▶폴리실리콘 제조분야를 제외하면 가격 및 기술 경쟁력 모두에서 국내 기업들이 현재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협소한 내수시장 규모로 인해 세계적인 태양광산업의 위기상황에서 이를 돌파하기까지의 암울한 터널을 밝혀줄 수 있는 기초체력도 약한 상태다. 업계는 태양광산업 초기의 활황 시장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단기간에 세계 수준에 근접하는 생산기술을 확보했으나 기술주도국으로서의 역량은 아직도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 태양광산업은 그동안 가치사슬(Value Chain)간 이윤이 원가에 반영돼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 에 폴리실리콘, 잉곳·웨이퍼, 전지 및 모듈의 가격이 모두 폭락함으로써 이제 수직계열화의 이점은 상당히 퇴색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선진국을 추종하지 않고 생산성과 기술력을 앞세운 한국형 제품을 개발해 세계 시장에서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던 이전의 경험을 살려야 한다. 태양광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R&D(연구개발)를 통해 확보된 기술과 장비 및 부품·소재의 국산화 등을 통해 특화된 한국형 태양전지를 개발함으로써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 올해 RPS 시행과 관련한 산업발전 방안과 문제점을 꼽는다면.
▶RPS의 시행은 지원금을 누적시켜야 하는 FIT(발전차액지원제도)보다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여주긴 하지만, 태양광산업 진흥 측면에서는 여러 문제점도 동시에 안고 있다. 고비용 신재생에너지원인 태양광에 별도의무량(쿼터)을 할당해 보호막을 쳤지만 발전사업자가 태양광으로 RPS 물량을 소화하는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태양광 산업 발전의 측면과 재정부담 문제를 모두 고려한 RPS 보완 정책의 입안과 시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 아시아국 가운데선 중국에는 규모, 일본에는 기술력에서 뒤지는데 한국만의 태양광 경쟁력 강화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나.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기반 제조기술력이 아직 충분히 태양광산업에 접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집중적인 기술개발과 국내 대기업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방위적 비지니스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차별화된 제품 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한국형·고효율·저가형 태양전지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를 통해 경쟁국들을 조만간 앞지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도 필수적인 요소다.

- 태양광 R&D 전략과 정부 차원의 지원책은 무엇인가.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를 극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가치사슬을 최적화하고 기술 융합에 의한 시장지배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하루빨리 갖출 수 있다. 반도체 기술 인프라를 활용한 박막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각종 핵심 요소기술 및 IP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과 정책이 함께 가는 전략 로드맵에 따라 ‘Post Grid Parity’ 시대를 선도하는 세계 태양광 ‘Top Leader'를 목표로 R&D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정부는 도시건물형 태양광 시스템 확대를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국내 태양광 시스템이 단품 수출에서 발전소 건설과 제품 수출이 융합된 형태로 진화할 수 있도록 수출금융 여건을 개선하고 정책자금과 융자지원의 길을 열어야 한다.
 
- 국내 태양광 기업의 비즈니스 지향점과 개선점을 제시한다면. 
▶현재 태양광산업의 기업환경은 공급자 주도형에서 소비자 선택형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해당 세분시장(Market segment)에 적합한 태양광 비즈니스모델의 발굴이 시급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고객 지향의 사업전략과 한국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충분히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핵심소재 산업에 대한 투자도 신중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국내 중소중견 기업들은 장비, 소재·부품 분야에서 태양광 분야의 블루 오션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 기술적인 측면에서 한국 태양광이 주목해야 할 분야는 어디인가.
▶BOS(Balance of System) 및 시스템 분야에서 IT기술과의 접목이 활발히 전개돼야 한다. 한국 실정에 적합한 BIPV시스템 개발과 제도적 보완을 통해 박막 태양전지 산업의 시장 진입도 보다 앞당길 필요가 있다.

<용어설명>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System) 시스템
= 태양광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 외에 건물 일체형 태양광 모듈을 건축물 외장재로 사용하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단가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화력발전 단가가 동일해지는 균형점. 유가가 오를수록, 태양전지 모듈 가격이 내려갈수록 도달 시점이 빨라진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