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은 틀에서 다른 틀로 이동하는 일의 연속이다. 이동의 타이밍 선택도 중요하다."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이 트위터에 남긴 글들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금융계의 '혁신가'다. 2003년 1월 국내 카드사 중 가장 작은 회사인 현대카드를 맡아 단숨에 2위권 업체로 도약시키는 과정에서 수많은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정 사장이 가는 길에는 항상 '최초'와 '도전'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다. 국내 VVIP카드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되는 '더 블랙'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한 이가 정태영 사장이다. 국내 최초로 선포인트 제도인 '세이브포인트'를 선보인 CEO도 정 사장이다. 최근에는 '철옹성' 같은 보험업계에 도전장을 냈다. 녹십자생명을 인수하고 지난 5월 '현대라이프'로 사명을 바꾼 후 진검승부를 준비 중이다.
올해로 취임 10년. 그간의 성공에 안주할 법도 한데 정태영 사장은 더 큰 무대를 향해 또다시 '혁신의 칼'을 빼들었다. 국내 금융업계를 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야심찬 도전의 서막을 연 것이다.
◆ 세계 금융의 중심지, 영국으로 영토확장
현대캐피탈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영국으로 금융 영토를 확장한다. 현대캐피탈이 유럽의 대표적인 금융그룹인 산탄데르와 함께 설립한 합작회사 ‘현대캐피탈 영국(Hyundai Capital UK Ltd.)’이 지난 7월15일 정식 출범했다. 초기자본금은 2000만 파운드(약 360억원)로 현대차·기아차와 현대캐피탈이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 산탄데르 소비자금융이 나머지 50%의 지분을 보유한다.
그동안 국내의 많은 금융사들이 해외로 진출했었지만, 이번 현대캐피탈의 영국 진출이 특히 주목받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정태영 사장이 고집해온 '해외진출의 두가지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 까닭이다.
그 첫번째는 선진국 중심의 큰 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영국은 미국에 이은 현대캐피탈의 두번째 금융진출 국가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금융시장을 두드리는 여느 금융회사들과 달리,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를 구매하는 전세계인이 잠재고객이라는 점에서 '타겟의 스케일'부터 달랐다.
두번째는 교포가 아닌 현지 전체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대부분 현지 한국인 및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해외 정보를 수집해 한국에 전달하는 한정된 기능을 수행했던 데 반해, 현대캐피탈의 이번 해외 진출은 영국 전역을 대상으로 영국인들에게 직접 자동차 할부금융과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금융 영토’의 확장과 더불어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Globalization)’을 추구하려는 현대캐피탈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태영 사장은 언론을 통해 ‘현대캐피탈 영국'의 출범이 알려진 직후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뒷얘기를 남겼다. "영국 정부도 투자나 리서치사무실 정도를 열었던 기존 사례와는 다르게 한국금융사가 이번에는 영국에서 제대로 금융사업을 한다고 하니 조금 놀라기도 하고 영국경제의 전망을 믿어준 일이라고 기뻐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정태영 사장식 '정면 승부'가 유럽 금융의 심장부에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영국 현지 영업 개시로 유럽 내에서의 현대자동차그룹 성장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더불어 국내 여신전문회사 최초의 유럽 진출로 한국 여신전문회사의 위상 강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산탄데르 소비자금융 관계자 또한 "현대캐피탈 영국의 자동차금융에 대한 노하우와 전문성이 현대차와 기아차가 영국에서 더욱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영국 내 고객과 딜러들은 앞선 금융 상품과 최고의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반기 영토 확장 무대는 중국… 더 큰 가능성 실험
정태영 사장은 연중 국내보다 해외에 머무르는 기간이 더 길다. 연간 약 250일을 해외에서 머물며 글로벌 금융회사로의 도약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중국에서 현지 파트너와의 합작법인이 출범할 예정이다. 정부규제가 심해 외국회사의 법인설립이 쉽지 않은 중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2005년부터 북경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오랜 시간 공들인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이다.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베이징 올림픽 이후 승용차 시장 수요가 확대돼 2009년 1000만대 시장으로 진입했고, 2015년에는 2000만대 시장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아직은 차량의 현금 구매 비율이 높고 할부 금융을 위한 환경이 미성숙된 상태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큰 성장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프로필>
1960년생/ 서울대 불어불문과/ MIT 경영학 석사/ 현대종합상사 기획실 이사/ 현대정공 이사/ 현대모비스 전무/ 기아자동차 전무, 구매본부장/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사장/ 현대캐피탈·카드 사장(現)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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