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년 중반에 개발되어 순식간에 하이휠을 대체하고 1890년대 자전거붐을 일으킨 세이프티 자전거(Safety Bicycle)는 영국인 존 스탈리(John Kemp Starley)의 작품이었다. 때마침 존 던롭(John Boyd Dunlop)이 40년전 톰슨(Robert W. Thompson)의 공기타이어 발명을 (자신이 새로이 발명한 양) 도용하여 투자를 얻고 상업화에 성공함으로써, 인류는 공기 위에 떠서 굴러가는 두 바퀴의 탈것을 소유하게 되었다.
▲ 스탈리의 세이프티 자전거 디자인 변천사.로버(Rover)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었다. 첫 모델은 링크장치를 이용한 간접조향 방식이었으나 이듬해부터 직접조향으로 바뀌었다. 1880년대에는 아직 트레일(trail; 조향축 연장선의 지면접촉점부터 타이어의 지면접촉점까지의 거리)의 최적화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John Kemp Starley', Grace's Guide. 그런데 그 이후로 자전거에 '발전'이 없다는 회의적 견해들이 많다. 일본 자전거산업을 일으켜 세운 오자키 노부오의 기술혁신 사례조차 '고깟 변속기 하나'로 평가절하 되기까지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인 것이, 자전거의 전체적인 디자인을 결정하는 프레임의 형상이 거의 변하지 않은 탓이다.
<b>에펠탑과 자전거 프레임</b>
1884년 모리스 쾨쉴랭(Maurice Koechlin)이 에펠탑(Eiffel Tower)의 구조설계에 집중하고 있을 때 그의 책상 위엔 컴퓨터가 없었다. 완공 후 41년 동안이나 '인간이 건설한 가장 높은 구조물' 타이틀을 유지한 324미터의 웅장한 철 구조물은 (현대의 공학설계 관점에서 보자면) '감각'으로 디자인되었던 것이다.
▲ 에펠탑의 최초 설계도(1884년).이 도면이 그려진 후, 1887년 초에 착공하여 1889년 3월에 완공되었다. 최초로 자전거에 다이아몬드 프레임을 적용한 이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다수의 자전거 수리공들이 비슷한 시기에 에펠탑을 보고 영감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 이미지 출처: 'Maurice Koechlin's pylone', 위키미디어(저작권 소멸) 쾨실랭이 에펠탑의 견고함에 확신을 가질만한 공학적 배경지식은 '트러스(truss)'라 불리는 격자구조 뿐이다. 그리고 이 격자구조는 자전거에서 '다이아몬드 프레임'이라 불린다. 지금도 거의 대부분의 자전거는 컴퓨터를 이용한 구조해석을 거치지 않고 디자인되며, 사용 중 파손이 발생하는 이유는 설계상의 오류라기보다 생산기술의 부족이나 제조공정상의 하자에 기인한다. 트러스가 제공하는 구조적 신뢰성은 자전거 디자이너를 게으르게 만들 정도로 믿을만하다.
<b>영원할 것만 같은 다이아몬드 프레임</b>
하이휠 자전거는 앞바퀴의 가느다란 스포크에 모든 하중을 내맡기고(매달고) 프레임을 최소화함으로써 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 1890년대 중반에 다이아몬드 프레임이 적용된 세이프티 자전거는 당대의 트라이시클(삼륜자전거)보다는 가벼웠지만, 하이휠보다 무거웠다. 개인이동수단 제품으로서 경쟁력 있는 세이프티가 되려면 경량화는 필수적인 과제였다.
세이프티가 현대의 가벼운 자전거로 진화한 가장 성공적인 방법은 '신소재의 사용'이었다. 최소의 중량으로 최대의 굽힘과 인장(당김)을 견디는 중공파이프를 격자구조로 결합한 다이아몬드 프레임은 구조적으로 최적화된 선택이라서, 이것을 버리고 기하학적으로 색다른 형상을 취하면서도 무게를 유지하려면 더 작은 자전거(미니벨로)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b>경량화와 프레임의 수명</b>
누군가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자전거를 지금도 타고 있다면 그의 손자도 그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자전거는 경량화에 대한 도전이 지속되면서 짧고 분명한 피로수명(fatigue life)을 가지게 되었다. 어떤 제조업체에서도 프레임의 수명을 공개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사용자는 자전거의 수명에 대해 다음의 선입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가벼워서 비싼 자전거와 전 주인이 열심히 탄 중고자전거는 의외로 빠른 시간에 갑자기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다.
※ 본 연재물은 생산기술연구원 자전거종합연구센터(윤덕재 센터장)가 진행 중인 '자전거 특허기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