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자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대신 단두대 위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남자. 이 얼마나 지고지순하고 위대한 사랑이야기인가. 찰스 디킨스 원작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이처럼 격정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은 한 여자와 두 남자, 배경은 런던과 파리 두 도시다. 런던에 살고 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루시 마네뜨(임혜영)는 프랑스 귀족으로부터 억울한 옥살이를 당한 아버지를 찾기 위해 프랑스 여행길에 올랐다가 찰스 다네이(전동석)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프랑스의 이름 높은 귀족 출신이지만 귀족 사회에 염증을 느껴 런던으로 망명한 찰스 다네이는 그를 눈엣가시로 여기던 친족들의 음모에 빠지고, 이때 도움을 준 이가 변호사 시드니 칼튼(류정한)이다. 염세주의자에 알콜중독이었던 칼튼은 루시의 순수한 마음에 사랑을 느끼지만 이미 루시는 다네이와 결혼을 약속한 뒤다.
 
세 남녀의 애틋한 사랑으로 스토리를 이어가던 무대는 프랑스 혁명이 발발하며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온 세상에 혁명의 긴박함이 넘쳐 흐르고, 다네이는 자신의 집안을 구하기 위해 위험한 줄 알면서도 프랑스행을 택한다. 귀족재판으로 죽음을 앞둔 다네이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마네뜨를 지켜보던 칼튼은 마지막 선택을 한다. 다네이를 감옥에서 탈출시키는 대신 칼튼이 단두대 위에 올라가 죽음을 맞이한다.  
 

프랑스 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웅장한 사랑 이야기를 녹여낸 무대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만큼 이야기의 흡입력이 높다. 관객들이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에 익숙함을 느낄 때쯤 시작되는 프랑스 혁명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주면서도, 화려하고 열정적인 군무로 보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철근으로 된 구조물은 무대 배경에 따라 수시로 변화를 통해 유기적이면서도 다양한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혁명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민중의 팍팍한 삶과 당시 시대 배경을 나타내는 데 안성맞춤이며, 마지막 장면에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단두대의 살벌함을 드러내는데도 손색이 없다.
 
다만 전반부의 핵심 줄거리라 할 수 있는 주인공 남녀의 사랑이야기에서는 후반부 만큼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아 아쉽기도 하다. 한 여자를 사이에 둔 두 남자의 사랑 싸움은 맥이 없다. ‘죽음을 불사할 만큼’의 깊은 사랑을 관객들에게 설득하기에 칼튼은 너무 쉽게 사랑에서 물러난다. 위기의 순간마다 칼튼의 도움을 받아 구출되는 다네이의 유약한 모습은 마네뜨가 왜 칼튼이 아닌 다네이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공감을 전달하는 데는 어려워보였다.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유난히 높은 음역대의 뮤지컬 넘버가 많다. 때문에 ‘뮤지컬 사상 최고 난이도의 노래’라는 평을 듣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관객들이 극에 몰입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는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노래가 큰 역할을 한다. 칼튼 역을 맡은 류정한은 전반부의 ‘막가는(?) 변호사’에서부터 후반부의 ‘사랑을 위해 희생하는’ 순애보까지 매력적으로 그려냈고, 마네뜨 역을 맡은 임혜영은 극의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스토리가 전개되는 중요 순간마다 등장해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한 존 바사드역의 정상훈도 눈 여겨 볼만한 배우다.
10월7일까지. 서울충무아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