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모은 재산을 어떻게 쓸지를 결정하는 것은 본인의 소신, 성격,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살아서 다 쓰지 못한다면 세상을 떠나기 전 자녀에게 물려줘야 한다. 이렇게 소중한 재산을 물려주는 건 부모로서 더 없이 보람찬 일이고 물려받는 자녀 입장에서도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부모의 상속재산이 넉넉하다고 항상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자녀가 재산을 둘러싸고 불행을 겪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불평등한 분배를 둘러싼 다툼이다.
부모의 재산, 불행의 씨앗 될 수도 있다
부동산으로 제법 큰 재산을 모은 A씨의 경우를 보자. 그의 세 자녀 중 큰아들은 일찍부터 미국에 가서 기반을 잡아 살고 있고, 둘째는 국내에서 사업하다 실패해 근근이 지내고 있으며, 셋째 딸은 결혼을 해서도 부모를 모시며 살고 있다. 이들은 부모의 재산에 대해 생각이 서로 다르다. 첫째는 자신이 장남이니 가문을 잇고 제사도 지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제일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아들은 형하고 여동생은 그런대로 살만한데 혼자만 힘들게 사니까 아무래도 많이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딸은 오랫동안 부모를 모시고 살아온 공을 들어 자기 몫이 가장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들 본인의 몫을 최대로 희망하고 있는데 누구 생각이 맞는 걸까. 이럴 때 부모가 그 중 어느 한자녀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재산을 더 많이 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법적·제도적 문제 이전에 형제간 갈등이 더 큰 문제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부모 앞에선 참을지 몰라도 부모가 돌아가시고 나면 서로 원수지간이 될 가능성이 적지않다. 자칫하면 부모의 재산은 가문에 축복이 아니라 되레 불행의 씨앗이 되고 만다.
상속에 관한 상담을 하면서 자주 목격하게 되는 현상이 있다. 보통 자녀가 결혼하기 전에 상속이 마무리되면 자녀들 간에 큰 재산다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자녀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된 이후에 상속이 일어나면 심각한 재산다툼이 일어난다. 형제간의 문제를 넘어 가정간의 대결이 되기 때문이다. 가정을 꾸리면 아무래도 재물욕심도 커지기 마련이다. 갈등이 심한 경우 부모님 장례식장에서부터 싸움이 시작된다. 만약 내가 죽기가 무섭게 자녀들이 장례식장에서 싸움을 벌인다면 편히 눈을 감긴 어려울 것 같다.
평생 열심히 돈을 벌었고 나이가 많은 부모라면 상속에도 현명해져야 한다. 이제부터는 언제 어떻게 자녀들에게 나눠줘야 자녀들 모두가 행복하게 될지를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재산을 나누는데도 단순히 말 잘 듣고 예쁘다는 것만을 기준으로 삼아선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특히나 요즘 같은 경제불황기에 자녀들이 직장을 다니면서 수천만원 내지 수억원의 돈을 모으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자녀 입장에서도 자기가 다른 형제들보다 상속을 불공평하게 받는다고 느끼면 아무리 부모의 유지 또는 유언이라고 해도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
지나친 차등상속, 소송으로 번진다
제도적 측면에서도 지나친 차등상속은 자녀들 간에 '유류분 소송'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개인재산은 생전에 다 사용하든, 자녀에게 증여하든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상속인이 갖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에 대한 자유'에 일정한 제한을 두는데 이게 유류분청구제다. 유류분은 상속인이 받아야 할 법정지분에 미달하게 상속받았을 때 더 많이 받은 상속인에게 재산분배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배우자와 자녀는 법정지분의 2분의 1, 직계존속이나 형제자매의 경우에는 3분의 1에 못 미치게 상속받은 경우 청구할 수 있다.
유류분은 상속이 개시된 후 차등상속으로 인해 자기 법정지분을 못 받았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 이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상속이 개시된 시점으로부터 10년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이 기간이 경과되면 유류분 청구권이 소멸된다. 차등상속에 대한 입증책임은 유류분을 청구하는 사람에게 있다.
이를 둘러싼 형제간 유산싸움이 벌어지면 여러 가지로 복잡해진다. 유류분 산정가액은 오래 전에 증여받을 때의 시가가 아니라 상속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한다. 예컨대 20년 전에 시가 2억원짜리 토지를 큰아들에게 증여했는데 이 토지가 상속 당시에 20억원으로 올랐다면 큰아들은 2억원을 상속받은 것이 아니라 20억원을 상속받은 것이 된다. 이럴 경우 다른 자녀들은 부모 사후에 큰형에게 혼자 20억원을 상속받았으니 나눠 달라고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다. 물론 큰형 입장에선 다른 형제들에게 재산을 나눠주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조정이 어렵고 결국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의 형제갈등이 빚어진다.
재산상속, 기술보다 철학이 더 중요
유류분을 둘러싸고 법정소송이 벌어지는 경우도 흔하지만 결국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류분으로 받은 재산은 10년 경과 여부에 관계없이 상속재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내지 않아도 될 상속세를 더 내게 되기 때문이다.
재산상속에서 기술보다 철학이 더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자식 중에도 특별히 예쁜 자식이 있다. 어렵게 얻은 아이일수록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하지만 처음 태어날 때는 모두가 하나같이 소중한 존재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인격과 성격이 부모의 관심과 교육에 의해 완성된다면 자녀가 예쁘거나 미워진 것도 결국 상당부분 부모 책임일 것이다.
못난 소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공부 잘하고 출세한 자녀보다 못난 자녀가 부모를 더 사랑하는 경우도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없는 집안에서 효자 난다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재산이 하나도 없는 자녀들이 오히려 부잣집 자녀보다 효성이 지극하며 부모를 모시는 사례도 많다. 지금 당장 누가 예쁘고 미운지 만을 기준으로 삼는 건 현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부모가 평생을 바쳐 어렵게 모은 재산을 상속하는 건 자녀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자녀들이 원수처럼 으르렁대는 상황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재산상속이 축복 대신 재앙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자녀 간에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상속을 준비하는 게 좋다. 죽는 순간까지도 따라다니는 부모의 무한책임을 자녀들도 언젠간 알게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