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극장가에는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부터 웰메이드 팩션사극, 복수를 위해 나서는 아버지의 활약을 그린 외화까지 다양하고 풍성한 영화들이 관객맞이에 나선다.
추석 극장가 한국영화 3인방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시대 폭군이자 시대를 앞서간 개혁 군주로 상반된 평가를 받는 왕 광해군을 주인공으로 삼은 팩션 사극. 국내 최대 투자배급사 CJ E&M이 내놓은 올 가을 최고 기대작이다. 논란 끝에 1주일 개봉을 앞당긴 <광해>는 이미 개봉 첫 주 100만을 훌쩍 뛰어넘는 관객을 모으며 추석 대목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영화는 끊임없는 독살 및 시해 위협에 시달리던 광해군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뒤 꼼짝없이 그 대역 노릇을 하게 된 닮은 꼴 만담꾼 하선의 이야기를 담는다. 궁에 간 천민의 문화 충격 코미디, 왕을 둘러싼 인물들의 드라마, 여기에 당대의 정치적 상황과 진정한 통치자에 대한 메시지까지 촘촘하고 빈틈없이 이야기를 채웠다. 유려한 화면과 미술도 돋보인다.
특히 잘 짜인 이야기를 이끄는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다. 광해와 하선 모두를 연기하는 이병헌은 첫 사극에다 1인2역이란 부담에도 불구, 130여분 내내 영화를 이끌며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모든 소동을 기획한 브레인 허균 역의 류승룡, 중전 한효주, 조내시 장광, 도부장 김인권, 사월이 심은경까지 배우 모두가 제 몫을 해내며 자연스레 어우러졌다.
김명민이 주연을 맡은 <간첩>은 '대한민국 간첩 인구 5만명,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간첩>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간첩의 어둡고 비장한 면모와는 정반대인 부분을 조명한 작품이다. 별다른 지령 없이 10년을 한국에 살다 보니 치솟는 물가며 아이 교육, 현금 확보가 더 중요한 가치가 된 '평범한' 간첩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은 <간첩>은 이렇게 한국생활에 너무나 잘 적응해버린 간첩들이 갑자기 북에서 넘어온 외무상을 암살하라는 지시를 받고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담는다. 총을 어디 뒀는지 기억 못하는 노인 간첩, 이사하다 총알을 잃어버린 주부 간첩 등 상황 코미디가 초반을 이끈다면, 행동에 나선 이들 간첩의 이중작전을 그린 후반부는 속도감 있는 액션과 드라마로 관객을 유혹할 전망이다.
<연가시>로 올 여름 450만 관객을 동원한 김명민과 변희봉, 염정아, 정겨운, 유해진 등이 호흡을 맞췄다.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영화 <피에타>는 올 가을의 뜨거운 감자다.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사에 남을 쾌거를 남겼고, 지난 6일 이미 개봉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기고 있다.
<피에타>는 지난해 욕설과 비난, 회한으로 가득 찬 문제적 영화 <아리랑>으로 건재함을 알린 김기덕 감독이 2008년 <비몽> 이후 4년 만에 국내에서 내놓은 신작이다. 영화는 홀로 살며 잔혹한 방법으로 사채를 받아내는 남자 강도(이정진 분) 앞에 자신이 엄마라며 의문의 여자(조민수 분)가 나타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잔혹하고 무거운 설정, 나쁜 남자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는 <악어>, <나쁜남자> 등 김기덕 감독의 과거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극한의 수직적 자본주의 아래 벌어지는 돈의 문제를 조명하겠다는 김기덕 감독의 메시지 또한 분명하다.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데, 특히 베니스에서부터 여우주연상감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조민수의 연기가 압권이다.
가족관객 유혹하는 외화 '봇물'
추석연휴에는 명절증후군에 지친 아내와 놀러가고 싶은 아이들을 데리고 찾을 만한 외화들도 준비돼 있다. 추석연휴 전주인 9월20일, 소피 마르소와 대니 분 주연의 <체인징사이드:부부탐구생활>과 애니메이션 <테드: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가 개봉했다.
프랑스 영화 <체인징사이드:부부탐구생활>은 일밖에 모르는 남편과 낭만적이고 현모양처인 아내의 이야기를 그렸다. 문제없을 것 같던 이들 부부는 서로의 역할을 1년 동안 바꾸기로 한다. 부부갈등으로 생긴 이혼 위기를 부부역할 교체로 넘겨보려 한 것. 명절에 쌓인 아내와 남편의 갈등을 풀고 싶다면 볼 만한 영화다.
<테드: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는 스페인 애니메이션으로 500년 전 사라진 황금도시를 찾아 나서는 벽돌공 테드의 이야기다. 어려서부터 위대한 고고학자를 꿈꿨던 시카고의 평범한 벽돌공인 테드는 황금원정대와 함께 전설의 도시 파이티티에 숨겨진 황금을 찾으러 떠난다. 가수 하하와 씨스타의 보라가 더빙으로 참여했다.
9월27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미국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의 작품. 전통 있는 왕국의 공주지만 말 타기와 활쏘기를 좋아하는 메리다가 공주 수업을 강요하는 엄마를 마녀에게 바꿔달라고 했다가 엄마가 곰으로 변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같은 날 개봉한 <나이트폴>은 <도둑들>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임달화와 장가휘가 주연을 맡았다. 뛰어난 수사능력을 가졌지만 아내의 자살사건을 풀지 못해 괴로워하는 강력계 베테랑 형사가 살인사건 용의자를 쫓는 이야기다. 홍콩 느와르 팬이라면 찾아볼 만하다.
<화벽>은 판타지와 액션이 가미된 중국영화로 금남의 구역에 발을 디딘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인간과 선녀, 그리고 요괴가 등장해 <천녀유혼>을 그리워하는 영화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추석연휴 개봉작 중 관객들의 가장 높은 기대를 모으는 외화는 바로 <테이큰2>. 리암 니슨이 <테이큰> 이후 4년 만에 돌아왔다. 전작 <테이큰>에서 딸을 납치해 처절한 응징을 당했던 인신매매범의 아버지가 리암 니슨을 상대로 복수를 다짐, 이 가족들이 다시 한 번 위협을 맞게 된다. 아들의 복수를 위한 상대의 치밀한 계획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리암 니슨의 부성애 대결은 전작보다 스릴감을 높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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